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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최전선을 달구는 담론 지형 … 키워드와 강조점은 무엇일까
지식의 최전선을 달구는 담론 지형 … 키워드와 강조점은 무엇일까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9.12.29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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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출간예정 학술서, 트렌드를 읽는다

1>강신준,  2>프레드릭 제임슨,  3>조승래,  4>심경호,  5>박찬승,  6>테리 이글턴,  7>고 서동만, 8>울리히 벡,  9>칼 폴라니, 10>김진석, 11>펠릭스 가타리.

2010년 경인년이다. 지난해 한국 출판계가 그 어느 때보다 불황에 苦戰했다면, 올해는 정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출판계의 약진을 바라는 마음은, 이들 출판사들이 한국 학술서 생산기지 역할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의 외형적 규모보다 이들이 펴내는 양질의 도서가 한국 지성사회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년 출간예정 학술서, 트렌드를 읽는다’를 준비하면서 출판사로부터 건네받은 자료를 보면, 여전히 의욕적이고, 담론의 생산과 유통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 출판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2009년 출간예정 계획을 훌쩍 넘겨버린 ‘이월 리스트’들 역시 꽤 많았는데, 이는 경기한파 속에 학술출판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음을 거듭 확인해준다.

큰 그림을 그려보자. 2010년 올해 학술출판의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역시 국내 저술보다 해외 저작들의 번역이 많다. 특히 일본 저작들이 꾸준히 번역되고 있다. 정치지리학으로부터 공간의 정치학, 공간의 사상사를 읽어내는 미즈우치 도시오 편 『공간의 정치지리』(심정보, 푸른길, 1월)가 곧 선보인다.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근대문학의 기원』(박유하, 3월)이 전면적인 개정 작업을 마친 정본판으로 재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가라타니 고진 인터뷰를 수록한 『정치를 말하다』(조영일, 3월), 데리다에 관한 독창적 연구서인 아즈마 히로키의 『존재론적, 우편적』(조영일, 5월) 등이 도서출판b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일본의 역사의식을 해부한 역사비판서인 미야지마 히로시의 『일본의 역사의식 비판』(창비, 3월), 돈황 연구 입문서로 평가받는 나가사와 가즈토시의 『돈황의 역사와 문화』(민병훈, 사계절, 3월), 국민국가의 주권, 민주주의 문제를 조명한 우카이 사토시의 『주권의 너머에서』(신지영, 그린비, 3월)등이 흥미로울 것 같다. 

둘째, 번역서라 하더라도 특정 저자의 저작이 압도적이다. 슬라보예 지젝이 그렇다. 『불청객: 전쟁[원제는 Umbr(a): War]』(강수영, 인간사랑, 3월), 『이웃』( 정혁연, 도서출판b, 2월. 케네스 레이너드, 에릭 L.샌트너, 슬라보예 지젝이 정치신학에 관해 나눈 세 편의 에세이를 수록한 책) 『나눌 수 없는 잔여』(이재환, 도서출판b, 4월), 『지젝과의 대화』(주은우, 한울, 4월), 『처음은 비극으로 다음은 희극으로』(김성호, 창비, 5월), 믈라덴 돌라르와 함께 쓴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이성민, 민음사) 등이 독자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번역서 가운데 관심이 쏠릴 수 있는 부분은 프레드릭 제임슨의 『정치적 무의식』(이경덕, 민음사)이다. 난해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이 책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하다. 이와 함께 제임슨이 세계 여러 명사들과 나눈 대담을 엮은 『프레데릭 제임슨 대담집』(신현욱·안수진, 창비, 12월)도 곁들여 읽을 수 있다.

