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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예산으로 작업 지원 … 기존의 불완전한 문헌적 해석 극복하기 위해 노력”
“공적 예산으로 작업 지원 … 기존의 불완전한 문헌적 해석 극복하기 위해 노력”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7.05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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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_ 메가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롤프 헤커 교수와 강신준 동아대 교수

메가(MEGA)에 참여한 롤프 헤커(Rolf Hecker) 독일 베를린대 교수를 지난달 29일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가 만나 메가 작업의 의미와 진행상황, 그리고 마르크스의 재해석 문제 등을 놓고 대담했다. 강신준 교수는 1987년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한국에 공개적으로 처음 소개한 바 있으며, 현재 길 출판사에서 마르크스의 『자본』을 완역 출간할 예정이다. 헤커 교수는 베를린 메가촉진 재단 이사장이며, 메가 연구를 주제로 하는 학술지 <마르크스 엥겔스 연구논집> 편집장을 맡고 있다.    

 

△국내는 정치적 상황 등으로 마르크스 연구의 토양이 부족한 상태다. 먼저 메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 작업은 1911년에 처음 발의된 후 한 세기 동안 지속되고 있는 세기적인 작업이다. 물론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전집은 메가 외에 다른 것도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메가가 갖는 중요한 특징은 문헌학적 우월성이다. 일단 메가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남긴 모든 지적 유산을 문헌적으로 완벽하게 복원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기초자료를 비롯, 그들이 제 3자와 주고받은 편지, 독서과정에서 남긴 발췌노트 역시 작업 대상이다. 게다가 이들 문헌들을 어떻게 편집했는지 소상히 제공하는 주해서를 함께 출판하고 문헌적 자료를 완벽하게 제공해 그들의 사상을 가장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려 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이데올로기적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이들의 지적 유산을 진정한 유산으로 남기는 성과를 가져올 것이다.”

△현재 메가 작업의 진도는?
“세 번째 단계의 작업이 시작될 때 확정지은 목표는 모두 114권이었는데 현재까지 58권이 출판됐으므로 아직 작업의 진도는 상당히 남아 있는 상태다. 대개 매년 2권에서 3권이 출판되고 있는데 이 진도라면 아직도 작업이 상당 기간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메가 작업은 공적 예산으로 지원되며 5년 단위로 평가 받는다. 그 평과결과에 따라 재정적인 지원이 계속될지 여부가 결정 난다. 현재 작업은 2015년까지 지원이 예정돼 있고 만일 평가 결과가 좋게 나온다면 아마 계속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진도가 느린 부분은 제4부인데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독서를 하며 남겨둔 발췌노트의 정리부분이다. 자료가 많고 출처도 다양해 정리가 쉽지 않다.”

△메가가 기존의 다른 전집들과 갖는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존의 모든 전집과 저작집들은 1956년에서 1968년 사이에 소련과 동독이 중심이 돼 발간한 전집(MEW)을 기초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집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문헌적 자료들을 모두 발간하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발간하는 것이었고 특히 이런 선별에는 정치적 고려가 상당부분 작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에서 매우 중요한 저작인 『경제학 철학 초고』(1844)가 누락됐다. 게다가 원본의 설명을 보충해주는 주석도 매우 적고 단순한 형태로만 이뤄져서 무엇보다 문헌적 해석이 불완전했다.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고자 노력한 것이 메가다.”

△메가 작업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해석에 새롭게 기여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존에 출판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들은 문헌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아 집필의 연대가 불분명하고 누가 집필자인지에 대한 혼선이 많았다. 무엇보다 각 저작들 간의 관련성이 잘 알려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상적인 발전 흐름이 올바로 해석되지 못했다. 그동안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둘러싼 많은 논쟁들은 메가에 의한 문헌적 연구가 뒷받침되면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게다가 마르크스가 남긴 발췌노트들의 새로운 출판은 그가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켜 나간 궤적을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그의 지적 유산을 보다 풍부하고 정확하게 계승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하나의 예를 소개하자면 최근 발견된 발췌노트를 통해 마르크스가 지질학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도대체 사회과학에 주된 관심을 가졌던 그가 지질학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어권이 아닌 아시아권에 속한 일본이 메가 작업 참여한 것은 상당히 의외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문헌 연구에 대한 일본의 관심과 열정에는 상당히 놀라운 점이 있다. 일본은 1930년대 유럽 국가들이 제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던 시기에 유럽에서 상당량의 마르크스와 엥겔스 문헌을 수집했다. 특히 독일 사민당이 히틀러의 탄압을 피해 망명정부를 꾸리면서 어려운 재정문제를 타개할 목적으로 마르크스 엥겔스의 유고들을 매각할 계획을 밝혔는데 이 때 일본의 오하라연구소가 여기에 관심을 가졌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이 매각에는 스탈린의 위임을 받은 부하린이 개입해 일본과 부하린이 서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일본은 이미 20세기 초반 리야자노프가 메가 작업을 구상할 당시부터 마르크스와 엥겔스 연구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왔고 그 동안 축적한 연구 인력은 국제적인 공인을 받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독일에서 마르크스 강의를 신청한 수강생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강좌수도 늘었다고 들었다. 마르크스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정말 그렇다. 나 역시 마르크스의 르네상스란 말을 실감할 정도다. 2008년 이후 마르크스의 『자본』에 대한 번역출판이 급증했다. 최근 메가를 원전으로 한 번역서들만 해도 리투아니아, 타일랜드, 이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상당히 많은 나라들에서 번역서가 출판됐다. 한국도 비록 메가는 아니지만 최초의 독일어본이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메가에 기초한 번역도 이어져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정리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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