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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예산확보가 우선 … 주최국으로서 학문 흐름 주도해야
충분한 예산확보가 우선 … 주최국으로서 학문 흐름 주도해야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3.02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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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국제학술대회 체크 포인트

흔히 국제학술대회는 학계의 올림픽에 비견된다. 그만큼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여러 국가의 다양한 학자들이 참석하고, 규모도 방대하다. 준비기간도 몇 해에 걸쳐 진행되는 게 보통이다. 올해도 한국미생물학회와 한국비교문학회가 각각 5월과 8월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국제학술대회의 준비과정과 유의할 점은 무엇일까.

前 대회부터 본격적인 준비 돌입
개최 이전, 대회 유치국으로 선정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 먼저다. 보통 개최국은 미리 정해놓게 마련이므로 다음 개최국으로 선정되기 위해선 이번 대회 시작 전부터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2008년 제18차 세계언어학자대회를 유치했던 한국언어학회는 5년 전인 2003년부터 유치위원회를 조직했고, 2004년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주로 대회 프로그램의 선정과 진행을 기획하는 일에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관건은 예산확보다. 올해 8월 국제비교문학대회를 준비 중인 한국비교문학회의 정정호 회장(중앙대 영문학)은 대회를 유치하기 전에 기업과 정부로부터 충분한 재정지원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제비교문학대회 유치를 총괄하고 있는 (주)메씨인터낸셔날의 김정훈 주임 역시 “작은 학회는 참가비만으로 대회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학술대회의 경우 회의실 대여나 만찬을 준비하는 데만도 많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회 중간에 등록예산을 초과하기 일쑤다. 충분한 예산 확보와 더불어 지출계획을 잘 세워야한다”고 귀띔했다.

저서의 판권 가진 출판사 통해 섭외
전 세계 유수한 학자들을 섭외하는 일도 중요하다. 얼마나 많은 저명인사가 참여했는지는 대회의 위상과 향후 있을 대회의 홍보에 영향을 준다. 해외 학자의 경우 우선 학회 회원들의 개인적인 친분을 활용할 수 있다. 한국미생물학회는 각 분야의 회원들에게 추천을 요청하는 안내문을 보내 추천을 받는다. 초청 인사가 선정되면 친분이 있는 학자가 섭외에 나선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을 땐, 해당 대학이나 저서의 판권을 가진 출판사를 통해 섭외를 시도한다. 2008년 제22회 세계철학자대회 당시 대회를 주관했던 한국철학회 손동현 전회장(성균관대 철학)은 “해외 인사들의 관심을 끌만한 세션을 다양하게 마련해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발표예정자를 선발하면 초록을 받아 심사한 후 발표 가능 논문 수에 따라 발표자를 확정한다. 국내의 경우 지방이나 해외에 머무는 학자들의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런 학자들까지 빠짐없이 학회에 참여시키기 위한 방법도 필요하다.

다양한 언어구사능력 보유한 인력 확보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할 땐 실무적인 일은 전문 업체를 선정해 일임한다. 국내엔 학술대회를 비롯해 정부나 기업의 대외행사 등을 주관하는 업체가 메이저 5곳을 포함, 50여개 정도다. 학회 측에서 이들 PCO(Professional Convention Organize)업체 쪽에 행사입찰 요청서를 보내면 제안서를 작성해 입찰에 참여한다. 선정 여부는 관련 행사를 주관한 경험이 있는지가 주요하다. 다양한 국가의 학자들이 참여하는 만큼 선정된 공식 언어 외에 다양한 언어 능력을 가진 행사요원의 확보도 놓쳐선 안 될 일이다.

지식간의 경계가 무너지며 학문 간의 유통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제학술대회가 점차 늘어나는 이유다. 그러나 국내에서 주최하는 만큼 무엇보다 우리 학문의 성과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 손 교수는 “단순히 국제학회를 주체한 다는 것에 의의를 둬서는 부족하다. 외국 학문의 성과를 수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최국으로서 학문의 흐름을 주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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