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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공공기구 … 사회 보수화됐다고 ‘비리 재단’ 복귀까지 용인해선 안 돼”
“대학은 공공기구 … 사회 보수화됐다고 ‘비리 재단’ 복귀까지 용인해선 안 돼”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0.02.22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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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사 선임 촉구 기자회견 나선 유재천 상지대 총장

유재천 상지대 총장은 지난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재단이 배제된 조속한 정이사 선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총장이 직접 나서 정상화 방안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유 총장은 “역시 제일 큰 문제는 구재단이 끊임없이 복귀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대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며 “대학을 사유화 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유 총장은 또 보수정권으로 바뀌었다고 ‘비리 재단’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부터 총장 임기를 시작해 이제 취임 1년을 맞은 유 총장을 만났다.

● 일시 : 2010년 2월 17일 오전 10시
● 장소 : 교수신문사 회의실
● 대담 :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 사진·정리 : 김봉억
기자bong@kyosu.net

1938년 生.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1973년부터 경희대 조교수를 시작으로 교수생활을 시작했으며, 서강대 교수와 사회대학장·언론문화연구소장, 한림대 부총장, 한림과학원장을 지냈다. 한국언론학회장과 한국방송학회장,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고 KBS이사장을 맡았다. 현재는 LG상남언론재단 이사장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 고문을 맡고 있다. 저서로 『한국언론과 사회변동』, 『정부와 언론』 등이 있다.
  △ 지난해 3월 상지대 총장으로 취임한지 1년이 됐습니다.
“총장에 취임하면서 세 가지를 천명했습니다. 첫째는 상지대를 사유화하려는 구재단측의 끊임없는 시도로부터 대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인식했습니다. 민주대학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어요. 민주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갖춘 이 대학에서 자율과 책임을 정착시키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는 상지대는 원주 지역사회의 대학이며 강원도의 대학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지역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지방대는 생존자체가 어렵다고 봅니다.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세계화를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세계화라는 것이 외국인 유학생이나 외국인 교수를 얼마나 유치하고 영어강의가 몇 개나 되느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우선은 인종의 벽을 넘어 공생하고 문화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을 학생들이 내면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어라는 도구 만으로 세계화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또 상지대는 학생위주의 대학을 추구하고 있는데 보다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대학’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졸업생들이 자신의 대학생활을 돌이켜 볼 때 낭만과 자랑스러운 시기로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대학경영 목표였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 볼 계획입니다.”

△ 구재단의 복귀 시도는 여전한데요.
“비리로 물러난 구재단이 복귀해 대학이 사유화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대학을 지켜내는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어요. 대학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빨리 상지대의 정상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너무 절실해요.”

△ 2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새로 구성됐고 보수 성향의 인사가 많아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분위가 분규 사학을 심의할 때 정확하게 해야 하는데요. 그동안의 심의 실태를 보면, 자꾸 법률적인 판단에 얽매이려고 해요. 교육현장의 정서도 잘 모르고 대학마다 특성이 다른 분규의 역사도 잘 몰라요.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안하거든요. 법률적인 판단만 하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분규 사학의 해결방안을 재산권 시각에서만 접근하려고 합니다. 사학은 설립자 개인의 사유 재산이 아닙니다. 대학은 사회의 공공기구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 주셨으면 합니다.”

△ 말씀하신 대로 대학은 ‘공공재’입니다. ‘사유재’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사분위가 이런 인식을 따른다면 사학분쟁조정위가 아니라 ‘사학분쟁조장위’가 될 수 있습니다.
“사분위가 ‘분규 사학은 설립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일반론을 세워 놓고 있는 것 같은데요. 김문기씨는 설립자가 아닙니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밝혀졌듯이 상지대의 설립자는 故 원흥묵 선생입니다. 김문기씨는 청암학원에서 상지학원으로 이름만 바꾼 것뿐입니다.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당장의 현상만 보고 있어요. 사실, 분규 사학의 대부분은 재단 비리와 관련이 있거든요. 사분위는 재단 비리를 척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사학문제를 조정해야 하는데 비리를 저지른 사람도 재산권 입장만 따져 다시 복귀시키려 한다면 사학을 더 분쟁 속으로 몰고 가는 결과만 낳을 뿐입니다.”

△ 상지대를 ‘좌파대학’으로 보는 편견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 답답한 게요. 시중말대로 하면 좌파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바뀌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면 재단 비리 때문에 사학분규가 일어나서 임시이사가 파견된 것을 두고, 좌파가 대학을 점령을 하기 위해 분규를 일으켜 점령하고 있다, 그러니까 좌파가 뺏은 대학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게 맞는다는 얼토당토아니한 논리를 갖고 분규 사학을 보려고 합니다. 이런 기류도 명백히 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잘못 보고 있는 겁니다. 사실관계는 정확히 해야죠. 비리가 있었기 때문에 분규가 일어난 것이고 그래서 임시이사가 파견이 된 것이고요. 그러니까 비리를 척결하려는 입장에서 정상화가 이뤄지는 게 맞는 것이지요. 사학 비리를 척결하는 것 자체가 건전한 사학을 발전시키는 기초 아닙니까. 그런데도 이것을 좌파가 점령한 대학이라고 보니까 뭔가 잘못돼 있고, 이렇게 보는 시각이 마치 옳은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한국의 사학을 망치는 길입니다.”

