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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어긋난 특혜” … “희생만 요구하면 누가 봉사하겠나”
“형평성 어긋난 특혜” … “희생만 요구하면 누가 봉사하겠나”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9.03.09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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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입학처장 ‘특별 승진’ 논란

학교측 "4년6개월 장기간 입학처장 맡으며 우수 신입생 유치해 학교에 큰 공헌 인정"
교수들 "평교수는 모든 업적 충족시켜도 탈락시키면서 보직교수는 봉사업적만으로?"

지난해 12월 ‘특별 승진’ 제도를 신설한 서강대(총장 손병두)가 현 입학처장을 첫 수혜자로 결정해 학내가 술렁이고 있다.

서강대는 지난해 12월 17일 “연구, 교육 또는 봉사업적이 탁월할 경우 교원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참석위원의 2/3 찬성으로 특별 승진을 총장에게 추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두 달 뒤 서강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첫 특별 승진 대상자로 현 입학처장을 추천했고, 학교법인은 지난달 16일 이사회를 열어 최종 승인했다. 입학처장은 3월 1일자로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했다.

서강대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입학처장이 보직을 수행한 4년6개월 동안 연구·교육업적 없이 ‘탁월한 봉사업적’을 이유로 특별 승진했다는 점 때문이다. 평교수들은 형평성에 어긋난 특혜를 지적하고 있고, 학교측은 장기간 보직을 맡은 교수에게 희생만 요구하면 누가 학교를 위해 봉사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서강대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27일 교협 홈페이지에 올린 ‘총장님과 이사장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등의 글에서 “탁월한 봉사업적에 관한 객관적인 기준과 근거는 과연 무엇인가”라고 묻고 “학교측은 교원인사규정의 제반 요건을 충족한 교수들은 승진 및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데 비해 연구·교육업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입학처장을 특별 승진시켜 다른 교수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고 비판했다.

김경환 서강대 교무처장은 “입학처장은 다른 보직보다 더 왕성한 활동이 필요하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학교 설명도 해야 한다”며 “4년 넘게 보직을 맡으며 본인에게는 희생을 요구한 부분이 많다. 신입생 입학 성적이 높아지는 등 우수 신입생을 유치해 학교에 특별한 공헌을 했다”고 특별 승진 이유를 밝혔다. 그는 “보직을 연임하지 않겠다고 한 분에게 부탁해 연임토록 했고 어려운 보직을 맡겼는데 이런 대우도 해주지 않으면 누가 학교를 위해 봉사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김 처장은 “현 규정이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일일이 ‘탁월한’ 기준을 어떻게 규정으로 담을 수 있느냐. 특별 승진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특별승진 실무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 이사회 등 적절한 인물을 걸러 낼 수 있는 절차와 장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이어 “젊은 교수도 승진 연한에 구애받지 않고 고속 승진이 가능하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바뀔 텐데 학교 규정에도 관련 근거를 만든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강대 교수들의 반응은 차갑다. 승진·재임용 심사 기준은 한층 강화됐고, 정성평가도 도입해 업적기준을 충족시켜도 탈락하는 교수가 생기는 마당에 ‘봉사 업적’ 만으로 정교수로 특별 승진 시킨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교수는 “2~3년 전부터 교수업적평가를 굉장히 강화시켜 놨다. 업적기준을 초과 달성한 교수도 승진·재임용 심사에서 떨어지는 현실인데 연구업적도 없이 ‘봉사 업적’만으로 특별 승진을 시키고, ‘탁월’하다는 기준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우수 입학생을 유치했다고 하지만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데이터도 제시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기준도 없이 잣대가 들쑥날쑥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교수가 60%를 차지하고 있는데 입학처장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말인가’, ‘구성원과 공감대 없이 대학본부의 권력남용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서강대는 승진 심사를 위해 4개월 전에 학과에 승진 대상자를 통보하고, 승진 대상자는 업적을 제출하거나 심사 연기 신청을 할 수 있다.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하려면 부교수로 5년을 재직한 뒤 5년 안에 승진을 해야 한다. 교수들은 2년간 유예 신청이 가능하다. 여기에 보직교수는 보직기간 만큼 승진 심사를 더 연장할 수도 있다. 지난 2007년에는 보직교수는 보직 임기만료 이후 6개월의 연구년 휴직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처럼 장기간 보직을 수행했더라도 부족한 연구·교육업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보완 장치가 마련돼 있는 데도 입학처장은 부교수 최소경력년수 5년을 재직한 뒤 곧바로 승진을 했기 때문에 교수들 사이에서 ‘특혜’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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