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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18.] 교수는 주7일 근무?
[나의 미국교수 생활기 18.] 교수는 주7일 근무?
  • 교수신문
  • 승인 2009.09.0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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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는 한 교수님은 공부하실 때 외국 학생들에겐 조교 자리를 잘 주지 않던 학과의 정책때문에 본인의 학과가 아니라 대학의 인사과(Human Resources) 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등록금 면제 혜택 등을 받으셨다고 한다. 워낙에 업무 처리도 잘하시고 성격도 좋아서 그랬겠지만, 학위를 마칠 때 즈음해서는 인사과 책임자급의 상관이 와서 혹시 미국에 남을 생각이 없느냐며 정식 행정 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교직으로 나가지 말고 대학 행정 전문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보라는 권유였다.

그 교수님의 입장에서야 갖은 고생 끝에 이국땅에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는데 당연히 학자로서 또, 교육자로서 살아가야겠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생각에 그 제안을 거절하셨다고 한다. 결국, 그분은 한국으로 돌아가셨고 원하시던  대로 유수의 대학에서 교편을 잡게 됐고 학회 활동과 연구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 이제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중견의 자리에 올랐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언젠가 한 번 사석에서 만났을 때 의외의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닌가. 요즘은 간혹 그 때 그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는게다.

평소에도 온종일, 반드시 연구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다가 방학까지 있으니 많은 이들의 눈에는 교수라는 직업이 좋아보인다지만 뒤집어 말하자면, 그 자유로운 근무 시간이 오히려 ‘끊임없는 근무시간’을 뜻할 수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고 하셨다. 연구실을 벗어나서 집으로 돌아가도 강의 준비나 리서치를 위해 보내는 시간이 적지 않은데다가 책상 앞에 앉아 있지 않을 때도 머릿속에서는 해야 할 일들이 계속 맴도니, 사실은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이 근무 시간인 셈이라고 하셨다. 그러니 그냥 행정 전문가로의 길을 택했다면 주어진 시간에만 열심히 일을 하고 저녁 시간이나 주말은 온전히 자기 시간으로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다.

벌써, 중견의 위치에 오르신 그분이 그러한데 이제 교수 생활 2년차인 신출 내기에게는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이 근무 시간인 셈’이라는 그분의 말씀이 더욱 공감된다. 퇴근 후에도 다음날 수업 준비는 물론이거니와 학생들과 수시로 이메일까지 주고 받아야 하니 저녁 숟가락을 놓자마자 컴퓨터 앞으로 직행할 때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주중에는 수업 부담 때문에 차분히 앉아서 리서치를 할 시간이 없으니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걸음은 늘 연구실을 향하게 된다. 이미 주5일 근무는 완전히 정착됐고 일부에서는 에너지 절약 등을 이유로 주 4일 근무까지도 추진하고 있다는데 나로서는 여전히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또 다시, 일요일에도 이렇게 연구실에 나와 몇 시간 째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노라니 그 때 그 교수님의 말씀이 다시 생각난다.

김영수 켄터키대·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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