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5:05 (수)
교육여건 개선은 뒤로 한채 자산 늘리는 데 급급
교육여건 개선은 뒤로 한채 자산 늘리는 데 급급
  • 교수신문
  • 승인 2002.03.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2-03-18 17:54:28
상당수의 사립대학이 매년 등록금 인상액보다 많은 액수를 이월·적립금으로 남기는 반면, 실험실습비나 도서구입비 등 교육여건 개선과 관련된 지출에는 지난 5년 동안 인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박거용 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최근 5년간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된 사립대학 예·결산 자료를 수집·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수입과 이월·적립금 증감 현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 2000년 등록금 수입이 전 해보다 4천6백77억9천5백69만원이 증가했으나 이월·적립금은 5천2백92억2천1백27만원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등록금 수입 증가액보다 무려 6백14억2천5백58만원이 넘는 액수다. 수치상으로 보면 등록금 인상액 전부가 고스란히 이월·적립금으로 남겨진 셈이다.

등록금 인상액 보다 큰 이월·적립금 증가액

이화여대의 경우, 2000년 등록금 수입 증가액보다 이월·적립금 증가액이 4백 98억원이 많았으며, 홍익대는 3백 25억, 동덕여대는 1백 49억, 청주대는 1백 47억원, 숭실대는 1백 5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월·적립금이 해마다 증가한다는 점과 등록금 인상액보다 이월·적립금의 증가액이 더 많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월·적립금이 증가해도, 등록금이 인상된 만큼 실험실습기자재구입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장학금 및 학비감면 등의 교육비로 환원된다면 크게 문제삼을 일도 없다. 그러나 사립대학 예·결산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학 재정의 지출 총액 대비 지출 항목별 비율에서 볼 때, 실험실습기자재구입비는 연도별로 각각 1996년 5.3%, 1997년 5%, 1998년 4.4%, 1999년 4.4%, 2000년 4.3%의 비율로 점차 줄어들었으며, 실험실습비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줄곧 대략 1.1%의 비율을 차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도서구입비도 마찬가지다. 1996년에 지출총액에서 1.4%를 차지했던 도서구입비는 1999년에 1.1%, 2000년에 1%에 그쳤다.

이에 반해 이월·적립금은 1996년에 8.6%, 1997년에 11%, 1998년에 13%, 1999년에 12%, 2000년에는 13.1%를 차지, 1999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증가해왔다. 또한 토지·건물·구축물 매입비 등의 자산적 지출에 매년 12∼13%를 책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질적인 교육여건과 관련이 깊은 실험실습기자재구입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장학금 등에 지출되는 모든 금액을 합해도 이월·적립금과 자산적 지출을 합한 금액의 3분의 2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는 학교 예산이 실질적인 부분에서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보다는 이월·적립하거나 토지매입, 건물 매입 및 신·증·개축 등과 같이 법인의 자산을 늘리는 데에 치중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이월·적립금이 지출총액의 30%∼45%에 달하는 대학도 많아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동덕여대의 경우 2000년도에 지출총액의 45.3%를 이월·적립금으로 남겼으며, 한림대는 39.6%, 홍익대는 39.2%, 한서대는 36.8%, 이화여대는 31.1%의 비율을 이월·적립금의 형태로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대비 교수수나,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장학금, 연구비 등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상황에서 지출 총액에서 3분의 1에서 절반 가량을 쓰지 않고 이월·적립금으로 축적하고 있다는 점은 일견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재정적 어려움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해마다 등록금을 인상했지만, 정작 개선해야 할 부분은 개선하지 않고 학교의 자산만 불린 셈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임희성 한국대학연구소 연구원은 “많은 대학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위해 이월·적립금을 많이 남겨야 된다고 주장하지만, 토지를 매입하고, 큰 건물을 설립하고 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재정이 운용되는 것은 교육 내실화를 꿰한다기보다는 자산을 늘리거나 외양만을 부풀리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등록금을 인상한 만큼, 실험실습비나 연구비, 장학금 등 직접교육비에 지금보다 많은 비율로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정운용에 있어 무엇이 중심이 돼야 하는가를 대학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학이 장사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하는 곳”임을 재차 강조했다. 학교 규모를 확장하는 등 외양에 치중하기보다는 교수, 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이 지닌 각기 다른 능력을 제고시키는 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정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