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4:40 (토)
인문학 연구자는 저작권으로부터 어떻게 보호받아야 하나
인문학 연구자는 저작권으로부터 어떻게 보호받아야 하나
  • 우주영 기자
  • 승인 2010.02.01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 대학가] 스탠포드대, 저작권 소송 걸린 교수 편에 서다

   연구와 저술이 주요 활동인 학계만큼 저작권 문제와 긴밀한 분야도 없을 것이다. 표절과 인용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자칫 발을 헛딛는 순간 연구자로서의 생명도 끝이 난다. 이에 저작권의 문제가 겹쳐지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특히 매순간 혁명적인 진화를 거듭하는 현재의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의 경계를 명확히 가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저작권법을 개정한 이후 더욱 거세지고 있는 저작권 관련 논란은 단순치 않은 저작권 문제의 현실을 보여준다.

   미 스탠포드대 캐롤 로브 쉬로스(Carol Loeb Shloss) 교수는 최근 저작권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을 미국 고등교육 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에 기고했다. 쉬로스 교수는 최근 24만 달러가 걸린 제임스 조이스 재단과의 저작권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녀는 2003년 Lucia Joyce: To Dance in the Wake란 책을 집필 한 바 있다. 그런데 제임스 조이스에 관한 책을 집필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그의 저작 중 일부가 인용된 것이 문제였다. 재단측은 이와 관련해 쉬로스 교수와 출판사를 고소했다.

   쉬로스 교수는 이 같은 소송이 비단 자신에게만 해당된 일이 아니란 점을 지적한다. 그녀는 “왜 대학은 인문학 교수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소송을 대학에서 관리해야 할 잠재적인 위험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대학은 인문학 교수들에게 일어날 저작권 관련 소송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란 질문으로 나아간다. 즉, 인문학 교수들과 그들의 저작물을 보호해 줘야 할 책임이 해당 대학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쉬로스 교수는 “인문학 저서는 인문학자 개인의 관점이나 의견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문제에서 대학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장비와 실험실이 없다면 과학, 기술 관련 연구가 이뤄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문학은 선천적으로 대학이 가정할 수 있는 모든 것과 관련한 연구다”라고 밝힌다. “과학, 기술연구가 비교적 단시간 안에 가시적인 결과물을 창조해 낸다면, 인문학은 대학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즉, 과학, 기술 학문과 인문학은 학문의 특성상 태생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때문에 대학은 과학, 기술 관련 연구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것처럼 인문학 저서의 저작권 관련 소송 역시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쉬로스 교수는 대학들이 인문학 교수들의 저작을 대학의 잠재적인 재산으로 여길 것을 당부한다. 또한 저작권 등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역시도 대학이 ‘의무적’으로 관리해야 할 위험 군으로 분류해야 한다. 쉬로스 교수가 소송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스탠포드 대학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다. 스탠포드 법학 대학 내 ‘인터넷과 사회학의 공정 사용 프로젝트’ 근무자와 관련 기관이 그녀의 소송에 함께 참여했다.

  저작권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는 지금, 대학이 해당 대학 교수들의 저작권 관련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쉬로스 교수의 주장은 먼 바다 건너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사례가 조만간 국내 인문학자들에게 좋은 타산지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주영 기자  realcosmos@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