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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하는 분위기 형성에는 기여 … 이젠 質 제고하는 방향 모색할 때
연구하는 분위기 형성에는 기여 … 이젠 質 제고하는 방향 모색할 때
  • 권형진 기자
  • 승인 2009.12.29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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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좌담 _ 대학교육 정상화와 대학평가

바야흐로 대학평가 전성시대다. 지난해, 중앙일보에 이어 조선일보도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정보공시-자체평가-외부 평가·인증’ 시스템이 구축됨에 따라 정부의 대학평가 정책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평가의 범람에도 대학평가가 대학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교육’을 새로운 화두로 움켜쥐었고, 대학은 저마다 교육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는데 대학평가는 이러한 방향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교수신문>이 신년 기획좌담 주제를 ‘대학교육 정상화와 대학평가’로 잡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교수신문>은 특별좌담을 시작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학평가에 대한 평가, 교육 강화라는 두 가지 주제에 대한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려 한다. 대학평가가 대학 발전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는 그날까지.

일시 : 2009년 12월 24일 오전 10시
장소 : 교수신문사 회의실
참석자 :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 김민구 아주대 기획처장, 황인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기획조정실장
사회 : 최영진 교수신문 주간(중앙대·정치학)
정리 :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 사진 : 최성욱 기자

사회 : 어떻게 하면 대학평가가 대학의 교육과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방향을 잡아보자는 취지에서 좌담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대학평가가 대학사회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보십니까.

연구 위주 되면서 ‘교육 잘하는 교수는 뭐냐’ 논란
김민구 : 기획처는 사실 평가가 주 업무 중 하나입니다. 나름대로 대학 자체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3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2단계로 들어갑니다. 자체평가를 하면서 학교 발전에 어떤 게 좋은지 연구하고 실행과제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대교협 평가도 받았고, 중앙일보나 조선일보 평가도 받았습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같은 경우 기획처장협의회에서 교수 자문단을 구성해 피드백을 주면 그 다음 해 평가에 반영하는 식으로 가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평가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질적인 평가로 가야한다는 요구가 많이 있습니다. 중앙일보 평가를 들여다보면 기존의 평판도에 크게 좌우됩니다. 학교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순위가 올라가기 어렵습니다. 조선일보나 다른 언론사 평가도 결국 평판도 평가입니다. 사실,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보통 10위권에 있는 대학들은 평가 결과에 굉장히 민감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의 모든 총장님들이 어떻게든 순위를 올리려고 합니다. 이젠 대학도 예전보다는 유연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학교가 나름의 발전계획을 세워서 가면 되는 겁니다. 외부 평가에 아주 의연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뜨겁게 반응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도 순위에 안 나온 대학 중에 굉장히 좋은 대학이 많습니다. 워낙 메이저 언론이 ‘때리니까’ 어렵겠지만 대학이 평가에 유연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평가가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면을 보고 가야 합니다.

