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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대학평가의 빛과 그림자
[대학정론] 대학평가의 빛과 그림자
  • 남송우 논설위원 / 부경대·국어국문학
  • 승인 2009.05.1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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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서 국내대학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한 지가 제법 됐다. 그 동안 국내대학의 학문평가를 대교협이 맡아오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새로운 시도였다. 언론기관에서 대학의 실상을 처음 평가함으로써 그 결과가 일반인들에게는 좀 더 객관적인 대학의 서열을 결정해주는 잣대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평가항목들에 따라 대학의 위상이 결정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됨으로써 대학들은 한 동안 그러한 평가지표를 높이기 위해서 신경을 써야 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평가결과를 잘 활용만 한다면, 평가대상이 됐던 대학들은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에 평가 자체를 전적으로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 결과가 정말 그 대학의 진면목을 제대로 다 보여주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다. 평가 대상의 지표를 무엇으로 삼았느냐 하는 점에서도 대학의 모든 역량을 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절대적인 지표는 없으며, 실제 평가에 동원되는 응답자들의 판단을 절대적인 평가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가에는 늘 주관적인 요소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다중의 평가 결과를 총합한 수치는 평가의 객관성을 보장해주는 절대치가 돼버린다. 이런 결과로 이 수치의 마력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세계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대학평가를 쉽게 절대적인 결과로 인정해버린다. 그만큼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평가의 영향력이 크다는 말이다.

최근 <조선일보>가 영국의 QS(Quacquarelli Symonds)와 함께 아시아 대학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대학만의 평가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그 평가 대상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는 있지만, 자칫 이러한 평가결과가 자본주의의 속성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저널리즘의 횡포로 활용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함께 한국 대학이 휘몰리고 있는 ‘연구만이 살 길’이라는 외곬로 대학을 몰아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연구’가 이번 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교육, 연구, 봉사라는 삼두마차를 제대로 잘 운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 교수가 1인 3역을 제대로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교수들은 교육과 연구라는 두 영역에 힘을 쏟고 있으며, 그것이 본업이라 생각한다. 급변하는 사회가 교수들의 사회봉사를 요청하는 바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봉사에 치중하다보면, 본업이 내팽개쳐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 영역에 대한 활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한국 대학들은 세계대학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화돼야 할 분야가 연구라고 인식하고, 이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한국 대학들의 연구역량이 그만큼 뒤쳐져 있었다는 점에서, 연구역량의 강화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또한 연구 활성화가 교육으로 이어져 갈 때, 대학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학에서 연구는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대학의 평가에서 늘 우선순위로 논의되는 것은 연구 분야로 굳어져 가고 있다.

모든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는 일념으로 대학의 투자도 연구역량강화에 집중되고 있다. 그 결과 권위 있는 잡지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교수들에게 엄청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가 일반화 돼 가고 있다. 대학들마다 경쟁이나 하듯경품을 걸듯 인센티브를 내세워 교수들을 연구역량 강화로 휘몰아 가고 있다. 연구역량 강화가 한국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길이고, 대학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역량 강화만으로는 대학이 대학다운 자리를 제대로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대학은 본래의 근거가 인재를 키우는 교육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학부교육에 전력투구해야 할 대학들이 교육에 쏟는 관심과 투자보다는 한 편의 논문이라도 더 생산하는데 관심을 갖도록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내 분위기 때문에 교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연구에 몰두하려는 경향이 일반화돼 가고 있다. 그래서 대학에서 교육은 이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수업을 위해 투자하는 관심과 시간을 연구에 투자하는 것에 비교해보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 현실이다. 학부 강의의 부실이 심화됨으로써 많은 학문분야에서 인정제 도입이 일반화돼 가고 있다. 학부교육을 포기하다시피하고, 오직 연구에만 전념하는 교수들이 대학에 필요하다고 하면, 대학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대학이 스스로 연구소로 전락해 가는 것 아닌가. 이를 대학 평가가 더욱 부채질 한다면, 대학 평가에 대한 평가를 시작해야 할 때란 생각이 든다.

남송우 논설위원 / 부경대·국어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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