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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나의 ‘지식융합’ 스터디
[學而思] 나의 ‘지식융합’ 스터디
  • 오환섭 경희대·기계공학과
  • 승인 2009.11.16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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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그거 ‘통섭’ 책 아니에요?”, “네.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요?”, “저는 이미 읽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어려워요.”, “그러면 내가 읽다가 모르면 같이 이야기 합시다.” 어느 날 교수님 한 분의 질문으로 시작된 인연으로 우리는 차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토론하게 됐다.

    그동안 과학, 공학, 예술, 문학, 경영분야를 전공하는 다섯 교수가 매주 윤독하며 지금까지 지식융합 스터디그룹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자기 전공을 ‘통섭적으로’ 소개하는 기회가 있었다. 기계공학이 전공인 나는 기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기계란 출력에서 요구하는 형태로 입력 조건을 변환·전달하는 장치이며, 이때 변환·전달하는 방법이 기구적인 것을 기계공학이라고 하지요. 만약 전기나 전자적이면 전기·전자공학, 화학적 변환이면 화학공학이 되겠지요.”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예로 들어다르게 설명하면, 생각은 마음에서 오고 말은 생각의 표현이라면, 생각은 마음의 변화이고 말은 생각의 전달이므로 기계와 같이 변환과 전달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술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의 변화를 전달방법에 따라서 소리로 표현하면 음악이고, 글로 표현하면 문학이며, 몸으로 표현하면 춤이 된다. 이들을 종합해 예술이라 한다. 예술이 진선미로 구성돼 있다면, 진은 철학, 선은 윤리와 도덕, 미는 아름다운 미술이라 할 것이다. 이것을 통합해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 기술이다.

    현대라는 것도 시대적으로 구분한다면 언제부터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20세기 이후일까? 아니면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발표된 이후 일까? 아니면 뉴턴 또는 니체이후 일까?

이렇게 자기 전공분야의 족적을 기준으로 주장하고 토론했다. 경론 끝에 문학 전공의 교수가 코페르니쿠스 이후가 옳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지동설을 주장한 것은 신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 중심 사회로의 선언이므로 이것이 현대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시대적으로 반드시 구분할 수 없지만 15세기를 르네상스, 16세기를 종교개혁, 17세기를 과학혁명, 18세기를 시민혁명, 19세기를 산업혁명으로 구분해 강의에 이용하면 어떨까하는 것도 논의했다.

    만남을 지속하면서 통섭이라는 것이 전공을 넘나드는 생각의 폭을 키우게 했고, 다양한 학술분야를 가로지르며 현상들을 설명하는 이론체계를 끌어낼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식하게 됐다. 그 중 한 방법으로 기계공학의 변환과 전달 과정이 가치를 만든다는 것에 주목하게 됐다. 이런 생각을 바탕에 두고 토론을 벌인 끝에 ‘변환은 지식과 지식의 융합 또는 통합이며, 전달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능력’이라고 개념 정의를 했다. 또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 쌓일 때 비전을 볼 수 있고, 제시할 수 있으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신감이 생긴다. 그런 자신이 자랑스러워야 자부심이 생긴다.

이런 인재가 리더로 성장 할 수 있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결론의 전제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의 꿈과 열정을 끌어 낼 수 있어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섭과 관련된 교재 개발과 함께 ‘과학, 문학, 예술과의 만남’이라는 강좌도 열었다. 더불어 ‘21세기 과학의 전망 및 예술, 문화의 연관성을 예측하고 나의 전공과 미래의 나를 설계 한다’라는 주제를 놓고 팀티칭과 개인별 발표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지식기반사회에 살고 있다. 지식기반이라는 것은 지식이 산업사회의 상품처럼 가치를 만드는 것의 기반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식이 가치를 낼 수 있을까. 첫째가 창의적 사고이다. 하나의 지식정보(또는 전공)에 대해 변환과 전달방법이 다양하고 유연해야 한다.
둘째는 하나의 정보로서는 가치창출이 곤란한 경우 지식을 통합 또는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교육이 필요하고,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위해 지식을 융합하는 통섭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결국은 이것이 나의 토론·연구 과제가 될 것이다.

오환섭 경희대·기계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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