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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한 경영이 문제 … 교수들 염려 읽어야”
“방만한 경영이 문제 … 교수들 염려 읽어야”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0.07.05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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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평교수가 본 ‘서남표 총장 연임’

지난 2일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74세, 사진)이 연임에 성공했다. 서 총장은 1차 투표에서 이사회 재적인원 18명(서 총장 제외) 가운데 16명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후폭풍이 만만찮다.
카이스트 신임총장 선출을 결정짓는 이사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한 언론사를 통해 ‘교과부 개입설’이 불거졌다. 교과부 모 국장이 장관 지시로 이사들에게 접근, 서 총장의 연임 반대를 종용했다는 것. 정부 고위 인사의 총장 선출 개입은 대학 자율성 침해 논란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당일 오후, 급기야 교과부는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내부적으로는 총장후보선임위원회가 후보자 추천을 규정(3인 이하 추천)대로 추천인을 선정하지 못한 채 서 총장, 신성철 카이스트 교수(물리학과, 영남대 이사) 등 총 5명의 후보들이 모두 이사회로 넘어가는 상황이 이어졌다. ‘교과부 개입설’에 대해 카이스트 측은 대학자율성 침해를, 교과부는 정관개정으로 각각 맞섰다. 카이스트 감사설도 제기됐다.

연임이 확정되자 카이스트 교수협의회(회장 김정회·생물공학과)는 ‘총장선출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카이스트 교수들은 태생적으로 개혁에 노출돼 있고 언제든지 준비돼 있다”며 “개혁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의 시선과 달리 서 총장의 정책은 정작 카이스트 교수들에겐 개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교수들이 지목하는 ‘서남표식 교육개혁’의 문제는 △단기 외형 위주의 개혁에 따른 교육 비효율화 및 학생 질 저하 △교수채용 및 승진 시 총장의 개입 문제 △언론의 왜곡과 의도적 활용 등이다. 특히 교수임용과 승진 평가의 임의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카이스트 교협은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서 총장이 제시한 영년직 승진기준 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질돼 모호하고 자의적인 기준이 생겼다”며 “총장의 뜻에 따라 교수가 허수아비처럼 움직이도록 하는 통치수단으로 교수승진을 남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년보장심사 강화, 등록금 징수제 등 서 총장의 정책을 ‘대학개혁의 아이콘’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교수들은 이번 총장선출 과정에서도 서 총장의 ‘언론플레이’ 의혹을 제기했다. 서 총장의 정책을 비판하는 교수들의 목소리를 일부 카이스트 교수집단의 기득권이나 학맥, 인맥에 기인한 교수 간 갈등으로 비하하며 본질을 왜곡시켜 왔다는 것이다.

한 교수가 전체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은 ‘서남표식 교육개혁’을 정작 카이스트 교수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교수들이 가장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산확보 없는 과대한 팽창과 방만한 경영이다. 지금처럼 막무가내 식으로 각종 편법을 동원해 총장연임을 추진하기보다 교수들이 염려하는 문제점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게 우선이다.”

한편 서 총장은 연임소감에서 “이번에 제기된 소통부재에 대한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향후 행정운영에 많은 의견을 수렴해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거친 후 오는 14일부터 14대 카이스트 총장의 임기를 시작한다. 그의 총장 2기 행보가 주목된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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