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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풍경] : 한국근대회화 100선(1900∼1960) 展
[예술계풍경] : 한국근대회화 100선(1900∼1960) 展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05.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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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1 13:49:52
우리 예술사에서 ‘근대’에 대한 개념은 여전히 모호하고 어렵다. 단순한 시대구분 아닌 역사와 문화의 날과 씨가 만나 직조된 근대 개념의 부담 때문일텐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야심차게’ 마련한 ‘한국근대회화 100선(1900∼1960) 展’은 그런 면에서 자칫 무모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작품 선정 과정에서부터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근대미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투표까지 했다. 그렇게 뽑힌 100점의 작품들은 19세기 후반 개화기부터 서구현대미술의 실험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60년대까지.
1900년대 조선왕조 말엽 화원화풍을 이은 안중식과 조석진의 산수화, 고요와 생동을 한데 머금은 이상범의 농촌 풍경, 한국적 진경산수의 일가를 이룬 변관식의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수묵과 담채의 전통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사실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근대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희동과 구본웅, 낯설면서도 독특한 이유태와 오지호의 그림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통해 전통과 서구를 그림 속에서 맞닥뜨린 거장들의 윤곽이 잡힌다.
말로만 듣던 나혜석의 작품과 이응노,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의 낙관이 생생한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인 일. 2층 3전시관에 마련된 영상실에서 상영하는 한시간 짜리 영상물은 화가들의 작품경향과 미술사를 정리해주고 있어서, 전시를 보고 난 뒤 자연스레 ‘복습’ 효과를 낸다.
다만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동시에 한국 근대회화의 예술성과 미술사적 의미를 널리 알려 민족적 자긍심을 고조시키는 한편 세계인에게 한국 근대미술의 진수를 널리 알리고자”한 기획 의도는 너무 거창해서 경박스럽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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