 
사회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김민구 : 우리 대학도 처음에는 SCI 논문 수로 평가했는데, 논문 수를 따지는 평가는 말이 안 됩니다. 가령 수학 분야가 1년에 논문을 한 편 쓴다고 하면, 화학은 5편쯤 씁니다. 비교할 수 없는데 비교합니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다른 학과와 비교하지 않습니다. 다른 대학과 비교하지. 우리도 처음에는 논문 몇 편 쓰면 얼마 준다고 그랬지만, 사실 부끄러운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바꿔가고 있는 중입니다. 좋아진 것은 무엇이냐, 논문 수를 기준으로 한 순위는 많이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질은 여전히 좋지 않죠. 광주과학기술원 같은 대학을 보면 승진심사 때 가장 좋은 논문 3편만 내라고 합니다. 그렇게 가는 대학이 점점 더 많이 생길 거라 봅니다.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사업을 평가할 때 어떤 대학이 SCI 논문 수로 획일적으로 평가할 거면 안 하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과거에는 대학 교수 중 상당수가 ‘화력이 안 나오는 사람’이었습니다. 논문 안 쓰는 교수들이 많았죠. 특히 이공계열은 한 번 논문을 안 쓰기 시작하면 계속 못 씁니다. 지금은 확실히 옛날보다 연구를 많이 합니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수들이 학과 일에 협조를 잘 안 합니다. 너무 잡일이 많다든지, 어떻게 보면 교육·연구 환경이 나빠져서 그런 면도 있는데, 어쨌든 어려움이 있습니다. 너무 개인적으로 가거나 학교 이익을 외면하는 폐단도 있지만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위 SCI 논문 수로 시작했던 평가가 점점 질을 따지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다만 교육 잘 하는 사람은 뭐냐, 이런 논란이 있습니다. 우리 대학도 능력별 연봉제라 해서 80~120%까지 차별을 두려고 합니다. 기존 교수는 대상이 아니고, 신임교수에 한해 나는 교육만 잘 하겠다 하면 80%만 받고 마는 겁니다. 그런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황인성 : 평가가 진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최근에는 평가가 갖는 긍정적 측면이 조금 더 많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제적 상황에 비춰봤을 때도 국가 간 이동 시에 상호 균질적인 수준의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 자국 내에서 질 관리를 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제적 수준이 과연 어떤 수준이냐, 언론사 대학평가 순위를 국제적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거냐는 문제가 생기는데요, 순위보다 항목별 수준을 분석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평가도 앞으로 각 영역별로 분석해서 어떻게 하면 국제적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를 제시하려고 합니다. 최근의 평가 추세는 대교협이 정한 기준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스스로 목표지향점을 설정해 가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가는 것이 온당한 방향이기도 하고요. 협의체에서 평가하기 때문에 인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이 없다는 것에 대해 잠깐 반론을 제기하면, 대학 종합평가는 대학이 시기를 선택해서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대교협 평가에 대한 문제점이 많이 지적돼 왔는데 획일적이라는 것은 평가 초기에 고등교육의 틀을 잡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사회 : 질까지는 아니더라도 연구하는 분위기, 연구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대학 사회의 분위기는 잡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평가시스템이 대학교육을 얼마나 향상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박남기 : 대학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정년보장 교수 비율이 70~80%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정년보장이 원래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나왔는데 우리나라는 교수 개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년보장 교수가 연구를 소홀히 하거나 학교 일에 무관심해도 대학 경영자는 어떤 방법도 취할 수 없습니다. 대학평가가 도입되면서 내가 속한 조직이 나로 인해 나빠지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내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박차를 가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외부평가로 인해 성과급에 차이를 둘 수밖에 없다는 점을 교수들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형성된 것 같습니다.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대학으로 하여금 우리 대학, 우리 학과의 수학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학생을 뽑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교육과정입니다. 외국과의 차이가, 우리나라는 과목명이 먼저 나옵니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과목명만 맞으면 알아서 해도 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립 같은 경우 학생이 없으면 전공을 폐지하고 유사한 전공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러면 기존의 교수가 그 과목에 맞춰 강의를 하는데 과목명이 바뀌어도 자기가 아는 내용이 아니다 보니 기존의 내용과 방식으로 수업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과목의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됩니다.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을 평가하고, 컨설팅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일 중요한 건 대학의 시스템입니다. 대학이 한 교수에게 완전히 다른 4~5개의 수업을 맡기게 되면 아무리 잘 준비하려 해도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전공은 국문학인데 필요에 의해 다른 과목을 가르칠 때 학생들이 만족하는 강의가 어려울 수밖에 없죠. 내 전공영역이 아닌데 강의하도록 하는 대학의 시스템, 이게 바뀌어야 합니다. 강의 규모 역시 문제입니다. 몇 명 이상의 강의는 감점, 이런 의미가 아닙니다. 몇 년 전, 하버드대를 방문했을 때 정치철학 강좌는 수강생이 1천명이 넘었습니다. 물론 20명마다 박사급 조교가 따라붙습니다. 학생 수가 한계를 넘어섰을 때는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강의 내용에 따라 많은 학생이 들을 수 없는 수업도 있습니다. 교육 지원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구체적인 교육과정이 맞아야 되고, 학생들의 수학능력과 의욕을 제대로 불러일으키느냐, 이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평가가 그것을 유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 대교협 평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시설 좀 나아지고 교수 몇 명 더 뽑았고, 이런 건 시기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언론사 대학평가도 마찬가지지만 교육 분야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변화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민구 : 평가를 받다 보면 너무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교 사정을 볼 때 무리한 것을 요구합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인가 때도 그랬고, 이번에 약학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교협 평가도 과거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재정 규모에 안 맞는 것을 지원해야 하는. 미국이나 선진국에서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평가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가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여 놓으면 시험 준비를 따로 해야 한다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냥 있는 걸로 평가받고 컨설팅 하는 거지 지표 올리기 위해서는 안했으면 싶습니다. 그보다는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죠.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는 곳은 제재해야 되는데 교과부가 안 하고 있습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구조조정도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는 학교는 쳐야죠. 학생들에게 경쟁력 있는 교육을 시키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등록금 대비 200%의 재정은 갖춰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입니다. 교부금으로 그냥 나눠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사립대 중 일부는 준공립으로 만들어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대책이 없습니다. MB정부가 결단해야 할 때입니다. 경제, 경제 하지 말고 교육에 돈을 쓰면 경쟁력 있는 대학이 나옵니다. SKY대학 20개만 있으면 부모들이 왜 걱정을 하겠습니까. 대기업도 맞춤형 교육하라고 요구만 하지 말고 지원도 좀 했으면 합니다.

