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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성과 의리로 시대와 사회 통찰 … “용감하고 배짱있게, 관대하게”
역동성과 의리로 시대와 사회 통찰 … “용감하고 배짱있게, 관대하게”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12.29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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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띠 교수’ 누가 있나

결단력과 정열의 상징이자 동물의 帝王으로 꼽히는 호랑이. 타고난 기운 때문일까, 왕성한 학문 활동으로 시대와 사회를 통찰하는 지식인 가운데 호랑이띠가 눈에 많이 띈다.
주요 보직, 총장을 맡으면서 대학사회를 이끌어 가거나 이제 막 자신의 위치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는 이들을 보면 ‘호랑이 기운’이 절로 느껴진다. 60년 만에 찾아온 경인년 백호랑이 해, 호랑이띠 교수들의 활동이 기대된다.

 

노학자의 학문열정, 나이 잊고 ‘활활’
1938년 사르트르는 자신의 최초 장편소설인 『구토』를 세상에 발표했다. 히틀러는 같은해 오스트리아와 병합을 선언했고, 일본은 중일전쟁을 일으킨 뒤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해 한반도에서 인적, 물적 자원을 수탈해 갔다.

무인년 안팎으로 혼란한 시기에 태어난 호랑이띠들은 광복을 전후해 혼란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한 백낙청, 황동규 교수는 1938년생으로 나이가 같다. 광복 전후 혼란하던 사회상은 아버지 납북과 고향상실이란 유년기 경험(백낙청), 가족과 월남해 서울에서 성장한 과정(황동규)에 고스란히 베어 난다. 백 명예교수는 지난 2006년 늦봄통일상을 수상했고 황동규 시인은 같은해 만해대상을 받았다.

1938년생 호랑이 띠 교수들은 학계에서 굵직한 업적을 쌓으면서 존경을 받고 후학들의 앞길을 열어줬다. 노학자는 그러나 젊은 시절 못지않은 왕성한 학문 활동으로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평생 책과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다”고 말하는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물리학)도 1938년생이다.

유재천 상지대 총장도 이들과 나이가 같다. 유 총장은 한림대 한림과학원 원장, 한림대 부총장 등을 거쳤다. 이밖에 김천혜 부산대 명예교수(독문학), 배동인 강원대 교수(사회학), 송수남 홍익대 교수(동양화),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한국사), 이종상 서울대 명예교수(동양화), 진덕규 이화학술원 원장(정치학), 한영우 한림대 특임교수(역사학) 등이 1938년생이다. 

중년 교수, 대학 이끌어가는 주요 일꾼
1950년 한국전쟁 발발당시 태어난 교수들은 환갑을 앞두고 있다. 반평생 가까운 시간 동안 자신의 일터인 대학에서 역량을 발휘하며 일가를 이뤘고, 여전히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950년생 호랑이띠 교수들은 현재 주요 보직, 각종 사회·정부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예로부터 인용하고 있는 ‘용감하고 배짱이 있으며 관대하고 의리가 있는’ 호랑이의 특징이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충실히 반영된다.

한국서양사학회 회장을 역임한 주명철 한국교원대 교수(서양사),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섰던 주경복 건국대 교수(언어학) 등이 1950년생으로 호랑이띠다.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법학)도 같은 해 태어났다. 이 교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정치외교분과위원장, 엠네스티 법률가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국제인권, 통일분야 전문가다. 설동호 한밭대 총장(영어학),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현재 주중대사로 일하며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유우익 서울대 교수(지리학)도 1950년에 태어났다.

교무처장을 맡고 있는 이들 가운데서도 1950년생 동갑내기가 많다. 박승철 성균관대 교무처장(화학), 양일선 연세대 교무처장(식품영양학), 신호철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 회장(충북대· 역사학) 등이 대학 운영에 책임을 맡고 있다. 김호득 영남대 교수(미술학), 박경규 서강대 교수(경영학),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전영태 중앙대 교수(문예창작), 조옥라 서강대 교수(사회학), 정종휴 전남대 교수(법학) 등도 1950년에 태어나 학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1950년생 호랑이띠 중에는 문화예술계 유명 인사들이 많다. 가수 조용필이 1950년에 태어났고 시인 정호승, 사진작가 배병우도 1950년생이다. 해외에선 가수 스티비원더, 일본의 작곡가 히사이시 조 등이 같은해 태어났다.

젊은 교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다
5·16군사정변이 일어난 다음해인 1962년에 태어난 호랑이 교수들은 이제 대학에서 본격적인 연구 활동을 하면서 기지개를 활짝 펴고 있다. 신임교수 초임 평균연령이 42세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학문의 여정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이미 자신의 이름을 알리면서 주목 받고 있는 47세 호랑이띠 교수들도 많다. 이들은 독특한 이력과 참신한 시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러스트 : 이재열


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충청북도 조치원읍 신안리 서당골에 손수 귀틀집을 짓고 가족들과 살고 있다. 강 교수의 시골생활은 책으로도 엮여 많이 알려졌다. 그는 사회공공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사회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지난 1994년 이화여대 경제학과 첫 여교수로 임용됐다. 그가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인 1990년만 해도 여성 경제학자가 10명도 채 없었다고 한다. 여성 경제학자 선두 세대로서 차 교수는 현재 한국여성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장애를 딛고 일어서 감동을 줬던 이상묵 서울대 교수(해양학)도 1962년생이다. 지난 2006년 교통사고로 팔다리가 마비됐지만 사고 1년 만에 강단으로 복귀했다. 이 교수는 현재 입으로 작동하는 마우스,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강의·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진보적 법학자로 민주주의법학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재홍 영남대 교수도 호랑이띠다. 허 진 전남대 교수(동양화)는 남농 허건 선생의 손자다. 이밖에 이해영 한신대 교수(정치학),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신문방송학),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등이 1962년에 태어났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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