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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33. ] 뒤늦은 책욕심
[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33. ] 뒤늦은 책욕심
  •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 승인 2010.05.31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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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방학이 시작된지도 두어 주가 지나가고 있는데, 제대로 한 번 쉬어 보지도 못하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며칠 후면 지금 살고 있는곳을 떠나 단독 주택으로 옮겨가게 돼서 이사 준비로 바쁜 탓이다. 유학생 시절부터 교수가 된 지금까지 여태 방 두 칸 짜리 아파트를 빌려서 살아 왔다. 그런데, 이제는 딸아이가 곧 중학생이 될 터이니 좀 더 큰 집이 필요하기도 했고, 이리저리 학교를 옮겨다니면서 자취생처럼 지내던 생활을 ‘이제’는 접고 나름대로 정착을 해야 한다는 마음도 생겨, 다소 무리이긴 했지만, 늦은 나이에 집을 장만하게 됐다.


그리고 내 집이 생기자 갑자기 서재랄까, 작은 ‘홈 라이버러리’랄까, 뭐 그런 공간을 꾸미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서 집 안의 딴 공간은 제쳐두고 (실은 아내에게 맡기고), 인터넷도 뒤져 보고 책장을 파는 가구점들도 둘러보면서 ‘행복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런 내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 보던 딸아이가 핀잔을 준다. 들어보니 책도 얼마 없는데 도대체 그 책장을 어떻게 채울 거냐? 뭐 이런 내용이다. 아닌게 아니라, 사실 책장을 채울 만한 책들이 별로 없다. 대학 시절부터 나를 봐 온 아내가 ‘너처럼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이 어떻게 박사 공부까지 하고, 교수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항상 놀라워하는 만큼 사실 그다지 독서를 즐기며 살아오지는 않았다. 거기에다 책 읽는 습관조차도 여러 책을 두루 읽기 보다는 한 번 맘에 둔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스타일이다 보니 더우기 가지고 있는 책이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한국에 대부분 남겨 놓고 미국으로 건너 왔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동안에는 자의반 타의반, 공부를 따라가기 위해 책도 읽고 논문도 읽어야 했지만, 얄팍한 지갑 사정으로 책을 사서 보기보다는 이러저리 빌리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등 최대한 책 구입을 ‘억제’했으니 가지고 있는 책의 양으로 보자면, 딸아이 얘기처럼 서재나 라이버러리란 이름을 붙이기에는 무리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책을 가지지 못했고 또, 많은 독서를 하지 못해 왔음에 대한 자성이 역설적으로 그런 공간에 대한 열망을 더 부채질하는 듯 하다. 사회 과학을 공부하면서 비단 전공 분야 뿐 만이 아니라 사회 전분야에 대한 폭넓은 독서와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철학적 고민들이 학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살아나가는데 기본적인 토양이 된다는 사실을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실감하게 되니 더욱더 책에 대한 뒤늦은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없는 살림이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책장들을  마련하고 또, 책들을 사모으려고 한다.


다행이 인터넷을 뒤져보니 출판된 지 오래된 고전들은 운송료보다도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책장을 아직 사지도 않았지만, 이미 제법 많은 책을 주문해 놨다. 학교 근처 서점을 지나다 운좋게 1불에 파는 몇몇 책들도 사놓았다. 시간이 제법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그 책장을 다 채울 만큼의 책들을 모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렇게 많아진 책들이 책장 뿐만이 아니라 모자라기만 한 내 사고의 폭을 넓히고 꽉 채워줄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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