사회 : 사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름도 잘 들어보지 못한 대학이 최우수 대학이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놨을 때 대교협 평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황인성 : 국민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게 힘듭니다. 실제로는 좋은 대학인데 ‘어떻게 저 학교가?’ 이렇게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또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지만 속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거든요. 대교협 평가가 진행되면서 주로 하드웨어적인 평가에서 설립별 특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고 있습니다. 200개 대학이 있다고 하면, 자기 컨설팅이 가능한 상위 50%는 사실 평가를 안 받아도 됩니다. 여건이 되지 않는 대학은 문을 닫게 할 것인ㅈ, 컨설팅으로 구조조정해서 바꿔갈 것인지가 문제가 되는 겁니다. 인증을 어떤 수준으로 할 것이냐가 요즘 대교협의 고민입니다. 기본+연구, 기본+사회봉사, 이런 식의 평가시스템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과목명만 있으면 ‘OK’가 아니라 과목명에 맞게 실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질적 평가로 가야하고, 그렇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남기 : 고정관념을 깨기 어려운 게 예전에 국내 톱5에 드는 대학을 평가했는데 교육여건이 너무 열악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좋은 대학으로 평가합니다. 평판도에 의존할 경우 대학에 좌절감을 안겨줍니다. 이미 평판이 좋은 대학은 노력 안 해도 되고, 나쁜 대학은 노력해도 안 되는…….

언론사 평가, 영향력 막강하지만 결과 왜곡시켜
사회 : 언론사 대학평가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조선·중앙일보 평가는 전체 대학이 아닌 상위 20~30개 대학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반발도 많은데, 우리 대학의 교육이나 연구에 어떤 변화를 줬다고 생각하십니까.
박남기 : 언론사 평가가 나타난 이유를 살펴보면, 대교협 등의 평가가 충족시켜 줄 수 없었던 국민들의 욕구가 있었습니다. 대학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순위를 알고 싶은 거죠. 그런데 평가의 원칙상 순위를 매기는 것이 옳지 않아 어떠한 경우에도 순위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사는 상업기관이라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준 것이죠. 언론사 평가결과 발표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막강하다, 결과를 왜곡시킨다, 두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명성도 평가는 대학의 실제를 평가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언론사가 하는 세계대학 순위평가를 봐도 결과가 왜곡된 경우가 많습니다. 더 타임스 평가는 영연방 국가의 대학이 높은 순위에 올라 있는 경우가 많고, 중국에서 하는 평가에서는 중국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걸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언론사 특성상 비용은 최소로 하고 효과는 크게 하려는 욕구가 있습니다. 자문위원이나 고문단이 있다 하더라도 큰 예산을 들여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자체 전문인력도 없고요. 몇 년 전 미국의 중소 규모 대학 사이에서 언론사 평가를 거부하는 움직임 있었는데, 결과를 너무 왜곡시키기 때문입니다. 허상이 실상이 돼 버리는 거죠. 언론사 평가를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김민구 : 조선일보 평가는 아직 안 하고 있지만 중앙일보 평가는 기획처장협의회가 자문단을 구성해 계속 피드백을 주고 있습니다. 대학에 자료 달라고 하지 말고 정보공시 자료를 사용하라는 것과 잘못된 평가지표를 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제화 지표를 들 수 있습니다. 외국인 교수나 외국인 학생 수 같은 경우 어찌 보면 대학들이 솔직하지 못한 면이 많습니다. 질적인 평가를 하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요구는, 평판도 평가의 비율을 줄이라는 것입니다. 열심히 하려는 학교는 뭐냐는 겁니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중앙일보 평가는 평판도에 크게 좌우됩니다. 통계 처리를 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서 벗어나라고 하지만 언론사는 두려워서 못하는 겁니다. 그걸 버리면 독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바로 그 점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QS평가는 3천명 가까운 사람들의 평판도가 좌우하는데, 30점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립대나 규모가 큰 대학에 유리합니다. 가급적 그런 것(언론사 순위 평가 결과)은 조그맣게 보도했으면 싶습니다. 파괴력을 줄이라는 말입니다. 뭘 그리 대단한 이야기라고 대서특필합니까. 입시 문제랑 똑같은데, 국민들의 관심이 많기는 하지만 저널리즘의 신사도를 지켜서 조금 작게 내라는 겁니다. 어찌 보면 언론사 자기 의견에 불과한데, 너무 인기 위주로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황인성 : 거기에는 정부가 기여한 면이 굉장히 큽니다. 더 타임스 대학평가는 세계적으로 파급효과가 별로 없는데 정부가 보고서에서 국내 대학의 경쟁력이 낮다는 지표로 자꾸 인용하다 보니까 유독 우리나라만 영향력이 커진 측면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박남기 : 기획처장협의회에서 자문단을 구성해 피드백을 주고 있는데, 김 처장님은 언론사 대학평가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민구 :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언론사에서) 하겠다는 것을 우리가 막을 길이 없으니 잘못된 것을 지적해 주는 것이지.
황인성 : 평가의 본질이 왜곡되는 데에 순위 평가가 기여한 면이 크다고 봅니다. 대교협 평가가 획일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언론사 평가는 더 왜곡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대학이 설정한 특성화나 설립 목적의 발목을 잡고, 더욱이 하나의 방향으로 가도록 합니다. 한 부분에 비중을, 그것도 왜곡된 방향으로 주면서 질적 발전에 도움을 주기보다 저널리즘 측면에서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습니다. 교육의 질 제고보다 현재 상태를 정량화하는 것으로 가다 보니 언론사 평가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평가는 컨설팅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어디가 취약하고 그러면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냐,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고등교육 질 제고와 국가 경쟁력에 진정한 이득이라는 것이지요.

