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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과연 인간의 두뇌는 언어를 가능하게 했는가
[특별기고] 과연 인간의 두뇌는 언어를 가능하게 했는가
  • 교수신문
  • 승인 2002.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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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3-18 17:40:33

인간의 인지능력의 복잡성으로 대변되는 언어의 습득과 사용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는 인류 역사만큼 오래됐다. 두뇌가 언어 및 인지의 원천이라는 견해는 지금으로부터 약 2천년 전부터 대두돼 왔다. 신 다윈 진화론에 근거한 핑커(Pinker)의 언어에 대한 주장은 언어의 변화는 점진적이라는 것이다. 즉, 화자는 청자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발화하고 청자 또한 화자의 말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인류의 언어는 완전한 모습으로 점진적으로 변해 왔고 그 언어의 문법은 복잡성을 지양하고 필요한 최소의 것만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핑커의 주장은 인간의 뇌가 언어능력(faculty of language)이 만들어 낸 표현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해독조건(legibility condition)을 갖고 있는 언어능력을 흡수했다는 노엄 촘스키(Noam Chomsky)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제기됐다. 언어학자인 촘스키는 생물학자들과 논쟁해 왔다. 현재 MIT의 언어철학과 교수로 있는 그는 미국 펜실베니아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사상가로, 정치학·철학·인지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해 왔으며, 그의 언어학 연구성과물은 보편언어설과 언어생득설로 요약될 수 있다. 촘스키에 의하면 언어체계의 대표적 특성은 구조적 경제성, 순응적 비잉여성 및 무한성이며, 언어능력은 생물체계 중에서 독특하다. 웨스트(West), 브라운(Brown) 및 잉퀴스트(Enquist)의 공동 연구결과는 촘스키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그들의 연구결과는 언어체계의 세 가지 특성인 구조적 경제성, 순응적 비잉여성 및 무한성이 생물체계에서 그대로 나타나며, 언어체계가 정신을, 생물체계가 육체를 의미하므로, 이것은 곧 정신과 육체가 매우 흡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웨스트, 브라운 및 잉퀴스트의 공동 연구결과 중 다른 특징은 규칙과 합치가 생물 개체의 유용한 기능에 의해 촉발된 표준적 채택의 확실한 결과물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종(species)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유용한 기능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의 연구에 의하면, 예를 들어, 개구리 알에서 올챙이로,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변화하는 비율과 포유동물의 임신기간, 또는 조류의 심장박동 횟수와 어류의 호흡비율간에 관련되는 뚜렷한 특징은 없다. 굿윈(Goodwin)은 유기체를 생물 출현의 매개체로 인식한다. 여기서 유기체라 함은 살아 움직이면서 서로 의존하는 부분으로 이루어진 생활체를 의미한다. 이 견해가 생물체계의 연속과정에서 해석되면, 진화과정에서 나타나는 강자질 유전과 자연도태가 새로운 생물체의 출현을 가져온다고 여겨진다. 다윈(Darwin)의 주장처럼, 진화과정에서 각 유기체들이 생명체의 변별자질을 갖는 가장 강한 유전적 흔적(locus)들이기 때문에, 그 유기체들은 생명의 기본 단위들로 순환한다. 즉 유전과 자연도태는 생물체 출현의 역동성의 한 부분이 된다는 것이 굿윈의 요점이다. 이러한 굿윈의 주장이 한 종(species)에서 나타나는 신진대사적 특성이 다른 종에서는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웨스트, 브라운 및 잉퀴스트의 주장과 관련을 갖는다. 이것은 또한 무제한적으로 혼합된 조건하에서 생물체의 연속과정은 특정한 연속 질서만이 유지된다는 카프만(Kauffman)의 주장과 상통한다. 이런 관점에서 웨스트, 브라운 및 잉퀴스트의 주장에 대한 의혹은 언어능력을 인간의 뇌에 투여하기 위해 (어떤 사건이) 뇌를 재조직했다는 촘스키의 주장에 대해 갖는 의문과 같다. 인간의 언어능력이 급격하게 출현했다는 촘스키의 주장에 대해 핑커가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큰 뇌가 적응력이 있고 관련된 우수한 기능을 발휘할 때 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핑커의 주장은 큰 뇌만이 언어능력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 기능을 다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인데, 언어기능이 인간의 뇌에 출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4억년 전 인간의 뇌는 오늘날 인간의 뇌보다 크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그의 주장은 의문이 야기된다. 순응적이지 못한 자질들은 도태된다는 진화론의 입장에서 큰 뇌는 신진대사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뇌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음식을 필요로 하고 큰 뇌가 출산과정에서 산모의 사망을 야기하는 현상은 더 이상 생존의 연계가 보장되지 않아 인류는 소멸하게 되었을 것이다. 큰 뇌가 인간 생체의 결함을 보상해 주는 기능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굿(Gould)에 의하면, 큰 뇌를 가졌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사바나(savannah, 아프리카 열대지방의 대초원)의 열대기후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이 큰 뇌의 이점으로 유일하다. 언어능력이 인간의 뇌에 출현하기 전 수십억년 동안 인간의 뇌는 커졌었다. 네안데르탈인은 지금의 인간보다 큰 뇌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언어가 지니는 중요한 특성은 결여돼 있었고, 오늘날 인간의 출현 후에 곧 멸종했다. 마틴(Martin)과 유리아게레카(Uriagereka)에 의하면, 진화과정에서 뇌가 커졌던 것에 대한 이유와 그 결과로 무엇이 생겼는지는 아무 것도 밝혀진 바 없다. 포도(Fordor)는 원숭이의 뇌가 인간의 것과 그 크기가 비슷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인간의 뇌가 육체의 크기에 대해 동물들의 것보다 그 비율이 높다 하더라도, 이것은 뇌의 크기가 인간의 대표적 인지체계인 언어능력과 무관함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그는 인간 뇌 구조의 작은 변화가 매우 획기적인 행위의 불연속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언어능력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복잡한 인지체계가 인류 이전의 생물체로부터 점차 진화되었다고 추측할 이유가 없게 된다.


이두원 / 하버드대 언어학과 방문교수·충주대 교수(영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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