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2:10 (목)
治水와 利水를 넘어 樂水에 이르기까지
治水와 利水를 넘어 樂水에 이르기까지
  • 전택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 승인 2010.02.22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논쟁 감상법’

세느강이 없다면 세계의 외교관들과 예술가들이 그렇게도 동경하는 파리가 존재했을까. 다뉴브강이 없다면 동유럽의 파리로 불리는 부다페스트 또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을까. 이외에도 그 많은 세계의 유명 도시들이 그 중심을 지나는 강을 잘 활용하지 않고도 많은 인재들과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었을까. 아니다.
반면 우리의 한강이나 낙동강은 세느강이나 다뉴브강보다 규모가 훨씬 크지만 서울과 대구를 부각시키는 데 외국인들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영산강이나 금강도 지역 발전과 관련해 특별히 떠오르는 게 없다. 4대강이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그동안의 논쟁이 제자리에 있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문화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논쟁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4대강 사업이 治水에만 머무르는가이다. 치수는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둑을 쌓거나 물길을 바꾸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순임금이 황하의 전체 시스템을 고려해 새로운 물길을 트고 제방을 쌓아서 홍수와 가뭄을 방지한 우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었다는 전설이 있다. 인간은 아직도 자연의 변덕으로 초래되는 가뭄과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수천 년 전에 시행된 치수법인 제방과 준설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적 논쟁이 4대강 사업이 갖는 치수 목적에만 머무른다면 수천 년 전 지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된다.

 
둘째, 4대강 사업이 利水에만 머무르는가이다. 이수는 강물을 자원으로 보고 인간의 경제적 복지를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인구가 늘어나 도시가 형성되면서 강물은 산업용수, 농업용수 그리고 취수원으로 활용됐다. 또한 분업이 진전되면서 도시 사이에 물자 이동이 많아지고 소득이 높아지면서 인구 이동이 늘어나 강은 화물 및 여객 수송의 뱃길로 널리 이용됐다. 강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산업혁명 이후 20세기 중반까지 강조되다가 오늘날에는 그 중요성이 점차 수그러들고 있는 실정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논쟁이 물의 경제적 활용 방법에만 머무른다면 선진국의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이 된다.  

마지막으로 4대강 사업이 樂水를 고려하는가이다. 공자는 일찍이 智者 즉 지혜로운 사람은 역동적이어서 물을 즐긴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선진국에서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즉 20세기 후반에 들면서 선진국들은 강변에 즐비한 폐허 공장들을 문화시설로 전환시킴으로써 강 회랑(river corridor)이라 불리는 강의 양변 2km 지역을 창의적인 생활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러한 도시발전정책은 공자의 지자 즉 리차드 플로리다의 창의인력이 생활 쾌적성(amenity)을 찾아 강변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하고, 이어 고부가가치산업이 이들 창의인력을 뒤따라 움직인다는 창의도시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4대강 사업이 21세기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느냐가 논쟁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4대강 사업 논쟁은 동 사업이 남한 땅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강 회랑을 창의적 생활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모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청결한 수질과 풍부한 수량을 제공하는 치수 단계, 21세기의 경제 추세에 부응하는 이수 내용 그리고 문화와 환경이 중시되는 요수 단계가 통합적으로 추진되느냐이다. 이러한 논쟁의 실천적인 준거는 지난 30여 년간 목격했던 선진국의 도시발전 체험, 예컨대 파리 근교의 베르시(Bercy)나 파리에서부터 대서양 입구까지 걸친 세느강 회랑을 창의공간으로 변모시키려는 ‘그랑 파리’ 계획도 4대강 사업 의 논쟁에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택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뉴욕주립대에서 금융정책으로 박사를 했다. 한국문화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문화재단 이사로 있다. 『문화경제학 만나기』등의 책을 저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