정부가‘교육’이라는 화두를 붙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수신문> 신년 기획좌담에서 평가 전문가들은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교육역량을 강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회 : 언론사 대학평가에 다른 문제점은 없습니까? 이게 정말 대학교육을 위해서인지 장사하려는 건지 구분이 모호한 면이 있는 것 같고, 언론의 영향력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박남기 : 그걸 극복하려면 전체순위를 발표하면 안 됩니다. 순위 발표보다 수요자가 원하는 정보를 재조합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전달한다면 파괴력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요. 대교협에서 평가할 때도 사람들이 원하고 보고 싶어 하는 내용이 어느 정도 드러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고요.
황인성 : 재밌는 게 정보공시제도를 시작할 때 처음에는 대학들의 반대가 많았습니다. 정량적인 지표가 다 공개되니 어디선가 그걸 가지고 1등에서 200등까지 순위를 매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국민들도 충분히 볼 수 있도록 했는데 여전히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김민구 :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게 사실 전체순위입니다. 언론사에서 그걸 충족시켜 준 거죠. 거기다 여론조사해서 그 요구를 충족시켜 준 게 어찌 보면 포퓰리즘에 편승해서 간 것이지요. 파괴력은 큰데, 학교 입장에서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학교는 자문단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신문의 해악과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신문을 없애지 못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교육역량강화사업, 취지 좋으나 질적 한계 보완해야
사회  정부 재정지원을 위한 평가도 한 번 점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역량강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소홀히 다뤘던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좋은데, 이걸 또 평가해서 돈을 나눠준다고 하니 대학은 고민이 많을 듯합니다.
박남기 : 교육역량 강화라고 했을 때 어려움이, 강의평가 결과는 점수에 반영하는데 진짜 중요한 건 학생지도이거든요. 그런데 교수들 특성이 수업하고 연구성과 내는 게 전부라 생각하고 학생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점수에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재정지원을 위한 정부 평가에서 교수들이 학생 지도에 시간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합니다. 수도권 집중도 문제입니다. 많은 평가를 보면 과거에는 SKY대학 지원하고 나면 지역 국립대를 지원하고 수도권 사립대로 갔는데, 지금은 수도권을 다 채우고 나서 지역 국립대로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울 집중을 심각한 문제라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평가해서 재정 지원할 때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김민구 : 수도권 문제는 저도 동의합니다. 현실적으로 수도권 집중이 사실이기 때문에 지난 번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 때도 지역 대학이 수도권 대학보다 1.5배 정도 많이 받았습니다. 과거 수도권 특성화 사업과 누리사업 예산 비율을 그대로 유지해서 배분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지역이 아직 발전하지 못했을까요. 문제는, 정부가 지역 거점대학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못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SKY대학 수준의 대학을 도마다 하나씩 만들었어야 합니다. 미국은 주마다 하나, 혹은 둘에 사립대까지 만들어 놨습니다. 정부가 왜 그런 국립대를 못 만들었느냐. 말만 교육, 교육 하고 돈은 안 쓰는데 어떻게 만들겠습니까.
 
