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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평가방식 더욱 엄격해진다
학술지 평가방식 더욱 엄격해진다
  • 권희철 기자
  • 승인 2002.03.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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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8 18:02:42
학술지 평가에 대한 관리가 강화된다. 학술진흥재단(이사장 김성재, 이하 학진)은 올해부터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학술지를 평가하기로 했다. 먼저 해마다 제출서류를 수시로 변경하겠다는 것. 올해에는 전년도에 발행된 학회지 첫 번째와 마지막 호를 제출해야 한다. 또 학진은 총점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항목별 과락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새로운 방침이 도입된 것은 기존의 평가방식에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매년 첫 번째 간행되는 학회지에만 공을 들이곤 했던 잘못된 관행과 논문의 질은 도외시하고 양적 평가에만 치중하게 되는 문제점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고 학진은 밝혔다. 학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공정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각 학회의 간사들은 학진의 요구사항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등 볼멘 소리를 낼만큼 학술지 평가는 엄격해지고 있다.

반면 심사에서 탈락한 학회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지방 소재 학회이기 때문에 이미 탈락을 예상했다거나 학제간연구가 필요한 학회의 경우 학문분류체계상 불리한 위치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는 항의들이 그렇다. 이는 학술지 평가가 아직도 정량적 평가에 머물고 있지 질적 평가에는 못 미침을 보여준다. 또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평가방법도 재검토 대상이다. 그러나 학진 측은 오히려 학회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학회장이 바뀔 때마다 업무 인수인계가 안 되는 뿌리깊은 관행과 행정적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홍승용 대구대 교수(독문학)는 “전체 학문이 학진의 기준에 맞춰지는 획일적인 구조가 되고 있다”며 “논문 형식이 고정되고 틀에 박힌 논문들이 양산”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실제로 학진의 학술지 평가는 대학 사회 내부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교수들의 연구업적평가제는 그 한 예가 된다. 교수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일부 학회지에 줄서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지금의 평가는 외형적인 평가밖에 안 된다.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홍 교수의 발언은 학술지 평가가 대학과 연구자 전체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권희철 기자 khc@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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