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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6% “다른 생계수단 때문에 강의 준비 소홀한 적 있다”
78.6% “다른 생계수단 때문에 강의 준비 소홀한 적 있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9.02.23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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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시강강사, 비상구가 없다

인문학 학문후속세대의 존립 기반이 위태롭다.
인문학 강사들은 현재의 강사제도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수용한다”(50.5%)고 했고, 26.2%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강사제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인문학 학문후속세대.

이들의 지위 안정을 위한 정책 개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책임을 맡은 진일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전문연구위원이 인문학 박사학위자 84명, 다른 분야 박사학위자 64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는 이렇다.
인문학 강사는 10년 이상 강의 경력자가 34.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른 학문분야는 10년 이상이 18.7%였고, 5년~7년 미만의 경력자가 26.6%로 가장 많았다.


인문학 강사의 주요 수입원은 대학 강의(63.1%), 학진 연구비(22.6%)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대학 이외의 직장(7.1%), 번역(2.4%), 학원이나 과외 등 대학기관 외 강의(1.2%)가 뒤를 잇고 있다. 출강 대학 수는 2대학에 출강하는 강사가 36.9%로 가장 많고, 1개 대학은 22.6%, 3개 대학이 출강이 16.7%를 차지했다. 14.3%는 무려 4개 대학 이상 출강하고 있다고 답했다. 담당 강좌 수는 2강좌가 20.2%로 가장 많고, 6강좌 이상이 19.1%로 두 번째로 많다. 4강좌가 17.8%, 1강좌는 15.5%, 5강좌도 11.9%나 됐다.

인문학 강사들의 학기 중 최근 한 달 수입을 묻는 질문에는 50~100만원이 27.4%로 가장 많고 101~150만원은 25.0%, 151~200만원은 11.9%를 차지했다. 진 연구위원은 “연 수입이 3천만 원이 넘는다고 응답한 인문학 강사(6.3%)의 대다수가 45~49세의 남성이었다. 이들은 다른 의미에서 강의료 수입에 생계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전업강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경제적 상황도 열악하지만 강사제도 운영상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세부전공이나 관심분야와 무관한 강의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는 응답이 45.0%를 차지했고, 절반 이하가 40.0%, 전부라고 응답한 비율도 12.5%나 차지했다. 강의 위촉시점도 1학기말(52.4%)에 이뤄지는 경우가 가장 많고, 1학기 중에 17.9%, 방학 중에 위촉한다는 응답은 14.3%다. 심지어 개강 직전에 위촉한다는 응답도 6%에 달했다.

강의 준비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생계를 위한 다른 일 때문에 강의 준비에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42.9%가 ‘많지는 않지만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고, 35.7%는 ‘그런 적이 많다’고 했다. 13.1%는 ‘별로 없다’고 했고, 8.3%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78.6%가 다른 생계 수단 때문에 강의 준비에 소홀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강사제도 개선이 고등교육의 질적 전환과 직결된다는 지적은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주요 정책 결정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교육과학기술부·한국대학교육협의회·학술진흥재단 관계자 등 시간강사 제도 개선을 위한 이해 당사자들은 제도 개선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해결방안으로 4대 보험 혜택 보장과 시간강사 명칭 개선, 인문사회분야 연구비 지원 대상 확대와 지원금 규모 확대를 꼽았다. 반면, 현재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발의돼 있는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이 같은 결과는 비정규교수 5명, 대학 관계자, 비정규교수 관련 프로젝트 수행 전임교원, 인적자원 분야 전문가를 포함해 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진 연구위원은 “핵심쟁점은 필요하고 효과도 크지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으로 귀결된다”면서 “정부는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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