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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저널 확산에 정체성 고심 … 국내 인문학 계간지도 쇠퇴 우려
온라인 저널 확산에 정체성 고심 … 국내 인문학 계간지도 쇠퇴 우려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05.11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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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문학저널의 고민과 한국 현실

한국과 미국의 인문학 학술지가 걷고 있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이 포착돼 흥미를 끌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표현이 관용구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학회지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는 인문학분야 학회지들이 새삼 고민하는 내용이다. 국내 인문학분야 학회지는 ‘넘치는’ 간행물 속에서 좋은 논문을 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업적평가에 따른 연구논문 쓰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학회지가 인문학 담론 생산과 교류의 장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정해룡 부경대 교수(영어영문학과)는 “학회지 발행횟수를 맞추려고 질 낮은 논문을 싣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임상우 서강대 교수(사학과)도 “논문 편수 경쟁에 치중하면서 인문학 계간지가 쇠퇴하고 있다. 담론 생산력이 약화됐다”고 우려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문학 학술지가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온라인저널의 유행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서구에선 순수하게 온라인으로 발행하는 저널이 힘을 얻어가는 반면 한국은 아직 학술지 출판과 온라인저널 발행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또 다른 차이는 온라인저널이 유행하게 된 계기다. 미국 인문학저널이 독자의 성향변화에 따라 온라인저널로 가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면, 국내 학회지는 대중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온라인공간을 적극 활용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인문학저널이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고등교육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에듀케이션’이 보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크로니클에 따르면 미국 인문학저널은 선택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웹 2.0 시대에 진입하면서 이제까지의 출판방식을 고수하느냐,  온라인저널이라는 새로움을 꾀하느냐를 사이에 두고서다.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독자들의 성향이 변했다는 점이다. 저널 전체내용이 아닌 일부 콘텐츠만 보길 원하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저널을 정기구독 하는 방식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원하는 내용을 찾는 방식에 익숙하다. 키워드 중심으로 원하는 정보, 논문을 찾다보니 저널이 다루는 전체적인 내용을 보지 못 하고 심지어 해당 논문이 어떤 저널에 실려 있는지 모른 채 정보를 습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위기로 출판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의 인문학 학술지들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긴 고민에 휩싸인 것만은 분명하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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