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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 : 싱가폴 대학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현장보고 : 싱가폴 대학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 교수신문
  • 승인 2002.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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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지원으로 세계 인재 영입
90년대 중반 이후 싱가폴 대학들의 연구업적과 학문적 명성은 많은 성장을 보였다. 특히, 싱가폴 국립대의 경우, 97년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학들 중에서 항상 상위 10위권 이상에 랭크돼 왔다. 하지만, 이러한 진보가 앞에서 언급한 각종 개혁에 따른 것으로 쉽사리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싱가폴 국립대의 성장은 단지 시스템이 보다 경쟁적으로 바뀌어서라기보다는, 교육과 연구의 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인적, 물질적 투자가 엄청나게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에도 기인하는 바가 크다. 교수들이 누리는 연구 및 교육의 환경은 한국의 대학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이 싱가폴국립대에서 재직하고 있는 한국인 교수들의 한결같은 답변이다.

일단 교수 수에서부터 한국의 대학과 비교해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싱가폴국립대 경제학과의 경우 60명 정도의 교수가 있고, 한국에서는 비인기과라 할 수 있는 지리학과에도 현재 20명 정도의 교수가 재직중이다. 한국에서 교수가 가장 많은 서울대라 하더라도 이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따라서 싱가폴국립대에서는 한국과 같이 시간강사가 수업을 맡는 경우는 거의 없고, 교수들도 엄청난 강의 부담에 시달리지 않는다. 교수들은 한 학기에 한 과목 내지 많아야 두 과목 정도의 과목만 강의하면 된다. 교수 한 명이 한 주에 강의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은 전체적으로 많아야 8시간 이내이다. 또한, 각 학과마다 최소 5명 이상의 행정직원들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교수들이 부담해야하는 행정적 일의 양도 한국 교수들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적다.

그리고 교수들의 연구비 지원에서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관대하고, 또한 교수들의 해외 학회 참가에 대한 재정지원도 풍부하다. 연구를 위해서 책을 구입할 경우 영수증만 제출하면 전액 돌려 받는다. 그리고 보수의 수준도 높기 때문에, 외국의 우수한 석학을 유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웬만한 대학에서 주는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고, 학교 아파트 및 자녀교육비 등 각종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우수 인재들에게 싱가폴 대학들은 매우 매력적인 곳 중의 하나이다.

대학측에서도 해외 유수 대학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일 경우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스카웃 한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은 박기우 박사(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와 김희웅 박사(전 LG-CNS 컨설턴트)가 이 대학 정보시스템학과 교수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결과, 2001년 현재 싱가폴 국립대 총 2천49명의 교수 가운데 50%가 싱가폴 이외의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다. 지역별로는 북미 9%, 영국 4%, 호주지역 3%, 중국 7%, 인도 6%, 말레이시아 10%, 기타 아시아권 7%, 기타국가 4% 등이다.

이러한 기본적 조건과 환경의 차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싱가폴 대학이 현재 얻고 있는 성취를 단지 대학의 구조개편의 결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싱가폴의 대학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우수한 연구·교육 환경, 열린 인재 영입정책 등 든든한 기반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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