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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투표·한풀이형 강의평가를 막는 방법
인기투표·한풀이형 강의평가를 막는 방법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07.05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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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강의평가 실험 나선 美 대학가

까다로워지는 교수업적평가, 강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사업 시행 등으로 강의평가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과 강의의 특성, 학생 성향을 감안한 강의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대학가에서도 강의평가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더 나은 평가방식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미 고등교육 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에듀케이션>은 최근호에서 미국 대학가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강의평가 실험을 소개했다.

이들이 강의평가를 두고 고민하는 내용은 우리와 비슷하다. 5~6개 문항으로 이뤄져 ‘교수가 수업시간을 잘 지켰는지’, ‘시험문제는 수업에서 중요한 사항을 잘 반영했는지’ 등을 묻는 전형적인 평가방식이 오히려 학점 인플레를 부추기거나 커리큘럼 질을 떨어트린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IDEA 센터(http://www.theideacenter.org)는 캔자스주립대 고등교육연구소다. IDEA 센터는 지난 1975년부터 단과대학별 특성에 따른 강의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강의 목표, 강의에서 중점을 두는 게 무엇인지 등에 따라 평가항목을 조절할 수 있다. 현재 350여개 대학에서 IDEA 센터의 강의평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일래인 세무어 콜로라도대 교수는 미국 국가과학재단(NSF)이 시행하는 과학교육 질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세무어 교수는 “많은 교수들이 강의평가 점수가 내려 갈까봐 새로운 교수법을 적용하길 꺼려하고 있다”며 과학분야에서 SALG(Student Assessment of their Learning Gains) 설문조사를 도입한 배경을 밝혔다. SALG는 다른 대학과 평가결과를 비교하기 위한 필수 항목을 제외하고 강의평가 항목을 교수 및 강의 특성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개발에 참여한 로버트 마티외 위스콘신대 교수는 “최근에는 학생들이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를 분석해 교수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강의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효과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테오도르 프리크 인디애나대 교수는 지난 3년간 ‘The Teaching and Learning Quality’ 조사를 시행했다. 교육학 전공자인 그는 “기존 강의평가는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파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가 개발한 강의평가 시스템은 질문내용을 세분화해 학생들의 생각을 뚜렷하게 파악하고자 한다.‘나는 이번 수업에서 다른 학생들과 충실히 토론했고 내가 아는 내용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다’는 항목에 동의여부를 체크하는 식이다.

강의평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대학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텍사스주는 지난해 모든 공립대를 대상으로 교수들의 강의평가 결과를 웹 사이트에 공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노스텍사스대는 강의평가 개선방안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연구에 참여한 대학 관계자는 “상당수 교수와 학생들이 ‘수업에 활용한 교재가 강의에 적합했는지 묻지 말라고 했다’며 학생들은 교재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알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노스텍사스대는 최근 새로운 강의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강의 목적에 맞게 수업 규모가 적절했는지’ 등이 질문 항목에 포함됐다. 노스텍사스대는 강의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유형의 수업을 조사했고, 신임교수들이 특정 수업을 맡으면 학생들이 이중고를 겪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크로니클은 “평가 항목을 충실히 마련하고 교수들이 강의평가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주면 학생들이 좀 더 신중하게 평가에 임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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