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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黨軍 관계’틀로 김일성 사후 북한체제 분석
[테마] ‘黨軍 관계’틀로 김일성 사후 북한체제 분석
  • 교수신문
  • 승인 2002.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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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6 09:23:15

『북조선』 (와다 하루끼 지음, 들베게刊 )·『역사로서의 사회주의』(와다 하루끼 지음, 창작과비평刊 )·『현대북한의 이해』 (이종석 지음, 역사비평刊)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 ‘역사로서의 사회주의’, ‘한국전쟁’ 등 북한 연구의 가장 논쟁적인 주제를 다뤄온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교수의 새 책 ‘북조선-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가 국내에 번역, 소개됐다.
1998년 ‘北朝鮮-遊擊隊國家の現在’란 제목으로 일본에서 처음 출판된 이 책 역시 와다 교수 특유의 논쟁적 주제와 서술로 가득 차 있다. 또한 균형 잡힌 시각과 깊이 있는 역사적 통찰을 이끌어냄으로써 북한 이해의 수준을 높임은 물론 김정일시대의 북한을 이해하는 새로운 인식틀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북한에 대한 본격 연구서이면서 동시에 통사로서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 전체 11장과 보론 및 후기로 이루어진 이 책은 만주항일무장투쟁 시기부터 현재까지 아우르는 시간의 길이를 압축하면서도 정확한 자료와 함축적인 문장으로 흥미롭게 이끌고 있다. 딱딱한 통사 북한교과서에 길들여진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 국가로

이 책을 구성하는 씨줄과 날줄을 통해 와다가 얻은 현북한체제의 모습은 ‘정규군국가’이다. 북한체제의 군사적 성격과 관련된 논의는 그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미 1980년대에 이른바 ‘유격대국가론’을 전개하여 북한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와다는 이번 번역본 보론을 통해 김정일시대를 ‘정규군국가론’으로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시대가 정착하면서 북한이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유격대국가론을 살펴보자.
그는 우선 국가사회주의 체제(system)를 ‘공산당, 국가, 사회단체가 일체화하여 이루어진, 이 공적 주체가 정치·경제 일체를 일원적으로 관리하는 체제’로 규정한다. 또한 북한에서 유격대국가의 성립과정을 ‘1961년에 성립된 국가사회주의체제 위에 1967년부터 이차적으로 구성된 구조물이며, 1970년대에 들어와 그 위에 다양한 간판이 바뀌어 걸린 것’으로 본다.
1961년 경제의 사회주의적 개조와 만주파에 의한 당군 일체화가 국가사회주의 체제를 성립시키고, 1967년 갑산파 정리 이후 1970년대의 영도예술과 1972년 ‘사회주의헌법’ 등이 확립되면서 유격대 국가가 완성되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유격대국가는 국가사회주의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당국가체제(regime)를 그 통치의 물적·제도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1인 체제’ 수준, 와다의 표현에 따르면 ‘이차적 구조’ 수준에서의 이론화이다. 그리고 ‘유격대’란 표현 속에는 권력 핵심부에 만주파의 존재라는 인적 기반 문제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유적 성격이 강하다. 유격대라는 물적·제도적 기반이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는 유격대국가 모델을 ‘김일성이 유일한 최고사령관이고 인민 전체가 만주파화, 유격대원화한 국가’로 규정짓고 있다.
한편 와다는 김일성 사후 북한체제가 ‘유격대국가’에서 ‘정규군국가’로 전환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김일성 사후 공식 이데올로기 및 김정일의 통치 스타일 분석을 통해 이러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는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최고지도부가 군부지도부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은 논의는 기존의 ‘유격대국가론’을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여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김일성 사후 본격적인 이론화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와다가 개념화한 ‘정규군국가’에서는 유격대국가로부터 정치체제 수준에서의 제도적 통치 기반이 변화했다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군대라는 물리적 폭력을 담당하는 거대한 군사조직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논의에서 북한이 정규군국가가 됨으로써 ‘당국가 체제’가 변화했다고 볼 수 있는가가 검토 과제로 남는다. 즉 실제 북한 최고 지도부가 당정치국 등 이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군 수뇌부로 바뀌었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당과 군 중 어느 조직이 우위에 있는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북한체제의 군사적 성격과 관련된 국내 연구자들의 논의는 대부분 1990년대 이후 체제위기 상황에 처한 북한의 대응방식과 관련된 것이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북한에서 ‘선군정치’와 ‘강성대국’의 개념이 등장한 이후 이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구섭·고성윤·서주석은 ‘유사전시체제화’로, 강신창은 ‘전시형 국가병영관리’로, 안찬일은 북한이 개념화한 ‘선군정치’로, 정성장은 ‘당 우위의 군중시체제’로, 류길재는 ‘북한의 국가성격 변용에 관한 연구’에서 ‘군사국가’로, 이종석은 ‘새로 쓴 현대북한의 이해’에서 ‘군사국가화’ 논지로 표현하고 있다.
이들의 논의 전반을 하나로 묶어 요약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체로 북한군부의 위상이 높아지고 그 역할이 상당히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는 일치하고 있다.
이들은 당 권력의 약화, 군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의 상황에서 군이 당보다 우위에 존재하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군의 역할이 다양한 분야에서 커졌을 뿐만 아니라, 군의 권위와 권한이 급격히 강화되어 당의 위상과 대등하거나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이들은 선군정치와 같은 군 중시 이데올로기의 강화, 김정일의 군 현지지도의 증가, 군 역할의 다변화 및 대체 기능의 강화, 권력구조 내에서의 군지도부의 부상, 국방위원장체제의 제도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들은 북한의 군사국가화 현상을 당군관계와 권력구조라는 틀 속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가 북한체제 내 군대의 역할 변화와 사회적 차원에서의 군사국가화를 포괄적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 논의들은 대개 군의 권위 및 권한 진폭과 당의 위상간의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단선적인 연구에 집착했다. 이러한 접근으로는 정치·사회·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군대의 역할과 그것의 사회와의 상호작용 전부를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 북한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의 본질은 군대의 부상 그 자체보다는 군사화한 담론이 북한사회 전체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논의 다각적 분석 미흡해

또한 이 논의들의 대부분은 1990년대 북한이 처한 위기상황에 대한 현상분석에 치우치고 있다. 군사국가화로의 역사적 경험과 축적, 그리고 군사화 질서로의 진행과정에 대한 분석 없이 오늘의 현상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군사화 질서가 북한체제의 제 분야에서 어떻게 상호작동하고 있는가의 문제에 대한 설명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결국 현재 북한체제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역사적 경험에 대한 분석과 군사질서가 전체 사회에서 작동하는 양식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다. 또다시 북한체제의 성격규정과 관련한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한 와다의 노력에 이제 한단계 상승한 우리의 대답이 있을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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