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01 13:49:52
1900년대 조선왕조 말엽 화원화풍을 이은 안중식과 조석진의 산수화, 고요와 생동을 한데 머금은 이상범의 농촌 풍경, 한국적 진경산수의 일가를 이룬 변관식의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수묵과 담채의 전통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사실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근대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희동과 구본웅, 낯설면서도 독특한 이유태와 오지호의 그림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통해 전통과 서구를 그림 속에서 맞닥뜨린 거장들의 윤곽이 잡힌다.
말로만 듣던 나혜석의 작품과 이응노,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의 낙관이 생생한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인 일. 2층 3전시관에 마련된 영상실에서 상영하는 한시간 짜리 영상물은 화가들의 작품경향과 미술사를 정리해주고 있어서, 전시를 보고 난 뒤 자연스레 ‘복습’ 효과를 낸다.
다만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동시에 한국 근대회화의 예술성과 미술사적 의미를 널리 알려 민족적 자긍심을 고조시키는 한편 세계인에게 한국 근대미술의 진수를 널리 알리고자”한 기획 의도는 너무 거창해서 경박스럽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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