꾸준히 번역되고 있는 해외 저자들에는 펠릭스 가라티(『미시정치』, 윤수종, 도서출판b, 1월), 크리스 하먼(『부르주아 경제학의 위기』, 이정구, 책갈피, 1월. 『자본주의의 광기』, 심인숙, 책갈피, 1월.『마르크수주의 경제 위기론』, 이정구, 책갈피, 5월), 제임스 밀러(『민주주의는 거리에 있다』, 김만권, 개마고원, 2월), 폴 드 만(『독서의 알레고리』, 이창남, 문학과지성사, 2월), 에드먼드 버크(『숭고와 미의 관념』, 김혜련, 한길사, 3월), 테리 이글턴(『이론 이후』, 이재원, 길, 3월), 한나 아렌트(『맨 인 다크 타임즈』, 홍원표, 인간사랑, 3월), 울리히 벡(『글로벌 위험사회』, 박미애·이진우, 길, 4월.『세계화시대의 권력과 반대권력』, 홍찬숙, 길, 5월), 칼 폴라니(『인간의 살림살이』, 이병천, 후마니타스), 지그문트 바우만(『공포와 불안전』, 한상석, 후마니타스) 등이 보인다.

전집과 선집 출간 활발
셋째, 전집과 선집 간행이 눈에 띈다. 먼저 국내 저술을 보자. 국내 최초로 번역되는 초정 박제가의 전집 『정유각집(상·중·하)(정민 외, 돌베개)이 기대된다. 역사학자 이우성의 저작이 전8권으로 소개될 예정이다(『이우성 저작집』, 창비, 1월). 작고한 서동만 상지대 교수가 저술한 북한관계 논문집도 『서동만 저작집』(창비, 4월)으로 출간된다. 이 범주에는 회고록도 포함할 수 있는데, 『강만길 회고록』(강만길, 창비, 2월) 등이 예정돼 있다.

선집의 경우, 해외 저술 번역이 활발하다. 우선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윤여일 편역, 소명출판, 4월)과 이와나미의 ‘1920~30년대 근대일본의 문화사 시리즈’ 번역(『근대 지의 성립』,『감성의 근대』, 『편성되는 내셔널리즘』, 『총력전하의 지와 제도』, 『감정, 기억, 전쟁』)이 한국 독자를 찾아온다. 일본 대역사건의 주인공 고토쿠 슈스이의 삶과 글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고토쿠 슈스이 선집』(임경화, 돌베개)도 눈에 띈다.

넷째, 인문사회과학 고전들의 강세다.
역시 출판사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이 ‘고전’ 번역이다. 독일 역사학자 마이네케의 주저 『국가권력의 이념사』(이광주, 한길사, 1월)가 곧 나올 태세다. 사회심리학의 창시자인 J.허버트 미드의 『정신, 자아, 사회』(나은영, 한길사, 2월)도 예고돼 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김덕영, 길, 2월)은 지난해 하반기에 출간을 예고했지만, 역자가 현지 독일에서 스승과 동료, 후배 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좀더 완벽한 편집 작업을 하느라 늦어졌다. 책 분량은 700쪽이다(문예출판사판이 300여쪽이다). 레이몽 부동의 『사회변동과 사회학』(민문홍, 한길사, 3월) 역시 지난해 출간돼야 했지만 해를 넘긴 책이다. 이미 수차례 번역본이 출간됐어도 여전히 매력의 대상이 되는 박지원의 『열하일기』(심경호, 한길사, 6월)도 새 단장을 하고 있다. 120개가 넘는 역사 기본 개념을 정리한 코젤렉의 명저 『개념사 사전(전5권)』(한림과학원, 푸른역사, 6월)도 지적 갈증을 채워줄 것이다. 만프레드 슈미트의 『독일 정치사』(최재한·이선희, 후마니타스), 하이데거의 『사유의 경험으로부터』(신상희, 길, 6월) 등도 예정돼 있다.  

