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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수단 지양하고 현실 진단부터 … 전형 공정성·객관성 확보 위한 구체안 필요
홍보수단 지양하고 현실 진단부터 … 전형 공정성·객관성 확보 위한 구체안 필요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06.2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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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입학사정관제, 쟁점과 과제는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기 위한 길은 아직 멀다. 가장 중요한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성과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핵심 과제다. 정부가 입학사정관제 지원 방침을 밝힌 뒤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무조건 도입하고 보는’ 등 과열양상이 나타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사회 저명인사를 입학사정관으로 위촉하는 현상을 두고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전문가들은 “저명인사가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하면 입학전형에 대한 신뢰성을 심어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자칫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명인사들이 입학전형 전반에 참여하는 형식이 아니라 한두 번 얼굴을 내비치는 등 ‘무늬만 입학사정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저명인사라도 전문교육 필요

유성룡 이투스 실장은 “대학마다 어떻게 운영할지 모르지만, 위촉 인사들이 입시전형에 깊이 관여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저명인사들이 서류심사에 참여하거나 입학사정관을 교육하고 자문하는 등의 활동을 주로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저명인사라도 입학전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전문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 용 한국외대 입학처장(한국어교육과) 역시 이 점에 동의했다. 허 처장은 “저명인사들이 그동안 쌓아온 현장의 노하우만 갖고 입학전형에 참여할 순 없다.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고 선발할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들 사이에선 전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조만간 전국 입학사정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원 건국대 입학사정관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복수의 평가자가 수험생을 평가하는 한편 평가결과의 차이를 줄여나가기 위한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학 내 공정하게 입시를 관리하기 위한 관리위원회나 재심위원회를 두고 평가결과를 재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입학사정관의 신분보장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 입학사정관은 또 “입학사정관 신분보장 문제는 평가 독립성과 연결돼 있다”며 “외압을 받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입학사정관의 신분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9일 2009년도 입학사정관 지원사업 선도대학으로 15개 대학을 선정했다. 소규모·특성화대학에 가톨릭대, 울산과기대, 카이스트, 포스텍, 한동대가 선정됐고 대규모 종합대학에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가 선정됐다. 지원액수는 236억원이다. 교과부는 일찌감치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 예고를 통해 입학사정관제 등 입학전형을 다양화한 대학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방침이 자칫 무분별한 입학사정관제 도입이란 부작용을 낳는 것은 아닌지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열린 ‘입학사정관제의 실태와 방향’ 토론회에선 여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대학들은 이제 ‘한국식’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일 대교협 주최로 열린 ‘인재 선발과 육성을 위한 입학사정관의 역할’ 국제세미나.
사진출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태정 범국민교육연대 사무처장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곳이 2007년 10개 대학에 불과했는데 2008년 40개 대학으로 늘어났고 지원액도 10억원에서 157억원으로 크게 확대됐다”며 “이는 결국 대학들의 예산 따내기 경쟁으로 이어져 무늬만 입학사정관인 전형 발표를 양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 소양을 갖춘 전문가를 선발하기 어렵고, 뽑는다 하더라도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해 학생선발의 공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정광희 한국교육개발원 대입연구실장은 “대학별로 입학사정관제를 이해하는 수준도 다르고 준비 수준도 크게 다르다. 미국대학 입학사정관제를 모델로 대입제도를 개선하려는 의욕은 좋지만, 먼저 우리 문제가 무엇이며, 우리의 현재가 어떤지에 대한 진단 없이 답이 나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미국식 모델로 제도 개선 의욕은 좋지만…”


대학가에서는 입학사정관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근 잇따라 입학사정관제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고려대는 오는 8월까지 5차례에 걸쳐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버클리대, 와세다대, 캘리포니아대 등에서 입학사정관을 초청해 강연회를 마련한다. 중앙대는 22일 입학사정관제 국제컨퍼런스를 열고 스탠퍼드대 인재선발방식과 사례를 중심으로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을 살펴보는 자리를 열었다.

대교협은 10일 입학사정관 전문양성·훈련 프로그램 지원사업 대학으로 경북대, 고려대, 서울대, 이화여대, 전남대를 선정했다. 강낙원 입학지원팀장은 “교육내용은 진학담당 교사연수, 기존 입학사정관 재교육 등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다”며 “각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입학사정관을 교육하는 한편 대교협 차원의 직무연수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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