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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부끄러움이 없으려면
[學而思] 부끄러움이 없으려면
  • 조병훈 대구예술대·행정학
  • 승인 2009.09.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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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훈 대구예술대·행정학
얼마 전에 우연히 TV를 보다가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의 대담프로를 보게 됐다.
감명 깊게 시청했는데 그 가운데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다. 운영하던 안철수연구소를 직원들에게 맡기고 미국에 유학 가서 MBA 과정 수업 중에 하버드 법대교수가 이야기하기를 자기 제자들 가운데 성적이 가장 뛰어났던 대부분의 제자들이 교도소에 가있다는 이야기였다. 

    듣고보니 로스쿨을 졸업한 법률전문가와 마찬가지로 MBA과정을 마친 경영전문가들이 미국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발생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경제위기의 주범이라는 사실과 같은 이야기이다.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최고의 학부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최고의 엘리트 지성인들이 사회에 큰 범죄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오늘날의 대학교육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사건들인데,우리나라의 경우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기에 앞으로 대학교육의 방향을 잡는 데 있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스스로를 자기반성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인성교육을 간과한  전문지식과 기술 전달중심교육은 미래사회를 희망이 없는 암흑사회로 만들 것이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기회가 와서 대학교수로 직장을 옮기게 됐다. 대학은 희망과 꿈의 직장으로 진리와 정의를 가르치는 신성한 공간으로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막상 대학교로 직장을 옮겨 생활해보니 생각과는 딴판이었다. 학내 비리가 심각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 사회의 어떤 분야보다 깨끗하고 신성해야 밝은 미래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대학이 비리 투성이라면 어떻게 학생들에게 진리와 정의와 사회가치를 바르게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하여 오랜 세월을 대학이 바로서기를 바라며 교수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해왔다. 결국은 비리재단이 물러나고 관선이사가 파견됐지만 지금은 또 학내가 부실사학 퇴출문제로 시달리며 시끄럽다. 지금은 천만다행으로 대학을 인수해 좋은 대학으로 발전시켜보겠다는 재력 있는 독지가가 나타나서 안도하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랜 세월을 교수 본연의 자리보다 다른 일에 매달려 보낸 세월이 아깝다. 대학이 정상적으로 돌아갔다면 엉뚱한 데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연구를 해 좋은 논문과 저서를 남길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 못한 여건과 환경이 인생과 학문에 있어서 엄청난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국회에서는 청문회가 진행 중인데 이름이 부끄러운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유명한 사회지도자가 저 정도라면 일반 시민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부패수준은 높고, 행복수준은 바닥권을 맴돌고 있는 답이 여기에서 나온다. 정부부패, 관료부패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 것인가가 나의 학문적 관심사가 됐다. 역사 시작부터 오늘날까지 인간은 악과 부정과 비리가 끊이지 않고 해결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종교가 아닌가 생각한다. 종교가 또 슬그머니 타락해 나쁜 것에 물들고 다시 개혁하는 것을 반복하는 역사이다.

    유교경전인 『대학』에서 “격물치지성의 정심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했다. 세상이치를 먼저 깨닫고 정성을 다해 바른 마음을 가지고 자신을 먼저 수양하고 가정을 질서정연하게 다스린 후에야 세상을 다스릴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학문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공을 가릴 것 없이 가장 먼저 자신을 수양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진 교수라고 하더라도 학생들로부터 인격적으로 존경을 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학생을 바르게 가르칠 수 있겠는가.

    최근에 모 대학교 의대 교수가 물의를 빚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학식 이전에 자신을 먼저 수양하지 못하여 부끄러운 일을 당한 것이다. 맹자께서 인생삼락 가운데 하나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교수는 항상 바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조병훈 대구예술대·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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