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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학문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三人三色 경험
다양한 학문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三人三色 경험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10.26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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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 미국 박사 신임교수 3명이 전하는 각오

작지만 강한 곳, “미국보다 나에게 더 적합”
오재욱 건국대 교수(47세, 축산식품생물공학전공)에게 ‘이스라엘 박사’는 그다지 특이한 이력이 아니다. 박사과정에 있을 때부터 이스라엘 대학과 한국 정부가 교류하는 모습을 많이 봤고,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을 중심으로 이스라엘과 교환프로그램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는 이유다. 오 교수는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스라엘은 축산분야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과학분야에 강하다”며 규모가 크지 않지만 내실 있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와이즈만과학원은 석·박사과정을 갖추고 있는데, 전 과정을 영어로 강의하고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한다. 유럽에선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와이즈만과학원에서 학위 과정을 하는 이들이 많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는 10여명. 인지도와 규모에 비하면 상당수다. 오 교수는 이스라엘 대학의 강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소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 역시 미국에서 박사후과정을 지원할 때 와이즈만 출신이라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박사후과정을 미국에서 했지만 오히려 이스라엘이 자신에게 더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그가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이스라엘 대학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지만, 돌아올 때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에서 과학정책을 집중 육성하면서 과학분야에 강한 이스라엘과 항공, 무기산업,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기술협력을 많이 추진했다. 내가 있을 때에도 과학기술처 장관 2명이 방문했다.” 오 교수는 강의시간에 이스라엘에서 경험한 유대인의 저력을 전달할 계획이다. 그는 “유대인의 특징이 우리와 비슷하다. 좋고 싫은 게 분명하고 주어진 일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있다”며 “스스로 강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온 강한 독립심과 교육에 대한 열정,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융합연구 트렌드, 스웨덴 대학 출신이 이끈다
기업체 책임연구원으로 스웨덴 출장을 갔다가 택한 왕립공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주형 조선대 교수(40세, 전자공학과). 그도 처음엔 미국 대학을 생각했지만 위계질서가 엄격하지 않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지도교수의 폭넓은 역할에 끌려 스웨덴 행을 결정했다. 40여명의 유학동료 중 김 교수를 비롯해 한국 대학에 교수로 임용된 이들은 10여명. 조장희 가천의과대 뇌과학연구소장이 ‘스웨덴 대학 출신 1호 교수’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융합전공에 대한 말이 나오자 김 교수의 설명이 빨라진다. “스웨덴의 강점이 바로 융합분야에서 나타난다. 왕립공과대만 해도 수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이들이 있다. 공과대학 출신이 아니라도 가능성을 보고 뽑는데, 이것이 학문 흐름을 선도하는 원동력이다.” 그의 전공 역시 기계공학이었지만,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것도 학문의 벽이 없어 다양한 연구가 가능하고 연구결과를 기술과 접목해 상업화하거나 벤처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작용했다. “스웨덴 대학의 강점이 한국에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김 교수는 앞으로 스웨덴 대학 출신 교수들과 함께 왕립공과대를 중심으로 북유럽 대학 교수들과의 공동연구를 제안할 계획이다. 이들의 시도가 학문 다양성을 이끌고 융합연구의 본보기가 될지 관심이 크다.

그는 아울러 스웨덴 대학의 수업 방식을 강의시간에 응용할 생각이다. 멀티링구얼(Multilingual) 학습을 통해 다양한 학문분야를 넓고 깊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전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적극적인 발표를 요구할 계획이다.

“동아시아 연구컨소시엄 이끌어 가고파”
한요섭 연세대 교수(32세, 컴퓨터과학과)는 학부 4학년 때 진학진로를 고민하던 중 지도교수가 홍콩과학기술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따라 오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후 석사과정에 이어 박사과정도 홍콩과학기술대에서 이수했다.

홍콩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대학 사정에 관해선 알려지지 않은 면이 많다. 한 교수는 “홍콩에서 괜찮은 대학으로 홍콩대, 중문대, 홍콩과학기술대를 꼽는데, 이들 세 대학은 세계 대학평가에서 20~30위권에 자주 이름을 올린다”고 소개했다. 홍콩과학기술대는 이공계대학 평가에서 1~2위를 다툰다. 한 교수는 “홍콩과학기술대는 공학분야도 유명하지만 사실 경영대학이 더 뛰어나다”고 웃으며 “경영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한국인 교수 수가 꽤 된다”고 전했다.

유럽과 미국이 각각 하나의 커다란 연구섹터를 형성해 대학, 연구소별로 학문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처럼 한 교수는 “동아시아에서도 이공계 중심의 컨소시엄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홍콩에서 공부한 자신의 경험을 살려 동아시아 협력 연구를 확대해 나간다는 포부도 아울러 밝혔다.

홍콩에서 박사학위를 생각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조언은 무엇일까. “홍콩은 장학금을 충분히 지원하고 중국어공부도 가능하다. 중국시장을 감안할 때, 대학원에 중국학생들이 많이 온다는 점을 생각할 때 여러 장점이 있다.” 그는 “홍콩은 한국인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차별을 걱정할 필요 없다”며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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