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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이렇게 본다] 녹색 비전, 원자력·4대강과 어울리지 않는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이렇게 본다] 녹색 비전, 원자력·4대강과 어울리지 않는다
  • 박재묵 충남대·사회학
  • 승인 2009.09.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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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신(新)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내걸고 범부처 수준에서 관련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용어의 적절성 여부를 논외로 한다면, 일단 저탄소와 녹색성장은 분명히 선진적인 정책 지향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탄소는 기후변화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감축하는 것이라고 보면, 이는 정부가 하는 말대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에 해당하는 정책이다. 또한 녹색성장도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성장을 뜻한다는 점에서 생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 처방은 아닐지라도 점진적 개혁의 의미는 충분히 담고 있다. 또한 역대 어느 정부도 ‘녹색’을 국가 발전의 기본 지표로 내건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의 표방은 의미 있는 전환이다.

    여기에서 녹색성장론의 이념을 길게 논의할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그 동안에도 녹색성장론을 지속가능발전론과 비교해 그 이념적 특성과 한계에 대한 논의는 적지 않게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비전하에서 추진되고 있는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이 과연 내걸고 있는 비전에 걸맞는 내용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몇 가지 정책상의 문제점들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우선 눈에 띄는 정책 중의 하나는 탈석유ㆍ에너지자립 강화와 관련해 제시되고 있는 에너지정책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력발전의 대체 수단으로 원자력발전의 설비 용량을 2009년 24%에서 2050년에 41%로 증가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원자력발전의 과도기적 기여는 인정하더라도 이는 과도한 원자력의존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원자력발전이 전력의 기저부하량을 담당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설비용량이 41%에 도달하게 되면 원자력 발전은 전체 전력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런 정책은 사고 위험과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 곤란으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을 가능한 한 줄이고자 하는 국제적 추세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말하는 ‘녹색’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른바 4대강사업에서 발견된다. 녹색뉴딜사업의 핵심사업의 하나인 4대강사업은 본사업(16.9조원)과 직접연계사업(5.3조원)을 포함해 총사업비가 22.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사업 규모의 문제를 떠나서 과연 4대강사업이 ‘녹색’ SOC사업이며 ‘저탄소 녹색성장’과 조화를 이루는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녹색의 관점에서 볼 때,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보의 설치와 강바닥의 준설은 하천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서 강을 살리기보다는 오히려 살아 있는 강을 죽이기 십상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4대강사업은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녹색’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녹색이라는 말은 흔히 환경보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 녹색은 인류가 추구해온 다양한 이념을 포괄적으로 함축하는 말이다. 녹색은 참여민주주의, 자치, 평등, 다양성 등의 매우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이념이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녹색이 갖고 있는 환경보전의 의미라도 제대로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사업은 크게 조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의 녹색 비전이 녹색 세탁으로 끝나지 았으면 한다.

박재묵 충남대·사회학

한국환경사회학회 회장, 한국NGO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환경사회학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우리 눈으로 보는 환경사회학』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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