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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상대로 한 評傳은 활발 … 학계 정착까진 아직도 먼 길
대중 상대로 한 評傳은 활발 … 학계 정착까진 아직도 먼 길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4.26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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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연구 어디까지 와있나

2000년 이후 평전 출판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09년 한해만 다윈과 박헌영, 휠덜린 등 80여 종에 달하는 평전이 출간됐다. 전기와 자서전, 회고록의 출판 역시 증가세다. 한국인물사연구소 유승주 고려대 명예교수(역사교육)는 “역사 자체가 인물사다”라고 단언한다. 한 인물의 생애를 면밀히 추적해 그 시대와 사회를 조망해 보는 데 인물연구의 특징이 있다. 그러나 국내 학계에서 인물연구의 자리는 좁다. 특별한 연구방법론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평전이 대중적인 역사책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과 달리 학계의 인물 연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영웅사관에 갇힌 학계의 좁은 틀


인물연구는 상대적으로 연구자의 수고가 많이 드는 연구다. 한 인물의 생애 전체를 추적해야 하는 만큼 1차 자료의 수집에만도 상당한 시간과 발품이 필요하다. 그런데 학계는 인물연구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연구로 본다. 연구평가에서도 평전이나 전기 등의 단행본은 논문 이하의 점수를 받거나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교수 저작으로 출판된 평전은 논문을 묶어낸 형식이 다수다. 연구지원 체계도 문제다.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연구 성과에 편향되다보니 장시간을 소요하는 인물연구는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 김기봉 경기대 교수(사학)는 “대상이 작다고 시각이 작은 게 아니다. 그런데 역사학계는 여전히 사회경제사적인 역사서술에 갇혀있다. 인물 중심의 역사 서술은 낮은 단계의 작은 연구라는 편견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다보니 평전은 역사가의 영역이기보단 작가의 영역으로 넘어간 듯 보인다. 김 교수는 “인물연구가 학계에 흡수되지 못한 채 역사와 소설 사이의 장르로 자리매김 됐다”며 이는 “새로운 장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역사학계의 보수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인물연구는 상대적으로 연구자의 수고가 많이 드는 연구다. 한 인물의 생애 전체를 추적해야 하는 만큼 1차 자료의 수집에만도 상당한 시간과 발품이 필요하다. 그런데 학계는 인물연구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연구로 본다. 연구평가에서도 평전이나 전기 등의 단행본은 논문 이하의 점수를 받거나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교수 저작으로 출판된 평전은 논문을 묶어낸 형식이 다수다. 연구지원 체계도 문제다.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연구 성과에 편향되다보니 장시간을 소요하는 인물연구는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 김기봉 경기대 교수(사학)는 “대상이 작다고 시각이 작은 게 아니다. 그런데 역사학계는 여전히 사회경제사적인 역사서술에 갇혀있다. 인물 중심의 역사 서술은 낮은 단계의 작은 연구라는 편견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다보니 평전은 역사가의 영역이기보단 작가의 영역으로 넘어간 듯 보인다. 김 교수는 “인물연구가 학계에 흡수되지 못한 채 역사와 소설 사이의 장르로 자리매김 됐다”며 이는 “새로운 장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역사학계의 보수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연구지원 시스템도 인물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구태훈 교수의 안중근 인터뷰』(재팬리서치21, 2009)를 펴낸 구태훈 성균관대 교수(사학)는 평전과 같은 인물연구는 원로 교수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현재 대학 시스템 안에서 점수도 안 되는 평전을 쓸 젊은 교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영웅이나 위인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인물의 경우 지원을 얻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分院 貢人 池圭植의 공·사적 인간관계 분석」(한국인물사연구소, 2009)을 통해 조선시대 분원 공인의 일상을 파고들었던 박은숙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연구원은 국내 인물 연구는 여전히 영웅사관에 갇혀 있다고 꼬집는다. “1980년대 이후 인물 연구를 미시사로 접근하는 서양의 연구가 국내에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실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인물연구의 대상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영웅 중심, 사건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는 것이 먼저다”라고 제시했다.

한 인간의 삶은 그 자체로 시대의 단면을 총체적으로 증명한다. 때문에 인물연구만큼 학제간 연구가 필요한 분야도 없다. 2002년 한국인물사연구소를 출범시킨 유승주 소장은 “문집 하나를 정리하는 데도 문학과 역사, 철학 연구자들의 합동연구가 뒷받침 돼야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학제간 연구로서 인물연구가 하나의 학문영역으로 정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제간 연구로 지평 확대 기대

문학과 역사학에서 다뤄오던 최남선을 문화사적 측면에서 재조명한 류시현 고려대 연구교수(사학)는 “하나의 학문을 통해서 인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한 인물의 생애 안에 여러 학문이 모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인물연구가 학제간 연구로서 가지는 가능성도 이런 이유와 맞닿아 있다. 류 교수는 “여행가, 출판인, 언론인으로 최남선을 보니 기존의 틀에서 보던 최남선과는 전혀 다른 평가가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사 중심의 서술에서 놓친 당대의 문화를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지사의 『상담과 심리치료 주요인물 시리즈』는 인물연구를 통한 학제 간 연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심리학계의 분수령이 될 만한 심리이론가들을 선정한 후 그들의 생애와 연결시켜 이론의 발생을 추적한다. 이 기획을 주도한 권석만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한 인물의 삶을 이해하는 것만큼 그 이론과 시대를 잘 받아들이는 방법은 없을 것”이라며 “인물연구가 학문 간의 거리를 좁히는 데서 그것이 가지는 가능성을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인물의 삶에는 드라마가 있다. 피와 땀, 숨결이 살아 있는 인생의 면면은 지나간 시대를 오롯이 복원한다. 인물사가 그 자체로 역사인 이유다. 그러나 구조와 사건 중심의 기존 역사서술은 그 주체인 사람을 배제해왔다. 서종택 고려대 교수(문예창작)는 “작가론이 하나의 연구방법으로 정착된 문학에서 조차 작가 작품론에 치우쳐 인물연구의 기초인 전기적 접근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고 말한다. 업적을 남긴 인물 위주의 연구도 인물연구가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역사학계 외부에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의 『이광수의 그의 시대』(한길사, 1986)는 인물연구의 지향으로서 하나의 시사점을 던진다. 인물의 1차 자료를 철저히 고증했을 뿐 아니라 한 인물의 사상이 인물연구를 통해 어떻게 지성사의 단계로 확장되는지 보여준다. 박헌호 고려대 연구교수는 “『이광수와 그의 시대』는 문학의 영역에 갇혀 있던 이광수를 지성사의 단계로 호명했다”고 평가한다.

인물연구가 지성사까지 아우루는 하나의 연구방법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 역사의 뒤안길에 스러져간 많은 삶들은 아직도 더 많은 연구와 조명을 필요로 한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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