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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간 교수이동 바람 風風…해외파 교수 영입도 증가
대학간 교수이동 바람 風風…해외파 교수 영입도 증가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2.03.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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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9 09:32:33
한번 임용되면 한 대학에서 평생을 봉직하는 관행이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교수들의 자리이동이 잦아지고 있다. 우리신문이 올 상반기에 이뤄진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교수임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박사학위자를 비롯한 학문후속세대들의 채용비율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는 반면, 지방대학 교수나 외국대학 교수들의 임용비율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학기에 의대를 제외하고 총 41명을 임용한 성균관대는 절반이 넘는 21명을 다른 대학 교수를 임용하는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 총 36명을 임용한 한양대 역시 절반 수준인 16명을 다른 대학에서 재임중이던 교수로 선발했다. 이밖에 연세대 74명 중 24명, 고려대 38명 중 11명, 중앙대 33명 중 11명, 건국대 27명 중 7명, 서강대도 7명 중 2명을 현직교수를 신임교수로 뽑았다. 교수들의 대학이동이 해마다 조금씩 증가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같이 크게 늘기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교수들의 대학이동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평균 10%를 넘지 못했다. 10명의 교수를 초빙했을 때 1명 정도가 자리를 이동한 수준.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신문이 지난 하반기 전국 81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임교수 임용현황에 따르면 대학을 옮긴 교수의 비율은 16.2%. 그러나 올 들어서는 이 비율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방소재 대학 교수들의 서울지역 대학이동이 뚜렷하다. 전임강사 직급으로 지방대에 첫 발을 디딘 신진 학자들이 조교수 내지 부교수 직급으로 서울소재 대학으로 스카웃되고 있는 것. 성균관대와 연세대는 총 8명의 교수를, 한양대도 5명의 교수를 지방에서 영입했다. 수도권 내에서도 교수들의 대학이동은 활발하다.

교수들의 대학이동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은 연구중심으로 체제 개편을 서두르고 있는 서울 소재 대학들이 신진학자 보다는 경력교수를 선호하고, 교수들도 적극적으로 자리이동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연구지원사업도 교수들의 자리이동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다. 연초에 확정된 과학기술기본계획, 기초학문 육성사업 등 각종 국가 연구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리한 고지선점을 위해 대학들이 경력 교수들 영입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현상은 해외대학에서 몸담고 있던 교수들의 국내 대학 진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성균관대는 미야지마 히로시 일본 전 경도대 교수(동아시아지역학)를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로 임용한 것을 비롯해 4명을 영입했다. 이밖에 한양대도 이상욱 전 런던대 교수(철학)를, 고려대도 조성택 전 뉴욕주립대(스토브리룩, 철학) 교수를 임용했다.

자리를 옮기는 교수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정년까지 한 대학에 몸담았던 교수들의 재직관행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뜻한다. 일부에선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더 확대돼 계약임용제 시행과 더불어 교수사회에도 큰 지각변동을 불러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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