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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한국 대학의 20:80 법칙
[딸깍발이] 한국 대학의 20:80 법칙
  • 황준성 편집기획위원·숭실대·경제학
  • 승인 2010.04.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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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성 편집기획위원·숭실대·경제학
일반적으로 ‘20:80’의 이야기는 사회경제면에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본래 20:80 법칙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 사회학자 파레토가 우연히 개미들을 관찰하다가 열심히 일하는 개미는 전체 개미의 약 20%뿐이고, 나머지 80%는 그럭저럭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열심히 일하는 개미 20%를 따로 분리해 관찰을 했는데, 관찰한 결과 처음에는 모두 열심히 일을 하다가 또 다시 80%는 그럭저럭 놀기 시작했다. 한편 80% 일을 안 하던 집단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다시 20:80의 비율로 그룹이 갈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20:80의 법칙을 탄생시켰다.

    이렇게 출발한 20:80의 법칙은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개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20:80의 법칙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교육현장-특히 대학사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20:80 법칙이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교육의 현장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 대학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20:80 법칙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대학의 교육 및 재정여건을 놓고 보더라도 전체 대학의 상위 약 20%에 해당되는 대학은 그 상태가 우수하거나 안정적인 반면,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대학은 교육여건이 대체로 열악하거나 재정의 건전성이 취약한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도 주로 20%의 대학에 집중적으로 지원되는 경향을 보인다. 서울, 수도권대학에 집중되는 문제를 해소하고 지방대를 육성하기 위해 추진된 누리사업도 지방대 내에서 또 다른 20:80의 법칙이 나타나고 있다. BK21사업이나 WCU사업의 예산 배분도 큰 차이 없이 20:80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다. 또한 연구업적이 뛰어난 우수한 학자들도 주로 상위 20%의 대학에 편중된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20:80의 현상은 학교 내신이나 수능성적이 상위 20%에 해당되는 학생들이 상위 20%의 대학에 선택되는 구조적 연결고리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대학사회의 20:80 법칙은 대학의 서열화를 고착시킬 뿐만 아니라, 대학 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최소한 고등교육이라는 교육재화는 초등교육이라는 교육재화와는 달리, 일반적인 교역재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능력여부에 따라 질 높고 우수한 교육재화를 공급하고 수요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이러한 메커니즘이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며 능력에 따른 차별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평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능력에 따라 개인별 또는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해야 하는데, 문제는 대학사회에 존재하는 20:80의 법칙이 이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대학들도 문제이긴 하지만, 이 문제는 시간이 경과하면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된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대학에 나타나고 있는 20:80 법칙이라는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정부-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거시적 관점에서 불균형적 고등교육 발전이며, 비효율적 인적자본의 배분이기 때문이다.

    20:80의 법칙이 대학 스스로의 자구노력에 의해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면 그래도 정부, 기업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희망이라고 본다. 필자는 여기서 결코 결과적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20:80 법칙의 문제를 풀어 보자는 것이다.

    대교협이 대학인증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별 숫자로 표시될 대학인증제도가 대학사회와 시민사회로부터 신뢰받는 인증제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의 대학에 대한 각종 지원이 발전과 성장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80의 법칙으로 인해 그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 대학을 배려함으로써 대학 간의 공정한 교육경쟁에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황준성 편집기획위원·숭실대·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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