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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교협의 구조적 한계
[기자수첩] 대교협의 구조적 한계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9.03.02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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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이사회는 지난 달 26일 “고려대는 2009학년도 입시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지 않았고 특목고도 우대하지 않았다”며 최종 입장을 밝혔다. 손병두 대교협 회장은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고려대의 소명자료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의 직접 해명도 의혹을 씻어 내기에는 여전히 미흡했다. 공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데도 의구심과 불신만 낳았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7일 열린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동선언식’에서 “대교협 발표를 존중하며 옳다고 믿는다”고 대교협에 힘을 실어 주었다. ‘공교육 활성화’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려 왔다.

대학 자율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누구도 탓할 사람은 없다. 방향은 옳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진 전략이 잘못됐다. 특히 대입업무를 교과부에서 대교협으로 이관만 시켜 놓으면  ‘대입 자율화’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판단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처음부터 반대도 컸다. 윤정일 전 한국교육학회장은 “대교협이 대학입시를 포함한 대학 관련 업무를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며 재검토를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대교협에 대한 불신은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재정구조와 조직적 한계가 그것이다. 윤 전 회장은 “대교협은 대학총장협의체이며 이익단체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고,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재정적인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한 단체”라고 비판 이유를 밝혔다.

대교협의 재정구조는 정부 지원과 함께 200여개 회원교가 내는 회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회원 대학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회원 대학도 처지와 실정이 모두 다르고 수도권소재 대학과 지방대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명쾌한 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은 대학 관계자들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대교협의 구조적 한계를 해결하지 않고는 대교협법을 개정해 ‘제재권’을 부여한다고 해서 자율적인 관장 능력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 대입업무를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제3의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교과부가 입시제도의 보완책으로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입학사정관제 확대’도 대학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부모와 수험생은 물론,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조정 기구’는 더욱 절실하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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