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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일 천막농성이 보여준 ‘대학의 모순’
900일 천막농성이 보여준 ‘대학의 모순’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0.03.22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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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_ 『지식사회 대학을 말한다』(김동애 외, 선인, 2010)

 

지난 2007년 9월부터 시작된 국회 앞 천막농성이 900일을 넘겼다.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대학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요구하며 최장기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농성을 시작하고 세 번째 겨울을 나면서 농성장엔 부부 두 사람만 남았다. 김동애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 본부장(전 한성대 대우교수)과 김영곤 투쟁본부 위원(고려대 강사)이다. 서울대 대학생사람연대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도 투쟁본부에 참가하고 있다.

김동애 본부장은 “이렇게 버티면서 절망의 순간이면 아직도 죽음을 생각할 ‘비정규교수들에 대한 절박함’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교원지위가 회복될 때까지 있겠다고 선언한 말에 대한 책임감으로, 투쟁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했다. 무엇보다 노숙자로서 겪어야 하는 각종 ‘왕따’를 이겨내야 했다”고 말한다.

이들의 장기농성은 대학의 실체를 마주보게 했다. 대학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바라는 대학생과 정규직 교수, 비정규직 교수, 교사, 유학중인 박사과정생, 회사원, 기자 등 40여명이 바라보는 한국대학의 모습을 한 인터넷 매체에 연재했다. 이 글을 묶어 『지식사회 대학을 말한다』(선인, 2010)를 펴냈다.

이 책은 대학의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부동산 재산 순으로 일류대학 가는 나라’, ‘염치없이 장사에 열중하는 대학’, ‘욕망의 소도시, 지방대학을 지방에서 석방하라’, ‘스승이 절실한 대학에 제자를 보내며’, ‘자녀를 대학에 보내지 맙시다’, ‘정규직 대학 교수사회를 보면서 목 놓아 운다’등 하나 같이 대학을 향한 절규의 외침이다.

“인생의 목적이 대학입시까지이고 아이비리그 대학 내지는 스카이대학 입학까지라니. 사막화로 인해 대한민국을 덮치는 중국의 황사를 바라보면서, 정작 더 두려운 것은 중고등학교 및 고등교육을 포함해 지성의 사막화가 대한민국의 교육현장에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득재 대구가톨릭대 교수)

 “19세기 독일 대학과 20세기 미국 대학의 불합리한 점만 취하여 대학 사회의 상층의 이익에 따라 버무려놓은 지금의 비정규직 교수체제는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무너지지 않고 정당화될 수 있을까.”(홍기빈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장)

김동애 본부장은 이 책을 내면서 “대학이 시장논리의 종속에서 벗어나 대학의 민주화로 가는 대학교육정상화를 이루었으면 한다. ‘죽은 대학강사의 사회’에서 ‘착한 대학교육의 사회’로 바뀌는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는 씨앗 하나이기를 감히 희망한다”고 전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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