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00 (목)
언론사 대학평가 집착하다보니 목표와 수단 전도돼고 있어
언론사 대학평가 집착하다보니 목표와 수단 전도돼고 있어
  • 박광국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 부회장
  • 승인 2010.06.28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부교육’ 이제는 변해야 한다

박광국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 부회장
<중앙일보>, <조선일보> 대학평가 순위가 대학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유일한 잣대가 된 지금, 거의 모든 종합대학은 이들 언론사가 설정한 지표를 끌어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왜냐하면 교과부의 대학지원, 고교 입시교사의 대학진학 지도, 학생과 학부모의 대학 선택 등에서 이들 지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의 대학평가 영역은 크게 4부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수연구 120점, 평판도 110점, 교육여건 100점, 국제화 70점 등이다. 이 중 가장 비중이 큰 부문이 바로 ‘교수연구’ 부문이다. ‘교육활동’이 아닌 ‘교육여건’ 부문이 100점인데, 세부지표를 보면 교육의 질과는 전혀 무관한 외국인 교수 비율, 영어강좌 비율, 학생당 교육비, 학생당 장학금 규모 등 학사지도나 인성교육과는 동떨어진 지표들이다.

학생이 교수 얼굴보기 힘들어서야


그러다보니 거의 모든 대학의 교수들은 오직 연구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하다. 출근해서 연구실에 들어가면 학생이 못 들어오게 아예 연구실 문을 잠그고 연구에 몰두하는(?) 해프닝은 현재 거의 모든 4년제 종합대학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대학은 독자적인 철학과 비전, 인재상, 학생이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대학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한다. 그런데 오로지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언론사 대학평가에만 집착하다 보니 목표와 수단이 전도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민경찬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대학교육위원회 위원장(연세대·수학과)은 최근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가 주최한 특강에서 “교육의 본질은 학생 한명 한명의 변화에 있다. 대학은 도그마 형성이나 전수의 장소가 아니고 교수와 학생이 동반자의 위치에서 개방된 자세로 함께 지식을 창출하고 학습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점에 비춰 현재 우리 학부교육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대학의 전임교수는 학부에서 대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고 일반대학원 혹은 특수대학원에서 대학원생을 가르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을까. 그러다보니 학부교육은 거의 시간강사에 의해 주도되고 특히 신입생은 현재 학부제 아래에서 전임교수를 만날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차단당하고 있다.

과도하게 연구에 집중된 교수업적평가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가톨릭대의 경우 교육을 잘한 우수교수가 받는 인센티브는 매 학기당 100여 만원인데, 연구능력이 탁월한 교수는 그렇지 않는 교수에 비해 무려 3~4천만원의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연구비 수주가 탁월한 교수는 ‘연구비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1~2천만원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주고 있다.

가톨릭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28점(100점 만점)으로 설정돼 있는 교육부문을 40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 전임교수의 수업평가 점수를 학생들에게 전면 공개하는 방안을 전체 교무위원회에서 확정했다. 전임교수의 학부강의(특히 1학년 교양과정)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인센티브 제도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인성과 영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교양교육원, 인간학교육원을 확대하고 다양한 인성함양 프로그램을 교양과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이미 마련해 놨다.

업적평가, ‘불이익’에 초점두면 안돼


교육내실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업적평가나 인센티브제, 수업평가 및 각종 교수지원정책은 교수들에게 불이익을 주기보다 수업스킬이 미흡한 교수들의 교육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학교차원의 배려에 주목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교수연구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학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교육과 연구’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균형을 맞추려는 부단한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는 점이다.

박광국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 부회장

미국 조지아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했다. 현재 가톨릭대 교무처장을 지내고 있다. 『휴먼조직론』, 『문화행정론』등 다수의 논저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