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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편수 경쟁에 내몰려 담론 생산력 약화 … 質 확보 고민 깊다
논문 편수 경쟁에 내몰려 담론 생산력 약화 … 質 확보 고민 깊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05.11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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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문학분야 학회지는?

미국 인문학저널이 정체성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면 국내 인문학분야 학회지는 비슷하면서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구사회 국제어문학회 회장(선문대 국어국문학과)은 온라인저널 확산 추세와 관련, “인문학이 대중 옆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학회지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특정 독자, 전문가 몇 사람만 보는 학회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회 자체에서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저널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남근 대한언어학회 회장(조선대 영어교육과)은 학회지가 성장하기 위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다. ‘보편적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다. “다른 학문분야 전공자들이 인문학적인 생각을 필요로 할 때가 있지만, 인문학이 세분화하는 추세이다 보니 보편적, 일반적인 인문학에 대한 논의가 줄어들었다.” 이 회장은 “학회지가 그동안 언어학에서도 순수분야를 다뤄왔는데, 앞으로 테마를 갖고 인문학의 큰 흐름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에 따르면 2009년 4월 7일 현재 인문학분야 등재학술지는 304개. 학회지 종류가 워낙 많고 한 학회 안에서도 학회지를 더 많이 발간하려 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해룡 부경대 교수(영어영문학과)는 국제비교한국학회 편집위원장, 새한영어영문학회 부회장, 한국셰익스피어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정 교수는 “대부분 학회가 1년에 4번 학회지를 내는데, 발행 횟수가 잦고 학회지 종류가 많은 것이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발행횟수를 맞추기 위해 질 낮은 논문을 싣는 일이 많아 탈락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임상우 한국사학사학회 회장(서강대 사학과)은 학회지 발행을 둘러싼 ‘한국적인 현상’을 꼬집었다. “학회지는 학진 등재를 위한 경쟁을 하고 있고, 최근엔 A&HCI급 저널에 논문을 실어야 한다고 강요받고 있다. 단순히 논문을 많이 쓰는 것은 인문학 자체와 거리가 멀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인문학 발전과 상관없는 얘기들이 학회지를 채우는 것은 문제다.” 임 회장은 특히 인문학 계간지의 쇠퇴를 우려했다. 논문 편수 경쟁에 치중하면서 담론을 형성하거나 지식교환의 다리 역할을 하던 인문학 계간지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것이다. 넘쳐나는 학회지 속에서 질과 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인문학 학회지의 고민이 깊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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