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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이사장에 부인은 총장, 아들·며느리는 교수
남편은 이사장에 부인은 총장, 아들·며느리는 교수
  • 권형진 기자
  • 승인 2009.11.16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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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직계가족이 법인·대학 요직 도맡아 … 친인척 대물림 여전

 

지난 1월 서라벌대학 제13대 학장에 이 대학 김재홍 교수(34세)가 취임했다. 겸임교수 1년, 전임교수 1년 경력에 학장에 오른 데에는 아버지의 힘이 컸다. 김 학장의 아버지는 이 대학 설립자인 김일윤 전 원석학원 이사장(71세)이다. 김 전 이사장의 부인이자 김 학장의 어머니인 이순자(60세)씨는 지난 6월부터 같은 법인 산하의 경주대 제9대 총장을 맡고 있다.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만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다. 사립대학 역시 자식이나 친인척에게 대학을 세습하거나 세습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권영길 의원(민주노동당)이 지난 10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2009년 4년제 사립대 설립자 및 법인 이사장 직계 존비속 근무 현황’을 <교수신문>이 분석한 결과다. 4년제 일반대학과 산업대학, 대학원대학, 각종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183개 법인(187개 대학)이 자료를 제출했다.


2009년 10월 현재 설립자와 이사장, 이사 친인척으로 사립대 법인 및 산하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112개 법인(114개 대학) 300명(설립자 및 이사장 포함)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총(학)장과 이사를 겸하고 있는 29명을 포함해 150명이 법인에서 근무한다. 이사장 63명을 포함해 117명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 근무하는 친인척 150명 중에는 교수가 83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직원 54명, 총장 9명, 부총장 4명 순이었다. 그러나 설립자나 이사장 본인을 제외하면 법인보다 대학에 근무하는 친인척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이나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친인척들이 설립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본 결과 대부분 직계가족인 경우가 많았다. 직계가족 이외의 기타 친인척은 설립자를 제외한 214명 가운데 29.4%인 63명에 그쳤다. 70.6%인 151명은 부부, 자녀, 형제, 손자(외손자, 증손자 포함) 등 직계가족이었다. 직계가족 중에서도 자녀 비율이 높았다. 설립자 친인척의 39.7%인 85명이 자녀였다. 설립자와 부부 관계인 사람은 9.8%인 21명이다. 부부와 자식을 모두 합치면 설립자 친인척 둘 중 한 명(49.5%, 106명)은 부부거나 자녀 사이다.


설립자 자녀 가운데는 교수가 3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사 28명, 이사장 15명, 총장 4명, 부총장 3명 등의 순이었다. 이사 중 13명은 총(학)장을 겸하고 있다. 설립자와 부부 관계인 사람은 이사가 15명(총장 겸임 3명 포함)으로 가장 많았고 이사장 4명, 총장 2명 순이었다. 설립자 직계가족일수록 대학보다는 법인에 근무하는 비율이 높다. 대학에 근무하는 설립자 친인척 122명 중에서는 손자와 형제까지 포함한 직계가족 비율이 60.2%인 반면 법인에 근무하는 92명 가운데는 84.5%가 직계가족인 것으로 나타난 데서도 이러한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설립자 가운데 50명은 대학이나 법인에서 직책을 맡고 있다. 이사장이 33명으로 가장 많았고, 총장과 이사를 겸하는(7명) 등 이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16명이나 됐다. 설립자가 이사장을 겸하는 경우는 주로 대학원대학이 많았지만 4년제 대학 중에도 초당대, 인제대, 을지대, 예원예술대, 신경대, 경운대, 서경대, 가야대, 영동대 등 17곳이 여기에 해당됐다.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중앙대와 인하대도 사실상 설립자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경우로 분류할 수 있다.

설립자의 친인척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대학은 28곳이다. 자료를 제출한 112개 법인 가운데 56.2%에 해당하는 63개 대학(중앙대, 인하대 포함)이 설립자나 친인척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셈이다. 설립자 중 8명은 총장을 맡아 대학을 직접 챙기고 있다. 4년제 대학 중에서는 한북대, 평택대, 명신대, 성민대, 건양대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한북대를 제외한 4곳은 총장과 이사를 겸하고 있다. 설립자 친인척이 총(학)장을 맡고 있는 대학은 30곳이며, 이 가운데 22곳은 총(학)장과 이사를 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자 친인척이 5명 이상 근무하는 대학은 자료를 제출한 114개 대학 가운데 총 12곳으로 동명대(8명), 동의대(8명), 대구한의대(7명), 대전대(7명), 호남대(7명), 광주대(6명), 단국대(6명), 건국대(5명), 경희대(5명), 광운대(5명), 신라대(5명), 한성대(5명)이다. 이들 대학에 근무하는 친인척 수만 해도 설립자 친인척 수의 3분의 1인 74명(34.6%)에 달한다. 설립자 친인척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동의대는 설립자가 이사장을, 아들이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같은 법인 산하 동의과학대학과 동의공고, 동의중학교에 근무하는 친인척까지 합하면 그 수가 18명에 달한다.


호남대는 설립자가 이사장을, 부인은 이사를, 아들은 처장을 맡고 있다. 호남대 외에 건양대, 극동대, 동서대, 남서울대 등도 설립자와 부인, 자녀가 함께 근무한다. 극동대는 설립자가 이사를, 부인은 이사장을, 아들은 총장을 맡고 있고, 설립자가 이사로 있는 동서대는 부인과 아들이 각각 총장과 부총장을 맡고 있다. 남서울대는 설립자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부인은 총장, 아들과 며느리는 교수로, 처조카는 직원으로 근무한다. 건양대는 설립자가 총장 겸 이사로, 부인은 이사로, 자녀는 교수로 근무한다.


설립자의 부인과 자녀가 함께 근무하는 대학은 경동대, 경북외국어대, 남부대, 순천향대 등이다. 남부대는 부인이 이사장을, 아들 2명이 총장과 교수를, 순천향대는 아들이 이사장을, 부인이 이사를 맡고 있다. 경북외국어대는 부인이 총장을, 아들이 처장과 교수로 근무한다. 한북대는 설립자가 총장을, 아들은 이사장을, 부인은 같은 법인 산하 신흥대학 총장 겸 이사를 맡고 있어 이사회 때는 부인과 자녀가 함께 모여 회의한다. 부산외국어대와 중부대는 설립자 부부가 나란히 이사장과 이사를 맡고 있다. 경운대는 설립자가 이사장을, 부인이 총장을 맡고 있으며, 용인대는 설립자의 아들이 이사장을, 아들의 부인이 부총장으로 근무한다. 


그러나 실제 대학에 근무하는 친인척 수는 이번 조사 결과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 산업대학, 대학원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191곳(195개 대학) 가운데 112곳만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4년제 대학은 150개 법인(151개 대학)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89곳(59.3%)만 자료를 제출했다. 그나마 친인척 현황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곳이 많았다. 친인척(설립자나 이사장 본인 포함)이 이사장이나 이사를 맡고 있는 경우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일부 대학은 한눈에 봐도 측근으로 의심되는 인사가 이사진에 대거 포함돼 있었지만 이는 사실상 파악이 불가능하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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