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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교육, 전문대학·4년제 구분은 무의미…역할 분담 제대로 합시다”
“직업교육, 전문대학·4년제 구분은 무의미…역할 분담 제대로 합시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9.09.14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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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정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머리는 커졌는데 허리와 팔다리가 약해요.”
김정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사진)은 부실한 직업교육체계의 현실을 이렇게 비유했다. ‘허리’를 키워내는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기능을 강화해 산업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하는 김 회장. 4년제 대학도 ‘취업’을 강조하고 있는 요즘, 전문대학과 영역 구분이 모호한 부분도 많은 게 사실이다. “이제는 직업교육도 2~3년 과정으로는 부족합니다. 2년제니, 4년제니 획일적인 학제로 구분하지 말고 전공과 수요에 따라 수업연한 자율화도 필요합니다.” 전체 고등교육체제의 개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김 회장은 흔히 말하는 4년제 대학을 '일반대학'이라고 부른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으로 구분하는 것은 획일적인 학제 구분으로 사회 불평등 의식이 깔려 있다는 인식에서다. 지난 9월 8일 오후3시 배화여자대학 총장실에서 이영수 <교수신문>발행인이 김 회장을 만나 2시간 넘게 인터뷰했다.

△ 오늘의 전문대학 현실은 어떻습니까.
“삶에도 여러 번의 사이클 변화가 있듯이 현재 어려운 경제 현실에서 전문대학이 고등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전문대학과 같은 커뮤니티 칼리지에 120억 달러(15조 원)의 예산을 10년 간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봅니다. 사람도 허리가 튼튼해야 자세가 바로 서고 건강이 유지되듯이 그동안 전문대학은 우리 사회의 허리를 맡는 인재를 양성해 왔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머리는 너무 커진데 반해 허리와 팔다리는 약하니까 전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의 차별이 심한 것 같은데요. 같은 고등교육기관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체제는 대학의 생존 경제논리에 따른 교육정책에 의해 일반대학(김 회장은 4년제 대학을 일반대학으로 부른다)의 학과가 전문대학의 특성화된 학과를 그대로 옮겨 가다 보니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영역이 모호해졌어요. 학문연구 중심의 일반대학과 직업교육을 위주로 한 전문대학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해주는 기능적 분화가 이뤄지도록 정책변화가 우선돼야 합니다.”

△ 전문대학이 겪는 어려움은 제도나 사회인식의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형평성 있는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기인데도 정부도 전문대학에 대해 잘 몰라요. 관심도 적고요. 교과부도 일반대학과 관련한 과는 13개 과인데, 전문대학은 1개 과밖에 없어요. 무관심하니까 위상도 떨어지고 지원도 적고 제도와 사회인식도 낮아졌다고 봐요.”

△ 전국에 146개 전문대학이 있습니다. 전문대학의 미래,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전문대학의 위기라고 말하는데,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해요. 학령인구 감소로 일반대학도 다 어렵습니다. 그런데 왜 위기라고 하느냐 하면 경쟁력 있는 전문대학의 과를 일반대학도 무분별하게 만들고 있는 게 문젭니다. 미국이나 유럽을 보세요. 전문 기능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잖아요. 전체 고등교육체계를 개편해야 할 시점 아닌가요.”

△ 협의회 차원의 대책은 있나요.
“윤리위를 구성하고 인증제도 도입하려고 해요. 직업교육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젭니다. 정부가 과감하게 직업교육 정책을 세워 지원하고 전문대학도 스스로 줄일건 줄여야 하고요.”

