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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인화 법안을 보고]과연 고등교육의 미래상인가 … 교육재정 늘려 ‘공공성’키우자
[서울대 법인화 법안을 보고]과연 고등교육의 미래상인가 … 교육재정 늘려 ‘공공성’키우자
  • 김광렬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
  • 승인 2009.09.14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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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말 발표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제정안’은 국가의 인재 육성을 책임지고 있는 전국국·공립대학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서울대 법인화 추진 동향에 대해서는 이미 소문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막상 발표를 통해 그 실체를 접하고 보니 과연 이 법안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대의 발전과 고등교육의 미래상인가하는 괴리감이 든다.

서울대 법인화안에서 제시된 제안이유를 보면 대학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향상하고, 대학의 교육·연구역량을 강화해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법인화 이유다.

    서울대는 분명 전국 40개 국·공립대학 중의 하나이며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고등교육기관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설치령부터가 다른 특별대학으로 여타 국·공립대학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특혜와 행·재정적 지원을 받아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수준의 대학에 못 미쳐 교과부까지 발 벗고 나서서 세계적 대학이 되기 위해 법인화를 해야 한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또한 법률안 어디를 보아도 대학의 자율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조항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오히려 대학의 교수들이 오랫동안 투쟁해 겨우 쟁취한 총장직선제마저 교과부 차관과 기획재정부 차관이 당연직으로 포함되고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외부인사가 2분의 1 이상 포함된 이사회에서 선임토록 규정한 것이 자율성의 향상이라고 한다면 이는 괴변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전국의 국·공립대학들은 국제화 시대에 부응해 교육과 연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열악한 시설과 환경 속에서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서울대만 정부에서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법인화를 유도하며 교육과 연구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노벨상 수상자 하나 배출하지 못한 서울대에 대한 또 다른 특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미 국립대 법인으로 설립된 울산과학대의 법인화 법률이나 현재 추진 중인 인천대 법인화 법률안과의 비교에서도 서울대의 특혜는 평등원칙을 무시한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특혜의혹과 위헌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정부 내의 관련 부처들과의 협의나 법제처의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서둘러 서울대 법인화를 입법화하려는 저의는 교과부의 근시안적 사고와 졸속 정책이 서울대의 이기적 사고와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로밖에는 이해가 안 된다. 따라서 서울대는 이제라도 독선과 이기심을 버리고 진정한 우리나라의 대표 대학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전국의 국·공립대학들과 동반자적 입장에서 고등교육의 발전과 인재육성에 앞장서 주기를 촉구한다.  

    교과부 역시 OECD 국가들의 평균 교육재정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우리나라 교육재정지원의 현실과, 우리와 유사한 교육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면서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교육재정투자를 해온 일본에서도 이미 법인화가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가 되고 있음을 자각해 법인화보다는 교육재정 확충에 오히려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따라서 국가가 진정 국민을 위하고 인재육성을 위한 고등교육의 책임을 완수하려면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확대해 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교과부는 서울대의 귀족화를 위한 특별법보다는 진정한 고등교육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국·공립대학의 발전을 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광렬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

현재 충북대 교수회장을 맡고 있다. 충북대 공과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고려대에서 ‘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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