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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 시각 탈피 삶과 학문 스펙트럼 조명
이분법적 시각 탈피 삶과 학문 스펙트럼 조명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9.11.30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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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 六堂 최남선 조명한 두 권의 책들

육당 최남선(1890~1957)을 조명한 책이 잇따르고 있다. 구한말에서 해방 이후까지, 근대 문학에서부터 문화·역사학·지리학·인류학·시화학까지 그가 남긴 지적 유산을 재조명하는 움직임들이다. 류시현 고려대 연구교수(사학)의 『최남선 연구-제국의 근대와 식민지의 문화』(역사비평사, 2009.7)에 이어 육당연구학회(회장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국문학)가 최근 상재한 『최남선 다시 읽기』(현실문화, 2009.11)가 이에 해당한다.
육당 최남선 다시 보기의 핵심은 “최남선의 사례를 통해 우리의 근대 수용과 조선적 정체성의 형성을 규명하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다. 두 책 모두 최남선의 근대 인식과 朝鮮學 연구에 방점이 놓인 것도 이와 관련 있다.

이러한 방점 치기는 기왕의 최남선을 바라보던 선명한 두 가지 의식-‘신문화의 선구자’ 내지 민족운동가로 적극적으로 평가했던 홍일식, 조용만 등의 시선과 1928년 최남선이 조선사편수회에 참가한 시점을 계기로 ‘반민족 친일파’였음을 강조한 임종국, 박성수의 비판적 평가-의 경계를 깊게 사유하는 길을 열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류시현 교수가 지적했듯, 최남선의 광범위한 저술은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전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서 문화사적 방법론을 활용해 ‘폭발적’이라고 할 정도로 최남선 관련 연구가 역사·철학·문학 분야에서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의 작업도 바로 이러한 ‘폭발적’ 관심 속에 배치될 수 있다.

류 교수는 <소년>, <청춘>, <동명> 등 근대를 계몽하고자 했던 저널리스트 최남선이 주도한 다양한 매체들을 비롯, 노골적인 친일 시각을 보여주는 <매일신보> 기사들, 최남선의 라디오 강연 원고 등까지 풍부한 사료들을 인용해 최남선의 삶과 학문, 정치적 행위 전반을 탐색했다. 그는 이런 탐색을 통해 ‘친일’이라는 잣대로 평가하고, 거기서 논의를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육당 최남선이 보여주는 지적·정치적 행로 속에서 당대의 지성사, 문화사를 읽어내며 한국 근대 민족주의가 지양해야 할 하나의 전형적인 모습을 냉정하게 짚어내는 데까지 도달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과연 최남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류 교수의 진단은 이렇다. “최남선의 친일은 1928년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가는 시점으로 가름될 수 없으며, 일제의 지배 논리 속에서 그는 계속 ‘동요’, ‘긴장’, ‘타협’의 경계선에 서 있었다.” “이분법적인 평가 기준을 적용해 전반기의 功과 후반기의 過 가운데 한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방식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류 교수가 내린 결론은 “한말 일제시기 민족주의를 왜 최남선을 통해 확인하려 하는지 자문한다면, 그 이유는 최남선이 우리에게 ‘올바른’ 민족주의가 무엇인지 살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2007년 10월 창립한 육당연구학회가 지난 2년간 행해왔던 학술대회와 연구모임의 성과를 정리한『최남선 다시 읽기』의 부제는 ‘최남선으로 바라본 근대 한국학의 탄생'이다. 류 교수의 작업이 근대·민족주의라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최남선의 가능성과 한계를 규명하는 것이었다면, 육당연구학회의 작업은 ‘근대 한국학’과의 상관성을 밝히는 데 무게가 실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육당에 대한 물음은 어떤 의미에서 19세기 말에서 20세기에 이르는 한국 사회 및 지성사에 대한 질문 전체를 포함하지는 않더라도, 이를 유도하는 측면이 강하다.”

육당연구학회의 작업에는 ‘학회’라는 이름으로 집합한 연구자들의 고뇌가 묻어 있다. “자국학으로 대변되는 국민국가적 요청, 지역 및 일국 연구의 통국가적 구성, 식민정책학과의 경합, 군사적·지정학적 전략, 사상사적 요청 등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 육당 최남선의 이름을 두어본다. 우리는 이 책이 육당에 대한 이해를 넘어 위와 같은 복잡한 국면의 일단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할 때, 고뇌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제1부 ‘육당과 한국학’(김용직, 최박광, 류시현), 제2부 ‘육당이라는 미디어’(최혜주, 임상석, 권두연), 제3부 ‘육당 사상의 지정학’(이종호, 박은숙, 구인모), 제4부 ‘신화와 정치’(김영남, 전성곤, 황호덕), 그리고 ‘보론’(가야노 도시히토, 김영남)으로 돼 있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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