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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에 확산된 고령사회 충격, 解法도 ‘열쇳말’ 속에 있어
사회 전반에 확산된 고령사회 충격, 解法도 ‘열쇳말’ 속에 있어
  • 설동훈 전북대 교수
  • 승인 2009.04.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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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0년 한국사회 키워드―전문가 분석과 전망

설동훈 / 전북대 사회학
2020년 한국사회를 지배할 핵심 단어는 ‘저출산·고령화’와 ‘통일’, ‘다문화’로 요약된다. 이 세 가지는 장기간 지속되는 추세(trend)로, 현재 그 단초를 찾을 수 있고 그것을 근거자료로 삼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10년 후 한국사회는 현재와 같은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가 아니라 ‘고령사회’(aged society)의 모습을 할 것이다. 생산연령인구(노동력)의 감소, 노인 피부양 인구의 급증으로 요약되는 ‘인구지진’이 한국사회를 강타할 것이다. 젊은 노동력은 절대적 부족 상태가 되고, 노동력 자체도 고령화돼 경제성장 동력의 기반이 붕괴될 위기에 처할 것이다. 노인을 규정하는 연령 기준이 점점 높아질 것이다. 노동력을 늘리면서 노인 피부양 인구를 줄이는 효율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문기술인력과 같이 노동력 부족이 만성화된 노동시장 부문에서는 정년퇴직제도가 사라질 것이다.

고령사회의 충격은 노동시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생산연령 인구의 부족으로 정부의 세입 기반이 감소하는데, 노인 피부양 인구 증가로 사회보장 부담은 늘어나 국가재정수지가 악화될 것이다. 결국에는 사회보장제도에 위기가 닥칠 것이다.

특히 1955∼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들이 저축한 것만큼의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할 게 확실하다. 정치가들이 ‘노인 지하철 공짜 제도’ 등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방만하게 추진할 경우 그 위기의 강도는 매우 클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부양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는 사태가 닥칠 지도 모른다. ‘부유한 노인들’과 ‘가난한 젊은이들’간의 대립과 갈등은 ‘세대 간의 전쟁’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가족제도의 변화도 발생할 것이다. ‘일부일처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미래학자도 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결혼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여러 차례 결혼하거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동거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非婚동거뿐 아니라, 同性부부, 시설가구, 비친족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비표준가족’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충격을 완화 내지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두 가지 추세로 ‘통일’과 ‘다문화’가 있다. 첫째, 10년 후에는 남북통일이 이미 이루어졌거나 임박한 상황이 될 것이다. 최소한 남북통일의 기운이 무르익어 가는 수준으로는 진전될 것이다. 이질적 경제제도와 발전 격차를 지닌 남북한 두 사회의 경제를 통합하는 데 막대한 ‘통일비용’이 들겠지만 민족주의의 구심력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 비용극소화-효용극대화에 관한 연구가 붐을 이룰 것이다. 한국사회에 들어와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의 수가 더 늘어날 것이다. 두 사회를 완전히 통합하기 이전의 단계에서는 ‘정치-경제 분리 원칙’에 기반을 둔 교류가 지속될 것이므로 북한이탈주민의 증가는 남북통일의 장애요인이 아니라 촉진요인이 될 것이다.

둘째, 한국 경제와 사회의 전지구화 현상의 반영으로 국내 이민자 수가 크게 늘 것이다. 2008년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또는 이민자는 단기계약 이주노동자 70만 명과 한국인과 국제결혼한 이민자 15만 명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교체순환원칙’에 의해 사람이 교체되면서 한국에 일시적으로 머무르지만, 결혼이민자는 거의 전원이 국내에 정착하고 있다. 결혼이민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단기계약 이주노동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향후 몇 년간 증가하다가 일정 수준에서 멈출 것이다.

한편, 외국인 유학생으로 왔다가 국내 기업에 취업해 이민자로 정착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서 2020년 한국사회는 다양한 유형의 이민자와 그 자녀의 수가 총인구의 약 10% 정도에 달하는 본격적 다문화사회에 접어들 것이다. 현재의 독일 수준 정도는 될 것이다.

요컨대, ‘통일’ 분위기 고조와 ‘다문화’ 사회의 본격적 전개로 사회의 다양성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그 두 추세는 한국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저출산·고령화가 예기하는 암울한 미래를 회피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설동훈 / 전북대·사회학

필자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사회』․『국제 노동력 이동과 외국인 노동자의 시민권 연구』 등의 저서,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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