다섯째, 국내 저자들의 내공이 뒷받침된 학술 교양서의 확대다. ‘선비’의 DNA를 되살릴 것을 주문한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의 『한국의 선비문화』(지식산업사, 1월)는 지난해말 출간된 김기현 전남대 교수의 『선비』(민음사)와 겹쳐 읽을 수 있다. 철학이라는 학문이 수행해 온 현실 재해석 작업을 평가한 다소 도발적인 책 『더러운 직업, 철학』(김진석, 개마고원, 1월), 미국 외교사를 전천후로 훑어낸 『제국의 길-미국 외교의 역사』(권용립, 삼인, 1월), 백제의 사회사와 사상사를 총체적으로 고찰한 『백제 사회사상사』(노중국, 지식산업사, 2월)도 눈길을 끈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화가들의 작품 세계를 분석, 프루스트의 예술을 조명한 『예술가의 시선』(유예진, 현암사, 3월), 라캉이 미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했는지를 다룬 『라캉과 미술』(조선령, 경성대출판부, 3월), 조선시대 사진의 도입과 사진가들의 이야기를 다큐식으로 구성하고 근대풍경을 담은 『사진의 시대』(최인진·강응천, 학고재, 4월)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특히 강신준 동아대 교수의 번역본 『자본2, 3』(길, 4월)이 출간됨으로써 마르크스의 대작 『자본』이 전 5권으로 완간된다. 임지현·백영서 등 한국 지식인을 인터뷰해 90년대 이후 한국 인문학의 지형과 지식인 문화를 고찰한 『세기말 한국 인문학의 지각변동』(김항·이혜령 외, 그린비, 4월), 『서양의 기원-인문정신의 힘』(김헌·안재원, 길, 5월)도 국내 저자들의 분투를 기대할 수 있는 책이다. 데리다와 들뢰즈의 사상을 비교 분석한 『데리다와 들뢰즈』(김상환, 창비, 7월), 1948년 분단체제와 1987년 두 체제를 분석한 『분단체제와 87년체제』(김종엽, 창비, 10월)도 지적인 고민이 기대된다.

국내 저술, 내공 늘고 주제 확대돼
한국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세계사적 흐름을 진단한 저술도 빠트릴 수 없다. 한국 사회의 임노동 현장을 탐사함으로써 임금이 얼마나 노동자의 일에 대해 공정하게 보상되고 있는지를 밝힌 『한국의 노동시장과 임금』(신광영 외, 한울, 2월), 한국자본주의의 병리현상을 진단하면서 대안을 모색한 『한국자본주의와 정신분열증』(서동진, 창비, 5월),  금융세계화와 한국경제의 문제를 진단한 『금융세계화, 자본주의 모델 그리고 한국경제』(전창환, 후마니타스), 브라질의 신자유주의와 노동 운동을 주목한 『브라질 신자유주의와 노동운동 그리고 룰라』(조돈문, 후마니타스)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관심을 끌었던 공화제논의는 올해 어떻게 반영될까. 공화제 논의는 『공화국을 위하여』(조승래, 길, 1월)와 『공화주의와 정치이론』(존 메이너·세실 라보르드 외 9인 지음, 곽준혁·조계원·홍승헌 옮김, 까치, 1월)에 스며들어 있다. 조승래의 책은 공화주의의 역사적 유래와 변천과정에 주목했다. 곽준혁 등의 번역서는 공화주의 정치이론을 포괄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책으로, 공화주의의 역사적 가치, 개념적 일관성, 규범적 제안들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다.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을 성찰할 수 있는 척도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책도 있다. 『그들이 꿈꾼 나라』(박찬승·최규진, 돌베개)는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이들이 주체적으로 구상하고 준비했던 근대 국가의 모습을 정리하는 책이다. 중세 왕조로의 회귀가 아닌 자주적 근대 국민 국가를 꿈꿨던 이들의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제국흥망사』(서영희, 돌베개)는 고종시기에 관한그간의 연구 성과들을 정리하고 대한제국기에 관한 종합적인 상을 그려냄으로써, 병합 전후의 역사적 맥락을 제시하려 한다. 이 문맥 안에서 강제병합을 짚어낸다는 발상이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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