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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업적평가와 느슨한 연봉제의 기이한 결합
복잡한 업적평가와 느슨한 연봉제의 기이한 결합
  • 교수신문
  • 승인 2002.03.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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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8 17:52:04
-연봉제 방식 : 성과급형 연봉제(매년 성과급을 통한 연봉 차등화)
-평가등급 : A+, A, B 등 3등급
A+:지난해 연봉+기저보수인상율(%)+성과급
A:지난 해 연봉+기저보수인상율(%)
B:지난 해 연봉+기저보수인상율(%) - α%
-평가방식:2년간 업적으로 평가단위별 평가
-특징 : 각 평가단위별로 업적평가 기준 결정

지난 1999년부터 시행된 경희대의 연봉제는 일종의 성과급형 연봉제다. 업적평가에 따라 평가단위별로 교수들의 등수를 꼼꼼히 매기기는 하지만, 실제 연봉을 책정할 때에는 A+, A, B 등 크게 세 등급으로 교수들을 분류해 그에 따라 연봉을 지급한다. 복잡한 업적평가제와 느슨한 연봉제가 만난 형국이다.

A+, A, B 그룹의 비율이 유동적인 점도 경희대 연봉제의 특징이다. “등급을 크게 나눈 것은 연봉제에 대한 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세 등급으로 나눠지지만, 지금까지 A+그룹과 B그룹의 교수들의 수가 각각 전체 교수에서 채 10%에 미치지 않을 만큼의 비율로 조정됐다. 80%를 웃도는 교수들이 동일한 인상률이 적용된 임금을 받았다.” 윤제학 교무과장의 설명이다. 등급을 성기게 나누고 다수의 교수들을 중간그룹에 속하게 함으로써 연봉제에 대한 불만과 등급간의 위화감을 최소화하고자 했다는 뜻이다.

경희대에 재직하고 있는 한 교수는 “임금을 받는다는 차원에서 보면, 호봉 승급에 따라 보수가 결정됐던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업적이 뛰어난 소수의 상위 그룹과 업적이 현저히 낮은 소수의 하위 그룹을 표나게 한다는 점이 좀 달라졌다”며 경희대의 연봉제가 지닌 특징을 간단히 설명했다.

등급간 큰 차등 없는 연봉제

등급별로 보면, A+등급에 속한 교수들은 전 해 연봉액에 기저보수인상율(base salary raise rate)에 따른 인상액이 더해지고, 업적평가와 연구실적 등에 따라 성과급이 주어진다. 인원과 액수는 업적평가심사위원회에서 배분·조정하며, 업적평가가 뛰어나거나 연구실적이 우수한 교수, 연구비를 외부에서 많이 따온 교수들에게 더 많이 지급된다. A등급의 교수들은 전 해 받은 연봉액에 기저보수인상율에 따른 인상액을 받는 점에서는 A+등급과 같지만 성과금이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 반면 B그룹에 속한 교수들은 전 해 받은 연봉액에 ‘기저보수인상율-α%’에 따른 인상액을 받는다.

이는 학교의 재정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기저보수인상률이 동결될 경우, 전 해 받은 연봉보다 더 적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B그룹은 중간 그룹이 받는 평균 기저보수인상률보다 인상률이 더 적게 책정되기 때문에 성과급을 받는 A+그룹과 B그룹은 적어도 1회분의 월급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이처럼 경희대의 연봉제가 대부분의 교수들에게 큰 차등을 두지 않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은 연봉을 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업적평가 방식에 여러가지 문제점이 제기된 탓이 크다. 연봉제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대학이 큼직하게 단과대학별로 묶어 업적평가를 실시했다면, 경희대는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학과(부)를 묶어 24개의 평가단위로 분류하고, 각 평가단위별로 평가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던 것.

평가단위를 세분화해서 평가를 더욱 까다롭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평가단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 사이의 합의와 조정은 쉽지 않았다. 한 교수가 “1999년부터 수정을 거듭해왔지만, 아직까지도 어떤 일관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가령, 국어학은 국문학보다는 영어학과 더 학문적 근친성을 지니는데 이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였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학과 함께 묶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라며 분류의 불합리함을 지적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합의점 찾지 못한 업적평가제

또한 평가단위마다 연구, 교육, 봉사, 평가단위별발전지표 등의 평가영역별 배점 비율을 따로 정하는 까닭에 동일하게 평가될 수 없는 각 세부 영역별 교수들 사이에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어떤 연구실적 하나가 어떠한 평가 단위에서 산술되는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논의는 ‘각기 다른 전공을 하고 있는 교수들의 연구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원론적인 문제로 되돌아갔다.

더군다나 각 평가단위마다 상대평가하는 방식으로 1등부터 꼴등까지 매겨지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 법학부의 한 교수는 “등수가 매겨지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의 연봉제가 성과급은 못 받더라도 중간등급에 속하기만 하면 되는 구조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업적평가결과가 나중에 어떻게 반영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연봉제가 실시된 이후 당장에 연구업적을 쌓아야 되는 부담감들 때문인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연봉제가 과연 교육·연구 경쟁력 제고에 유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경희대는 시행중인 연봉제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할지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적평가가 우수한 교수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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