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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19] 석학의 자격?
[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19] 석학의 자격?
  •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 승인 2009.09.2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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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최근 들어 대학 강단의 교수들이 공직에 진출하는 경우가 잦은 것 같다. 그런데 그분들이 검증 과정에서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보고 있자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을 항상 느낀다. 하지만, 나 역시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람인지라 뭐랄까, 교수 출신 공직후보자들의 ‘단골메뉴’가 돼 버린 논문 이중 게재나 표절 문제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총리로 임명되고 국회 인사 청문회를 거치게 되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속속 거론됨을 지켜보았다. 어김없이 논문 이중 게재가 문제로 떠올랐다. 이제 막 공부를 마친 신출내기 교수가 그런 구설수에 대해 감히 입을 떼기가 쉽지는 않다. 다만, 스스로에게 논문을 준비할 때마다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된다고는 말할 수 있다.

    그런 와중에, 박사 학위를 갓 취득했거나 곧 취득할 예정인 신진 학자들이 자주 찾는 한 웹사이트를 가보니 정운찬 총리 후보의 경우가 이전과는 좀 색다른 논쟁거리를 불러일으켰음을 알게 됐다. 당초 모 국회의원이 정 후보가 지난 20년간 한 편의 논문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자 논문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쟁이, 정 총리후보의 연구업적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경제학계의 ‘석학’이라고 불릴 만큼인가 하는 논쟁으로 번져버린 것이다.

    요즘처럼 교수들의 연구 업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조건에서는 정 후보의 논문  편수가 ‘석학’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지금도 널리 읽히는 『경제학 원론』 (조순, 정운찬 공저)을 집필했고 서울대에서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으니 최근의 연구논문의 수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석학’으로 불리기엔모자람이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았다.

    개인적으로는 학자들의 학문적 연구 결과들을 대중들에게 보다 널리 알리고  후학들에게 잘 전수하는 것 역시 학자들의 아주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를 들자면, 천문학에 대해서 대개가 문외한인 일반인들에게 천문학을 널리 알린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 박사가, 천문학계 내에서의 연구 업적에 대한 동료 학자들의 평가와는 별개로, ‘석학’이라 불리는데는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별적인 연구 활동들을 통해서 학문의 발전에 일조할 수 있는 새로운 발견들을 도출해내는 것이 학자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과제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으니 학문적 내실을 다지는 연구 활동은 전혀 없이 대외 활동에만 치중하는 경우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적노라니, 이제 막 학문의 길로 들어선 이 신출내기가  ‘석학’의 자격에 대해 답을 내놓는다는게  애시당초 가당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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