△ 왜 이럴까요?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몇몇 사람들이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 파견된 임시이사를 좌파라고 보는 것 아닐까요?
“상지대, 광운대, 조선대 등에 임시이사를 파견한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그 이전 정권 때 있었던 일이에요. 좌파가 대학을 점령한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이렇게 몰아가고 있어요. 사회가 보수화됐다고 해서 사학비리 세력들이 자기 살길을 찾겠다고 그렇게 몰고 가는 겁니다.”

△ 정이사체제 전환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될 텐데요. 어떤 분들이 정이사로 선임되길 바라십니까.
“구재단측의 친인척이나 구재단의 이익을 옹호하는 사람은 배제돼야 합니다. 정이사는 사회적으로 명망 있고 대학교육에 비전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사학의 투명한 경영 의지가 있는 분들로 구성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미 상지대 구성원 뿐 아니라 구재단측도 정이사를 추천한 상태입니다. 구재단이 추천한 정이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요구입니다.”

△ 대학마다 학부교육 강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상지대의 교육 내실화 계획은 어떤가요.
“상지대는 교육중심대학입니다. 교육중심대학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교육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수들의 교수법을 다양하게 개발해 현장에서 적용하도록 하고 끊임없이 개선점을 받아들여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충실한 교육이 되려면 ‘실라버스’가 제대로 돼야 합니다. 실라버스 개발에도 연구비를 지원하듯이 지원하려고 합니다. 이와 함께 학생 눈높이에 맞는 교재개발에도 지원을 늘릴 예정입니다. 젊은 교수님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학생을 위해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학생들을 향상시키는 것인지 고민해 보길 바랍니다. 입학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들어오더라도 졸업할 때는 훨씬 높게 키워낼 수 있는 고민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 대학은 격변기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총장님은 요즘 대학을 어떻게 보시는 지요.
“대학을 국가시책에 맞게 획일화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은 자율 속에서 특성을 살릴 수 있게끔 만들어 주고 이를 위해 지원하는 게 옳습니다. 대학이 다양해 질 때 사회도 다양해지고, 다양한 인재도 배출돼 사회전체가 창의력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도 고민해 볼 부분이 있는데요. 대학다운 대학은 교육당국이 대학에 미끼를 던져도 맞지 않다고 판단하면 따라가지 않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대학을 직업학교처럼 몰고 가는 분위기도 팽배해요. 기업체는 바로 쓸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하고 맞춤교육을 강조하는데요. 이것은 대학을 부정하는 겁니다. 대학은 여전히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춘 인재,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춘 사람을 길러내는 곳입니다. 교수사회에 대해서는 교수들이 직업으로서의 교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교수가 너무 테크니션이 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상지대의 비전은] 그린캠퍼스 선도 …녹색교육 핵심대학으로


상지대의 비전은 ‘녹색교육 핵심대학’이다.
특성화 분야는 이미 생명·환경·의료 분야로 정했고 이에 맞게 설계된 ‘그린 커리큘럼’은 유명하다. 교양과정에 한국사상과 생태주의, 숲과 인류생활 등 15개 과목을 개설해 학기마다 2천여 명씩 수강한다. 특히 전공교육과정도 7개 단과대학에 65개 과목이 편성돼 있다. 상지대의 교육목적인 의료·생명·환경 전문가를 길러내는 바탕이다. 교육과정뿐 아니라 지열, 태양열을 활용한 대체에너지 냉난방시스템, 친환경 유기농산물로 교내 식당을 운영해 그린 캠퍼스를 구축해 왔다.
이런 노하우는 녹색성장산업을 이끌어 갈 인력 양성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조성해 온 그린 캠퍼스 전략에다 녹색환경공학부를 신설하고 신에너지자원공학과를 집중 육성해 녹색교육 핵심대학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이다. 녹색환경산업전공과 녹색생태공학전공으로 구성되는 녹색환경공학부는 국가 신성장산업의 핵심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신설된다. 또 신에너지자원공학과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주축으로 커리큘럼을 개편해 집중 육성한다. 이를 통해 상지대의 그린 캠퍼스 추진에 부합하는 전문 인력을 키워낸다는 계획이다.

상지대의 오늘은

상지대는 1993년 김영삼 정부 때  김문기 전 이사장이 사학비리로 물러난 이후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다 학원이 정상화됐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판단에 따라 2004년부터 정이사체제로 전환됐다. 2007년 5월 “임시이사는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이사진이 해임되고 다시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새롭게 구성된 2기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정이사체제 전환 문제를 심의하고 있다. 현재 임시이사의 임기가 만료돼 이사부존재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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