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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그것을 문서로 작성해 두어라
무엇이든 그것을 문서로 작성해 두어라
  • 최성욱 기자
  • 승인 2009.02.03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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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학자가 되기 위한 암묵적 지혜]②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 신임교수들이 대학이라는 학문세계에 들어와서 성공적으로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하기 위해 알아야할 교훈 101가지’
 최근 들어 대학간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탓에 ‘연구’ 중심의 대학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가시적인 연구 성과에 매달리다 보니 연구·교육·봉사라는 교수의 책무에 균열 조짐마저 우려된다. 대학이라는 공간에 입문한 학자로서 연구와 교육의 접점을 찾는데 마땅한 지침서는 없을까.
 로버트 스턴버그 예일대 교수(심리학)가 펴낸 신간『스턴버그가 들려주는 성공하는 학자가 되기 위한 암묵적 지혜』(신종호 역, 학지사, 2009)는 심리학 분야 27년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미국 대학의 분위기와 환경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만 학자의 자기개선 방법면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교수신문>은 스턴버그 교수가 추천하는 ‘101가지 교훈’ 가운데 20가지를 선정, 발췌·요약해 2월2일부터 매일 연재한다. / 편집자 주


 

 

미국 대학의 인사체계에 따르면 보통 임용 5~7년차에 정년 보장(tenure) 심사를 한다. 정년 보장 심사를 앞두고 교수들은 여러 가능성에 놓인다. 선택지가 다양하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신분불안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스턴버그 교수도 예일대에서 근무한 지 3년차가 되던 해 같은 경험을 했다. 스스로 정년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여러 가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타 대학으로부터 부교수직 자리를 제안 받은 것이다.

‘나는 황홀한 기분이었고, 나에게 비상시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는 기술이 있음을 확인했다.’

스턴버그 교수는 이제 그 대학에 가서 형식적인 공개강의를 하고 계약조건을 협상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스턴버그 교수는 타 대학에서 전해들은 정년 보장 교수직 자리에 관해 예일대 심리학과장에게 이야기 했다. 자신의 정년 심사 결과를 조금 더 앞당겨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곧 정년 보장 심사를 위한 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이때부터 일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스턴버그 교수는 부동산 중개업자와 만나는 것을 약속했을 뿐, 대학 측에서는 자신의 공개강의나 공식적인 면담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년 보장을 타진해 왔던 대학 학과장에게서 부교수직 제안을 철회한다는 공식 입장을 들었다. 자신에게 교수직을 제안한 몇몇의 교수와 대학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결국 부교수직 제안 철회라는 최종 통보를 받게 된 것이었다.

신분 불안과 맞물려 일어난 일련의 ‘사고’에 대해 스턴버그 교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심한 치욕 중 하나”라고 회상한다. 스턴버그 교수가 전화 통화를 ‘구두 제안’으로 생각했고, 여기저기서 제안해 온 ‘말들’을 대학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였던 탓이다.

“나는 다른 대학으로부터 거절당한 것이었고, 예일대는 이 사실도 모른 채 다른 대학에서 제안한 것과 동등한 제안인 정년 보장을 할 것인지를 고려하고 있었다.”

스턴버그 교수는 당시 상황을 예일대 심리학과장에게 솔직하게 전하자 학과장은 “정년 보장 심사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식 편지를 인사위원회에 제출하라고 했다. 스턴버그 교수는 편지를 쓰지 않고 제3의 대학을 찾아 헤매며 방황하다, 현실과 맞부딪혀 보자는 심정으로 다시 예일대를 찾았다. 인사위원회에 공식 편지를 제출해야 했지만 동료교수들의 격려 속에 가까스로 대학에 돌아올 수 있었다.

스턴버그 교수는 말한다.

“구두로 들은 것을 믿는 실수는 신임교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중진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대학에서 교수직 제안을 받았을 때 구두로 약속된 것들이 모두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 교수직 제안과 관련된 약속은 학과장이나 학장이 바뀜으로써 지켜지지 않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약속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반드시 그것들을 문서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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