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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연구업적 맞먹는 강의 인센티브 지급 … 흥미위주 교양강좌 ‘퇴출’
경희대, 연구업적 맞먹는 강의 인센티브 지급 … 흥미위주 교양강좌 ‘퇴출’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9.12.29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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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대학가, 학부교육 강화 시동 걸었다

교육역량강화사업 2천600억원(약 90개 대학), 학부교육 선도대학 지원사업(ACE: Advancement for College Education) 300억원(10개 대학). 2010년, 대학교육에 뭉칫돈이 풀린다. 전국 200여개 대학 가운데 최대 절반 가량이 작게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대학교육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경희대 국제학부 학생들이 이탈리아 유럽연합대학교(EUI) 프리드리히 크라토크빌 교수의 화상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 경희대 문화홍보처


지난해 대학교육 내실화의 바람이 뜨겁게 대학가를 달궜다면 올해는 교육 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 실무·적용의 바람이 불어닥칠 듯하다. 지난해 대학교육 내실화의 구심점은 학부교육이었다.
올해는 학부교육의 실체와 성과를 내보일 수 있는 기초·교양교육 분야의 약진이 예상된다. 정부의 ‘재정 지원’까지 더해져 기초·교양교육 분야에서 대학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교양교육 담당 교수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페이퍼 워크’(정부 재정을 따내기 위해 서류를 날조하는 일)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교양과정, ‘거품 걷기’ 경쟁 시작됐다
기초·교양교육은 전공대비 20~30% 수준으로 운영해 왔지만 이공계의 경우 물리, 화학 등 전공기초과정에 치우쳐 있어 사실상 전공준비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학교양’의 개념이 모호한 탓에 교양교육 담당자들은 “일부 전공교수들이 ‘전공도 교양’이라며 강의개설을 요구해 교양강의 숫자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대학들이 기초·교양교육을 ‘양’으로 밀어붙였다면, 올해의 승부처는 ‘질’이다.

건국대= 2학점짜리 일반교양 과목을 중심으로 기초·교양교육을 운영해온 건국대는 올해부터 기초교양과 핵심교양에 무게를 실었다. 레크레이션, 스포츠, 생활영역 등으로 구성된 일반교양은 선택교양과 혼용해서 쓰이고 주로 1~2학점으로 개설된다.

건국대는 일반교양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글쓰기와 교양영어 등 의사소통영역의 교양과목을 기초교양으로 묶고, 전공의 색채가 짙은 핵심교양(3학점)을 강화했다. 정상봉 건국대 교양학부장(철학과)은 “일반교양은 수업시수(2시간) 때문에 제대로 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면서도 “대학 교양과목으로 할 만한지 의구심이 드는 과목, 전공교수가 개별적으로 신청한 과목 등 백화점식으로 벌여놓기만 하는 교양과목은 효과가 없다. 과목 수를 줄이더라도 학점과 수업시수를 늘리는 선에서 교양과정을 개편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국제화 강좌를 늘리면서 ‘어깨동무’(튜터링제로 운영하는 과외 학습 동아리) 등 ‘보충학습반’ 운영으로 학업성과를 보완해 온 성균관대도 교양과목을 구조조정했다. “학문적 성격이 약한 과목들”을 폐강하고, 일반교양을 6학점 이상 수강하지 못하도록 학사규정을 바꿨다. 손동현 성균관대 학부대학장(철학과)은 “일부 일반교양 과목은 학생들이 재밌고 편하게 수업을 들으면서 학점 취득까지 쉬워 수강생이 메어터진다”며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기보다 피상적인 흥미꺼리에 머무는 과목들은 대학교양에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올해 2학년으로 진학해 전공과정 진입을 앞둔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에 대한 교과과정 운영도 교양교육 안에서 이뤄진다. 자유전공학부를 관장하고 있는 학부대학은 기존 전공과정에서 핵심 과목을 선정해 다소 제한적이지만 ‘자유선택’의 길을 잡아준다는 복안이다. 수강·학업지도는 각 전공에 자유전공학부 겸직을 의뢰할 계획이다.

경희대 국제캠퍼스= 2010년을 교양교육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강의평가 개선과 파격적인 우수강의 인센티브가 눈에 띈다. 학생평가에 한정된 강의평가를 동료평가, 졸업생 설문 등 대내외 종합평가로 바꾸는 연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를 통해 선발하는 이른바 ‘베스트 티처’에게는 연구포상 수준의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경희대는 네이처, 셀 등 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시 2~3천만원을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이영식 경희대 국제캠퍼스 교양학부장(화학과)은 “지난 몇 년간 연구에 집중해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왔다. 올해부터는 교육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강의평가 모델이 개발 되는대로 강의 최우수 교수에게 연구성과에 버금가는 대우를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새 학기 개강에 맞춰 준비하고 있는 교양교육 프로그램 ‘(가칭) 룩스 후마니타스 칼리지’(‘인류애를 향한 빛’이라는 뜻의 라틴어)는 경희대 교양교육의 핵심사업이다. 기존에 보유한 교육 인프라를 100% 활용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재학생 2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몰입형 기숙교육, 경희사이버대의 온-오프라인 콘텐츠, 외국 대학과 교육 교류로 맺어온 ‘글로벌 스튜디오 네트워크’, 봉사 프로그램을 한데 묶어 룩스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예일대 석좌교수로 있는 폴 케네디 경희대 석좌교수와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가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교양학부장은 “룩스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통해 돈 잘버는 글로벌 리더가 아닌 평화와 소통을 짊어질 세계인 양성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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