사회 :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올해 3년째로 접어듭니다. 돈을 지원한 만큼 효과가 좀 있었다고 보십니까.
김민구 : 지금까지 정부가 한 사업 중에 제일 좋은 사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커트라인에 있는 대학들입니다.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교육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데 받았다 못 받았다 하면 불안한 측면이 있거든요. 혜택 못 받은 대학은 타격이 큽니다. 떨어진 대학 총장은 죽기 살기로 해서 돈을 따야 하는 입장입니다.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은데 기존의 기득권 대학만 들어간다는 지적도 있고요. 포뮬러 지표가 교육역량 강화와 무슨 상관이 있냐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사업 자체는 지속돼야 한다고 봅니다. (교육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지원해줘야 합니다. 대신, 과연 그 돈이 교육역량 강화에 제대로 쓰였는지를 평가해야죠. 우리 대학도 1~2년째까지는 급해서 하드웨어에도 썼지만 올해부터는 전액 소프트웨어, 즉 교육의 질 강화에만 쓰려고 합니다. 지난해에도 청와대에서 예산을 조금 깎으려 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제발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늘려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 잘 쓰는지를 감독하면 점점 좋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박남기 : 교육역량강화사업이 한 대학 차원에서 주다 보니 학과나 전공 차원에서는 뛰어난 학생들이 소외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대학은 별로인데 학과나 전공 분야에서는 뛰어난 곳이 분명이 있거든요. 두 번째는, 지난해에 지역의 어느 대학에 갔더니 우리 대학보다 작은 신생 대학인데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지원을 엄청 많이 받았더라고요. 이유를 보니 학생이 안 차니까 교원확보율이 높아져서 그런 측면이 있었습니다. 교육역량이 없는데 높은 대학으로 평가를 받은 거죠.
황인성 : 포뮬러 지표가 한계를 갖는 부분이 바로 그런 점입니다. 취업률도 그렇고, 지난해에 새로 들어간 국제화 지표도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대학이 다 그 수준의 국제화 수준으로 갈 필요가 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김민구 : 기획처장협의회에서 이미 다 지적했고, 교과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화 비중을 낮춘 것이고요. 최근 언론에 불거진 장학금 문제도 그렇고, 창피하지만 대학이 솔직하지 않는 겁니다. 어찌 보면 우리 대학의 도덕성이 떨어지는 거죠. 지표가 동떨어져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교육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 만들기가 쉽지 않다 보니 기존 지표를 가져다 쓰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황인성 : 자꾸 정량화하려고 하다 보니 허점이 생기고, 평가의 목적을 왜곡시켜 버리는 것이거든요. 본질적으로 사업 취지는 좋은데 지표가 갖고 있는 질적인 한계를 보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교육프로그램을 보고 사후 평가하는 방식이 돼야 근본적으로 교육역량이 강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남기 : 정부 예산을 따로 떼어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중장기 발전계획에 대한 컨설팅을 신청하는 대학에 대해서도 조금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정부가 일단 지원하고 나면 성과는 잘 안 챙기는 측면이 있는데, 대학이 교육역량을 제대로 계획을 세워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기초 작업하는 데에 투자를 좀 했으면 싶습니다.
김민구 : 거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올해부터 학부교육 선도대학을 지원해서 모델을 만드는 사업을 새로 시작할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하나, 기초교양교육을 어떻게 끌고나갈 것인가가 사업의 한 축으로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교과부가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웬만한 수준에 있는 대학은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교육을 시키죠. 줬다가 어느 날 지원을 중단하면 교육이 되겠습니까. 대신 안 되는 대학은 퇴출시키고……. 사립대도 어찌 보면 준공교육인 만큼 꾸준히 지원해줘야 합니다.