△ 2년 동안 협의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고 아쉬운 부분도 무엇입니까.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의 하위 교육기관이 아니라 특성화된 교육기관이라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올해 1월에 학장 명칭을 총장으로 법제화했고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가장 큰 성과지요. 가장 아쉽고 주력하고 있는 사항은 ‘수업연한 자율화’와 ‘고용보험기금 유입’입니다. 사회의 수요와 학습자의 요구에 따라 수업연한을 1~4년으로 자율적으로 하되 평가 시스템에 의한 수요자 요구와 교육의 질적인 내용이 확보되는 자율과 경쟁, 책무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전문대학 재학생의 상당수가 주간에 일하고 야간에 공부하는 학생이 많은데 이들에게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원이 필요합니다. 폴리텍 대학의 경우에는 고용보험 중 상당액을 지원받고 있는데 전문대학이 고용보험기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노동부 규정에 대학의 학위 과정은 훈련과정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가 전문대학에도 실행되면 국가예산의 효율성 제도를 통한 직업교육 책무성과 전문대학 교육의 질적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 수업연한 자율화를 강조하고 계신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학생이 1학년부터 4학년까지 탄력적으로 드나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죠. 직업교육도 2~3년 과정으로는 부족한 전공이 있습니다. 2년제니, 4년제니 획일적인 학제로 구분하지 않고 수요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전체 고등교육체제 개편 논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도 있겠죠. 신입생이 공부하다가 창업을 하고 싶다면 1학년을 마치고 수료하고 나가면 ‘준 전문학사’를 주고, 일을 하다 공부가 하고 싶어 다시 학교로 돌아와 2~3학년 과정을 끝내면 ‘전문학사’학위를 주는 겁니다. 물론 4년 과정까지 마치면 학사학위도 받을 수 있고요.”

△ 지금도 유아교육과나 간호과처럼 전문대학 내에 3년 과정이 있는데 굳이 법을 고쳐 만들 필요가 있나요.
“고등교육기관 내에 4년제, 2~3년제로 수업연한을 제한하는 것은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겁니다. 프로그램 특성화가 중요합니다. 대학을 자율화한다면 학과운영과 수업연한도 자율화시켜 달라는 겁니다. 지금 전문대학에 허용된 전문심화과정은 2학년(3학년)을 졸업하고 취업해 1년 이상 일을 하다가 공부가 하고 싶으면 다시 학교로 돌아와 1~2년 과정을 마치면 학사학위를 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탄력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자기 전공과 취미, 능력을 따져 평생교육차원에서 필요한 겁니다.”

△ 전문대학 스스로도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백화점식 대학은 솔직히 이젠 필요도 없고 시대를 역행하는 교육 시스템이라 봅니다. 결국 슬림하고 전문성이 갖춰진 전문대학이 살아남고 또 필요할 겁니다. 이름만 전문대학이 아닌 특성화된 영역을 가진 전문대학이 있어야 한다고 여러 대학에 강조하고 있습니다. 많은 유럽 선진국이 학문연구와 직업교육으로 고등교육체제를 확실히 특화해 구분하고 있어요. 국가의 비전을 인적 자원 양성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차별화된 교육 지원 정책이 이제는 반드시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는 학문연구와 직업교육이라는 두 수레바퀴가 균형 있게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대학과 교수사회의 발전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전해주세요.
“대학은 대학다워야 하고 기업은 기업다워야 합니다. 대학과 기업은 목적이 다른 데 요즘 대학은 점점 기업화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대학이 마치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수익이 생겨도 교수나 학생들에게 먼저 할애가 돼야죠. 너무 수익에 매달려도 학문 세계가 아니라 기업의 장이 돼버리고 맙니다. 적절한 조정이 필요한데 전문대학 교수들에게 지원되는 연구비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연구 기능과 목적은 다르지요. 전문대학은 이론과 실제를 병행하는 현장의 교육을 산업을 활성화하는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하는가하는 연구지원을 해야 한다는 거죠. 무엇보다 대학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신바람이 나야 하는 곳입니다. 생산성을 높여 이윤을 직접 창출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로움 속에서 인생의 가치도 발견하고 후학을 양성하는 보람도 생기지요. 대학을 마치 기업이나 관공서와 같이 취급하면 발전할 수 없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때 교수, 학생들이 하나로 뭉쳐 뭔가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정리·사진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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