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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 이전, 자족기능 강화 기본 토대 … 균형발전 계기로
중앙부처 이전, 자족기능 강화 기본 토대 … 균형발전 계기로
  • 육동일 충남대·자치행정학과
  • 승인 2009.11.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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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계획 수정 어떻게 보십니까] 반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지난 60년 동안 행정중심복합도시만큼 국민들에게 번민과 갈등을, 그리고 충청지역민들에게 희망과 좌절을 안겨준 국가와 지역의 이슈는 아마 손꼽을 정도로 많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정부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행정도시 건설을 추진했고, 우여곡절 끝에 여·야 정치권이 합의를 통해 특별법을 제정했다. 현 정부에서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국민과 수없이 다짐했던 약속사항이다. 또 행정도시 건설과정에서 세계적인 미래도시를 향한 질 높은 연구 자료와 정보들이 축적됐으며, 향후 우리나라의 통일 후 꼭 필요한 새 수도 건설에도 대비하고 있는 가치 있는 투자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녹색성장첨단복합도시’로 변경하고 정부 부처 이전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행정도시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있어서 충청권을 중심으로 강력 반발하고 있는 등 행정도시를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첨예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7년여에 걸쳐서 천신만고 끝에 신행정수도에서 겨우 행정도시로 정리된 마당에 또 다시 행정도시를 놓고 축소·변질 논란이 재현된다면, 그야말로 국론 분열은 물론 국가·사회에 엄청난 낭비와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대내외 신임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에 새 국정목표들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행정도시가 걸림돌이 되는지 아닌지를 진작 판단했어야 했다. 즉, 정부는 행정도시가 국가발전에 꼭 필요한 사업인지 그리고 행정도시 대신 다른 목적의 도시가 더 타당한지를 냉정하게 따져본 다음 그 수정안을 당시에 국민들에게 솔직히 내놨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총리, 관계 부처 장관들은 행정도시가 당초 원안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그 추진 의지를 국민 앞에 누누이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 행정도시의 정상 추진을 부인한다면 그것은 정부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국정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정부는 지난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 비롯된 사회적 갈등 상황에서 혹독하게 학습하지 않았는가.

행정도시 특별법은 당초 12부4처2청(현재 9부2처2청)의 행정부처가 중심이 되고 그 중심 밑에 과학기능, 기업, 대학, 첨단산업단지 등 자족적 기능을 보완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런데 정작 행정부처가 오지 않거나 축소된다면 그것을 믿고 추진하려 했던 기업, 대학, 과학 기능들이 행정도시로 오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기업은 정부의 권유가 아닌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일 것이고 항간에서 떠도는 서울대 공대 이전은 정부 부처보다 더 힘든, 전혀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고 국가나 지역을 위해서 바람직하지도 않다. 결과적으로 행정도시 건설 자체가 무산될 것이고 혼란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다. 중앙부처의 이동이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행정도시가 못마땅하다 해서 다시 억지로 변질시키기 보다는 당초의 약속과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낭비를 줄이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문제를 고심하고 있는 정부도 행정도시를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의 계기로 삼는다면 현 정부의 지역정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행정도시가 성공적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연계돼 추진되는 혁신도시 건설도 무산될 것이다.

그리고 행정도시 문제를 충청권의 지역이기주의 문제로 폄하하거나 충청권의 내부 분열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이제는 더 이상의 소모적인 국론분열을 끝내고 행정도시가 당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그 해법을 찾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현실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울수록 원칙과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이 순리다.

따라서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정치권과 사법부가 결정한 법대로, 대통령의 약속대로, 그리고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만이 유일한 최선의 대안이다.

육동일 충남대·자치행정학과

대통령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한국지방자치학회장, 전국 시도연구원협의회장 등을 지냈다. 『행정도시가 희망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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