사회 : 학부교육 선도대학 지원 사업이 새로 생기는데, 어떻습니까.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경쟁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민구 : 그런 측면이 있어서 저도 처음에는 반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기존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앞줄에 서 있는 대학들은 지원 대상에서 빼라고 요구했습니다. 철저하게 학부 중심 대학으로 노력하는 대학에만 지원해야 합니다. 거기서 모델을 만들고, 학부 중심 대학이 정말 유명한 대학, 그 대학에서 졸업한 학생이 오히려 더 좋은 대학원에 진학하는 그런 대학이 될 수 있도록 길러줘야지 또 다시 SKY대학이 가져가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연구 잘 하는 대학도 학부교육을 잘 해야 하는 건 맞지만 300억원은 그렇게 많은 돈이 아닙니다. 시작할 때는 철저하게 학부 중심 대학으로 나서겠다고 하는 대학에 먼저 써야 합니다. 그런 원칙이 지켜진다면 저는 기획처장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아주대는 빠지겠다고 했습니다.
황인성 : 교육재정이 열악한 상황인데, 300억원으로는 사실 적습니다. 재정이 더 확충돼야 합니다.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이, 두뇌한국(BK)21사업을 하면서 지역 국립대 대학원생이 확 줄어들어 버렸습니다. 수도권 대학원으로 학생이 몰리면서 지역 대학원이 몰락하는 계기가 된 것이 BK21사업이기도 합니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오히려 지역 대학들의 역량을 약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진정으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부 지원, 사업 단순화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사회 : 큰 틀에서 봤을 때 대학을 대상으로 한 여러 평가가 어떤 식으로 변화해 나가야 대학의 연구와 교육의 질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김민구 : 교수들의 잘못일 수도 있고, 공무원의 잘못일 수도 있습니다만 사업을 너무 많이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구 분야 같으면 연구재단에 의해 평가하는 액수를 늘려주고, 개인이나 팀별로 과제를 따면 되는 것이거든요. 자꾸만 BK21사업 같은 것을 만들어 몰아주고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면 사업계획서만 자꾸 쓰게 되는데, 그렇게 하면 나중에 잘 되냐 말입니다. 저는 그걸 ‘무지개 프로젝트’라 부르는데, 무지개 프로젝트 만들지 말고 연구는 연구재단으로 일원화해서 연구재단 시스템에 의해 연구비를 주도록 해야 합니다. 교육도 교부금 만들면 좋지만 불가능해 보이니까, 교육역량강화로 일원화하라는 것입니다. 돈이 없으니까 그렇다고는 하지만 학부교육 선도대학 사업 같은 걸 따로 만드는 것도 사실 안 좋은 것이거든요. 그리고 대학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포괄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두 가지 축이면 될 것 같습니다. 평가도 이에 맞춰 진행해야 하고요. 그리고 교과부 예산도 좀 독립시켜 줬으면 합니다. 어떻게 백년대계를 경제 문제 다루듯이 합니까.
박남기 : 국가가 가야 할 목표를 명확히 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부처 안에서도 목표가 공유되지 않아 상충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분야별로 이 정책의 목표가 다르고, 저 정책의 목표가 다르고 하는. 국가의 최고 목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그 합의에 맞춰 평가도 계속 그런 방향으로 가 줬으면 합니다. 아까 준공립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공유형 사학’과 ‘사유형 사학’을 구분해서 공유형 사학에 대해서는 국가가 좀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이원화하면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황인성 : 평가의 전성시대라 부를 만합니다. 학교도, 교수도, 직원도 평가받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평가가 모든 것을 결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본질에 충실해서 질을 제고하는 평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
1960년生. 서울대에서 교육행정 전공으로 석사를,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행정·정책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광주교대 기획연구실장, 광주교대 교협회장 겸 전국교대교협연합회 의장을 지냈다. 교육부 고등교육분과 전문위원, 교육부 평가 초·중등교육분과 위원장,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 재정경제부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초중등교육학회 학술위원회 위원장과 한국고등교육정책학회 국제교류위원장을 맡고 있다.

▲ 김민구 아주대 기획처장
1954년生.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석사를,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KIST 연구원을 거쳐 아주대 정보통신대학 정보및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주대 정보통신대학 학장을 거쳐 2006년 10월부터 4년째 기획처장을 맡고 있다. 2009년 12월까지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정보과학회 총무부회장과 인공지능연구회 운영위원장을 역임했으며, 공연윤리위원회 심의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 황인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기획조정실장
1961년生. 한양대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건국대 교육학과 박사과정(교육과정 및 평가 전공)을 수료했다. 고등학교 교사, 한국교육연구소 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거쳐 1999년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비교교육학회 사무국장, 수도권 특성화사업 재정지원 평가위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최종보고서 평가위원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8월부터 대교협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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