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6:55 (토)
“慣例인데 기부금을 … 보통 한 장을 받습니다”
“慣例인데 기부금을 … 보통 한 장을 받습니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0.06.07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수임용시 ‘금품 요구’하는 대학들

A 박사는 최근 전남의 한 4년제 사립대의 교수임용심사 과정에서 ‘금품 요구’를 받았다. A 박사가 털어 놓은 정황은 이렇다.

1차 서류심사 합격 뒤 공개강의 등 별다른 절차 없이 ‘최종 면접’ 대상 2명에 들었다고 연락을 받았다. 전혀 연고가 없었고 잘 모르던 대학이라 교무팀에 전화를 했다. 최종 면접은 몇 배수로 뽑았고,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 물었다. 교무팀 관계자는 “오셔서 보시면 압니다”라는 말만 했다.

총장이 참석한 최종 본부 면접을 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은 “학교발전을 위해 무엇을 하겠습니까?”였다. 3일 뒤 지원 대학에서 전화가 왔다. “00대입니다. 임용 결정이 유력합니다. 그런데 통상적인 관례로 ‘기부금’을 내야 합니다. 우리는 교수님을 원합니다. 보통 한 장을 받습니다.”

A 박사는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교무팀 관계자는 “반 장도 받습니다. 주변에 수소문 해보면 아실 겁니다.” A 박사는 이 대학 사정을 좀 아는 동료를 통해 ‘한 장’이, ‘반 장’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한 장은 1억 원, 반 장은 5천만 원을 뜻했다.

대학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생각해 보셨습니까? 사회생활을 좀 안 해보셨군요. 학부가 약하던데, 우리가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어차피 교수를 하면 ‘기부금’을 내야 합니다. 시간 지나서 내는 것 보다는 먼저 돈을 내고 시작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A 박사는 기부금을 낼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며칠 뒤 또 전화가 왔다.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이야기를 한 것이었고, 다른 걸 요구한 건 아니었습니다. 좋은 일 있기를 바랍니다.” A 박사에게는 다른 곳에는 알리지 말라는 뉘앙스로 들렸다.
B 박사는 오랫동안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다. “지금은 (교수 임용을) 포기한 심정”이라고 했다. B 박사는 경기도의 한 4년제 사립대에서 ‘금품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1차 서류심사를 마치고 서류전형 합격 소식을 우편으로 받았다. 다음 공개강의 일정을 알려주고, 세부적인 일정과 준비 사항은 추후 별도 연락을 준다는 내용이 있었다. 며칠 뒤 대학에서 전화가 왔다. “총무처장을 잘 아시느냐, 발전기금을 내실 의향이 있느냐”고 총무처 직원이 물었다. B 박사는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공개강의 전날까지도 세부 준비사항에 대해서는 연락이 없었다. 공개강의 당일, 공개강의 주제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기본적인 사항도 모르고 허겁지겁 공개강의를 마쳤다. 공개강의에는 학생들은 없고, 학과 교수 2명만 참석했다. 공개강의에 4명의 교수임용 지원자가 참석했는데, 유독 1명만 ‘준비된’ 공개강의를 했다.

그래도 총장 최종 면접까지 갔다. 최종 면접을 앞두고는 또 직원이 물었다. “총무처장을 잘 아시느냐, 총장과는 평소에 잘 아시느냐, 혹시 친·인척과 아는 사이시냐.”

총장 면접이 끝났다. 또 직원이 “000을 잘 아시죠?”라고 지연 관계를 들먹였다. 빙빙 돌려 금전적인 요구도 했다. 직원은 구체적인 금액까지는 밝히지 않았다. 구체적인 발전기금 액수는 지인을 통해 전해 들었다. 1억 원이 훨씬 넘는 거액이었다. B 박사는 거절했다. 공개강의에서 유독 ‘준비된’ 강의를 했던 지원자가 최종 임용됐다.

교수임용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6월 1일, 조선대 서 아무개 강사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관련 서 강사가 유서에서 언급한 3개 대학의 현장 조사를 마쳤다. 교과부 관계자는 “행정 조사는 한계가 있다. 자료를 수집했고 사실관계 확인 정도다”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며 지난달 28일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조만간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품 요구·논문 대필 제보를 받습니다
교수임용 지원시 금품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석·박사 논문 대필 사례에 관해
editor@kyosu.net  / 02-3142-4112로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