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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어요”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어요”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9.02.23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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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융합교육 팀티칭’ 그 후

다른 듯 비슷한, 그러면서 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세 명의 교수가 지난 2007년 2학기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교양과목인 ‘근대 유럽의 문화’를 팀티칭 수업한다고 했을 때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특히 세 명이 수업시간마다 참석해 자신의 전공분야를 설명하는 방식은 화제를 모았다.(교수신문 451호) 노영해 문화과학대학장(60세, 서양음악사전공)과 김대륜 초빙교수(36세, 서양사전공), 우정아 초빙교수(35세, 미술사전공)라는, 연령과 경력을 넘나드는 조합도 눈길을 끌었다.

이른 개강으로 이미 상반기 강의를 시작한 세 명의 교수에게 통합과목 수업 경험담을 들어봤다. 비교적 냉철한 평가가 돌아온다. “우리가 너무 야망이 컸다(웃음). 서로 자신의 분야를 잘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토론하고 협력했는데, 학생들은 마치 3학점짜리 수업이 6~7학점 같았나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는 욕심이 앞선 수업이었다.” 노영해 학장의 말이다.

‘전달 위주’의 강의방식에서 벗어나지 못 한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김대륜 교수는 “세 교수가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강의에서 나타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우정아 교수는 “강의를 보는 시점, 강의가 주는 정보의 양이 세 배가 된 셈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전공영역의 복잡한 관계가 눈에 들어오지만, 이러한 것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전했다. 학생의 입장에 서서 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을 수업시간에 녹여내야 한다는 사실은 통합과목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 교수가 생각하는 융합교육이란 무엇일까. “오감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학생들이 교육내용을 분석·체화할 수 있는 전인적 활동이 융합교육이다.”(노영해) “문제중심 접근을 통해 여러 가지 수단, 방법을 보여주고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하는 것이 융합교육이 하는 일이다.”(김대륜) “어떻게 보면 인문학 자체가 융합교육이다.”(우정아)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교양수업은 대부분 영어강의로 진행하기 때문에 신경써야할 것이  배로 많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영어강의에서 많은 내용을 가져가기 위해선 강의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며 “공화국, 민주주의 등의 단어를 우리말로 설명할 경우 개념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에서 넘어가지만, 영어강의에서는 여기에 대한 정의를 한 번 더 내리고 이런 개념이 나오게 된 역사적 맥락을 강조한다”고 설명한다.

많은 교수들이 융합교육을 적극 도입하는 일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한다. 학과별로 나눠진 기존의 틀을 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 학장은 “카이스트 역시 학과 벽을 초월해 나가려고 하지만, 여전히 영역별 구분이 확실한 상황”이라며 “불필요한 중복을 피하면서 학문간 통합교육을 활발히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사제도는 보완해야할 부분이다. 세 교수는 근대 유럽의 문화 수업시수를 각각 1학점씩 인정받았다. 담당 학생 수도 1/3로 나눠 기록됐다. 김 교수의 말에 따르면 통합교육 팀티칭은 혼자 강의를 준비할 때 드는 시간과 고민은 물론, 강의에서 각자 담당할 역할을 나누는 일에 대한 사전조율 작업이 필요하다. 세 교수는 강의시작 전 여름방학 기간에 틈날 때마다 만나 강의에 어떤 내용을 담고 무엇에 초점을 맞추며 어떤 읽을거리가 필요한지 논의했다. 노 학장은 “팀티칭은 준비할 것도 많고 수업에 함께 참여하는데 1학점만 인정하면 안 된다. 교수마다 학점 전부를 인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계속 융합교육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강조한다.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역할배분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관심 있는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고 혼자 공부하기 힘든 분야가 있어 기회가 된다면 통합교육을 또 한 번 진행할 것이다. 강의를 주로 이끌어 나가는 선생님이 있고 나머지 선생님이 그를 뒷받침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식으로 강의하면 좋겠다.”(우정아) “최근 인문사회과학부 교과과정을 개편하면서 통합과목 몇 개를 강의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쯤 인간과 전쟁, 인권, 세계화 등 테마별로 강의할 생각이다.”(김대륜)

상반기 강의 목표는 조금씩 다르다. “교수가 강의내용이 재밌으면 학생도 재미를 느낀다”(노영해), “학생들에게 자극이 되는 강의를 할 것이다”(김대륜), “인문학과 예술분야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학생들을 열정으로 대하겠다”(우정아). 이들의 첫 실험이 그랬듯 세 교수를 다시 한 강의실에서 볼 수 있는 날은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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