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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30. ] 9년만의 귀향
[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30. ] 9년만의 귀향
  • 교수신문
  • 승인 2010.04.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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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결심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니 9년 전 한국 땅을 떠난 후 한 번도 돌아가 보질 못했다. 처음에는 2년 간의 석사 학위 과정만 마치고 나면 다시 다니던 신문사로 복직할 작정이었으니 굳이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었다. 그 뒤로도 석사 학위를 받은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로 박사 과정을 진학하게 돼 이사를 하느라 또 한 계절이 갔고, 여름 학기를 듣거나 가을 학기에 봐야 할 논문 자격 시험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다시 한 해 두 해 한국행을 미루다 보니 세월이 훌쩍 지나버리게 된 것이다. 물론, 나날이 홀쭉해지는 지갑 사정에 반비례해서 계속 오르기만 하는 항공료 부담도 큰 이유 중의 하나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어머님은 졸업식 참석차 미국으로 오셨으니 뵐 기회가 있었지만, 비행기를 탈 만큼의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시는 장인, 장모님 그리고 결혼을 해 듬직한 아들까지 본 하나 밖에 없는 동생과 처가댁의 처남들 모두 9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다. 나 역시도 이제는 마흔 줄에 들어섰다.


교수가 된 후로도 선뜻 한국을 방문할 엄두가 안나던 차에 언론학계 메이저 학회 중의 하나인 ICA (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의 연례 컨퍼런스가 싱가폴에서 열린다고 해 작년 가을에 논문을 제출했다. 자주 참석하던 컨퍼런스이니 논문을 제출한 일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제출한 논문이 채택되면 발표차 싱가폴을 가는 길에 한국을 ‘들러’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솔직히 ‘제사보다는 젯밥’에 더 관심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논문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이 평소보다 한결 복잡했다. 다행히도 논문이 무사히 채택됐고 예산 삭감으로 얼마나 받게 될지 불투명했던 학교의 지원금도 기대했던 만큼 받게 돼서 며칠 전에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중간에 갱신했지만 그 후 5년 동안 한 번 써보지도 못했건만, 어느새 여권의 만료 기한이 다가와서 급하게 사는 곳에서 6시간 떨어진 큰 도시에 있는 한국 영사관까지 가서 새로운 여권 신청도 하고 또, 실제 비행기 티켓까지 손에 쥐고 보니 한국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


아직 남아있는 학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라서 아무래도 본격적인 여행 준비는 학기가 끝난 뒤에 해야 하겠지만, 벌써부터 한국에 가서 만나보고 싶은 지인들과 처리해야 할 일들 그리고 먹고 싶었던 많은 음식들을 생각하다 보면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많은 변화에 극심한 격세지감을 느낄까봐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경제가 나쁜 와중에도 학회 참석을 독려하는 학교측의 방침에 따라서 여행 경비에 대한 큰 부담없이 9년만에 귀향을 하게 됐으니 고마운 마음으로 이제나 저제나 수학 여행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까까머리 소년 시절처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될 6월말을 기다려 본다.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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