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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서 내부 반발 표출 … 재정 확보 등 정부 조율도 쟁점
공청회서 내부 반발 표출 … 재정 확보 등 정부 조율도 쟁점
  • 권형진 기자
  • 승인 2009.03.30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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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독자 법인화 추진 ‘산 넘어 산’

서울대가 독자적인 법인화 추진 의지를 거듭 다지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 23일  법인화 추진 방안에 대한 연구보고서 초안을 공개한 데 이어 26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총장 직선제 폐지와 교수 연봉제 도입 등에 대한 학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총장·이사장 겸직, 재산 처분권 등은 기존 정부 입장과도 다르다.

박성현 서울대 법인화위원회 공동위원장(통계학과)은 이날 공청회에서 “법인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서울대가 초일류 대학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며 총장이 이사장을 겸직하고, 내·외부 인사가 반반씩 이사회에 참여하는 내부지배자형의 정부지원 ‘특수법인’ 모델을 제안했다.

서울대 법인화위원회가 지난 26일 근대법학교육100주년 기념관에서 법인화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법인화위는 이에 앞서 총장 직선제 폐지, 교직원 연봉제 도입 등을 담은 연구보고서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법인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사진= 권형진 기자


현재 직선제로 선출되는 총장은 ‘총장추천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에서 선임된다. ‘간선제’로 바뀌는 것이다. 교직원 연봉제가 도입돼 교수들은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 연봉을 차등 지급받는다. 교수 및 학생의 30%, 직원의 10%를 외국인으로 뽑겠다는 국제화 계획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어진 토론에서 이준규 대학평의원회 학사위원장(물리천문학부)은 “교수연봉제는 도쿄대처럼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너무 지나치면 경쟁이 심해져 단기적으로 보이는 성과에만 급급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철수 교수협의회 기획이사(법학부)는 “법인화 모델은 (특수법인이 아니라) 공익재단법인 형태로 가야하고, 총장 직선제는 서울대 역사성이 있는 만큼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대영 중앙일보 국제부장은 “이사회 구성은 문제가 있다. 외부인사를 많이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서울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재정 확보’였다. 박성현 위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 일류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의지”라며 “서울대 법인화가 연착륙한 다음에도 정부는 계속해서 재정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철수 교수 역시 “재정 확보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며 “거버넌스와 미래 청사진을 얘기할 게 아니라 물적 토대 확보 전략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성민 총동문회 감사(변호사)는 “현재 서울대가 관리하고 있는 모든 재산은 당연히 확보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법인화는 자율성을 가지면서 자기가 짐을 진다는 것인데, 지원도 받고 자율도 얻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지원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 세금이라는 것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인화 자체에 대한 반발도 여전하다. 이날 공청회장에는 ‘구성원 합의 없는 졸속적인 법인화 반대한다’ 등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널렸다.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는 일반토론에서 “바람직한 대학상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빠져 있다”며 “1946년 ‘국립서울대학교ㅗ 안’ 발표 당시 왜 이사회를 도입하려다 못했는지, 서울대 역사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의 조율도 서울대가 넘어야 할 산이다. 2007년 정부가 발의했던 ‘국립대학 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총장·이사장 겸직 금지, 이사회에 외부인사 과반수 이상 참여, 소유재산 처분 시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승인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서울대 초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편, 서울대는 이 같은 초안에 대해 구성원 설문조사와는 별도로 4월초쯤 5개 분과별로 의견 수렴 기회를 한 번 더 가질 계획이다. 최종안은 6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이장무 총장의 임기인 2010년 7월까지 법인화를 이룬다는 계획에 따라 지난해 9월 법인화위원회를 공식 발족하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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