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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화제] : 이두호 세종대 교수의 역사만화 만들기
[문화화제] : 이두호 세종대 교수의 역사만화 만들기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2.04.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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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17 14:42:57

대하역사소설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홍명희의 ‘임꺽정’과, 유려한 생활어와 민초들의 생생한 삶을 그려낸 대작으로 평가받는 김주영의 ‘객주’가 옷을 바꿔 입고 다시 세상에 나왔다. 활자로 엎드려 있던 임꺽정과 천봉삼에게 표정과 색깔과 질감을 입혀 일으킨 이는, 역사만화가 이두호 교수(영상만화과).

1969년 소년中央 창간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해 소년동아, 어깨동무, 보물섬, 새소년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만화잡지가 없었으니 그의 만화를 보며 웃고 울며 자란 세대는 20대부터 40∼50대까지 고루 걸쳐있다. 한가위나 설날이면 식구들 둘러앉은 행복한 밥상에 더벅머리를 긁적이며 염치좋게 끼어 앉는 ‘머털도사’ 또한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친구이다.

그의 주인공들은 둥글넓적한 얼굴 생김, 가늘고 긴 눈매, 작고 다부진 몸매부터가 ‘우리 인물’들이다. 독하기도 하고 교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수룩해서 더욱 친근한 그의 인물들은 한국의 산천과 토속적인 정취 속에서 살아 숨쉬기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토속만화가, 역사만화가로 자리매김해온 이두호 교수의 이번 작업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원작 소설들이 갖는 방대함과 문학적 완성도 때문이다. 보통의 만화가들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이번 작업을 가능하게 한 것은, 작가로서의 집념과 자존심이다. 도제를 두지 않고 1인 작업을 하는 그가 5년 넘게 ‘임꺽정’만 붙들고 있었던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작업실 한켠에 자리한 너덜너덜한 국어대사전과 ‘한국복식사’, ‘한국무속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들이 이교수의 고집과 장인정신을 말해주듯이.

학위가 없는 현역 만화가가 4년제 대학 교수가 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한 그는 학생들에게 ‘우리 것’을 그리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담뱃갑과 바지저고리 정도는 그릴 줄 알아야 우리 만화가”라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지난 1995년 21권으로 출간된 적이 있는 만화 임꺽정은, 책으로 묶으면서 빠진 부분과 미처 담아내지 못한 부분을 살려내 총 32권으로 묶을 예정이다. 객주는 이번에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1차로 5권이 먼저 나왔고, 5권이 세상빛을 기다리고 있다.

청석골 도적 두령들이 신출귀몰 활약하는 모습과 장사치들이 빚어내는 세상사는 지혜에 침을 꼴깍 삼키며 밤새 책장을 넘겼던 독자들은, 가슴 설레며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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