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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명예박사학위 수여 현황
[진단] 명예박사학위 수여 현황
  • 교수신문
  • 승인 2002.04.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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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30 19:31:42
최근 10년 사이 명예박사학위 수여수가 크게 증가했을 뿐 아니라, 상당수의 명예박사학위가 정·재계 인사들에게 수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교수신문이 ‘연중기획―대학, 이것만은 버리고 갑시다(2) 남발되는 명예박사학위’ 취재를 위해 벌인 예비조사에서 밝혀졌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박사학위과정이 설치된 1백1개 대학 중 97대 대학이 수여한 명예박사학위 수여수는 1994년까지 30∼40여 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5년에는 82개로 그 전해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했으며, 그 이후 1996년에 93개, 1997년에 1백25개, 1998년에 96개, 1999년에 1백26개, 2000년에 1백56개, 2001년에 1백37개로 집계됐다. 이는 학위 수여예정일 60일 전에 교육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 명예 박사학위 승인제가 1994년부터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제고시킨다’를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폐지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학위 수여에 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이 대학으로 넘어가자마자 경력란에 ‘명예박사’를 적어 넣는 정·재계 인사들이 해마다 부쩍 늘어났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많은 대학들이 기부금에 대한 기대를 품고 학위를 남발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명예박사학위의 공신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

정치인보다 재계인사에 쏠려

지난 10년간 상위 30개 대학에서 정치인에게 수여된 학위는 확인된 것만 해도 총 65개로, 1997년이후 크게 증가된 추세를 보였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수여된 학위수는 총 50개로, 1992년부터 1996년까지 수여된 학위수가 총 15개였던 것에 비해 무려 3배가량 늘었다.

이 기간 동안 명예박사학위를 제일 많이 받은 정치인은 김종필 자민련 총재(명지대, 동의대, 공주대, 광주대)였으며, 그 뒤를 권노갑 전 의원(경기대, 동국대, 제주대), 박상희 의원(숙명여대, 숭실대, 건국대)이 뒤따랐다. 김종필 총재는 명예법학박사(중앙대, 명지대), 명예철학박사(홍익대), 명예경제학박사(동의대), 명예교육학박사(공주대) 등 네 개의 학문분야에서 5개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에 덧붙여 최근 광주대는 대학원을 설치한 후 처음으로 수여하는 제1호 명예행정학박사를 김 총재에서 선사함으로써 그는 총 6개의 명예박사학위를 거머쥐게 됐다. 해외에서 받은 명예박사학위까지 합치면 김 총재는 무려 12개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시기 재계 경영인에게 수여된 학위는 모두 1백5개로 확인됐다. 그중 정주영(故 현대그룹 명예회장), 김선홍(기아그룹 회장), 박정구(금호그룹 회장)등의 인사들이 2개 이상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총 99개 그룹의 회장들이 지난 10년간 각 대학들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셈이다. 이들 대학 중 경영인에게 가장 많은 학위를 수여한 대학은 10명 이상을 기록한 연세대였으며 그 다음으로 전남대, 고려대, 원광대, 명지대, 순천향대 순이었다.

김종필 총재, 고 정주영 회장 가장 많아

연세대는 지난 10년 동안 구자경(엘지 그룹 명예회장), 정몽헌(현대 그룹 회장), 박정구, 정세영(현대자동차 명예회장), 박용곤(두산그룹회장), 구본무(럭키금성그룹회장), 김향수(아남그룹회장) 등 주요 재벌에 속하는 그룹 회장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영인 중 명예박사학위를 제일 많이 받은 故 정 명예회장은 그간 명예공학박사(경희대), 명예경제학박사(충남대, 연세대), 명예문학박사(이화여대), 명예정치학박사(서강대), 명예철학박사(고려대), 명예체육학박사(한국체육대) 등 여섯 개의 학문분야에서 총 7개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해외에서 받은 것까지 합치면 총 9개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0년 동안 명예박사학위를 가장 많이 수여한 대학은 원광대로 총 49개의 학위를 정치인, 행정관료, 경영인, 교육계 인사, 해외 인사 등에게 수여했으며, 연세대(45개), 한양대(38개), 순천향대(33개), 경희대(31개), 경기대(30개), 고려대(26개)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 10년간 명예박사학위 수여자 수가 많은 상위 30개 대학의 경우, 학위수여자 중 해외인사(29.2%)가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경영인(20.2%), 정치인 및 관료(14.2%), 교육계 인사(17.1%), 그리고 기타(19.3%, 각종 협회장, 언론인, 법조인, 의료인 등)순으로 학위를 수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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